[이제는 문화시민]<2>세종예술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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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시민]<2>세종예술아카데미
‘넥타이 부대’ 문화교육 활발 … 미래 고객 키우기 올인
2016년 05월 11일(수) 00:00
세종문화회관 옆에 자리하고 있는 세종예술 아카데미 전경. 지난 2006년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미술관을 예술교육 전문 강의실로 리모델링했다. /서울=최현배기자 choi@
지난 28일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한 서울 세종문화회관 주변은 수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특히 한낮의 봄볕이 내리쬐는 식당과 레스토랑, 카페 등에는 정장차림의 직장인들로 북적거렸다. 정오의 음악회가 열리는 세종예술아카데미로 올라가는 계단입구엔 형형색색의 파라솔 아래 옹기 종기 모여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자동차 경적소리와 공사장 소음으로 범벅인 인근 광화문 광장과 달리 공연장은 아름답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같은 시간인데도 강의실 안과 바깥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100석 규모의 작고 아담한 공연장에는 피아니스트 김주영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우정은, 첼리스트 박혜준씨가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트리오 2번’을 연주하고 있었다. 객석을 차지한 40여 명의 관객은 서정적이면서도 엄숙한 선율에 매료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피아노 연주와 사회를 맡은 김주영씨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객석에는 말끔한 양복차림의 20∼30대 회사원이 절반이 넘었지만 40∼50대 중년 여성들과 맨 뒤쪽에 앉아 누구보다도 음악에 심취한 듯한 70대 어르신들도 보였다.

1시간의 음악회가 끝나자 직장인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들고 잰 걸음으로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반면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년 여성들과 어르신들은 강의실 밖 간이 테이블에 모여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때우며 강의 뒷얘기로 수다를 떨며 오붓한 한나절을 보냈다.

세종예술아카데미는 국내 공연장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세종문화회관의 부설 문화예술교육기관이다. 그런 만큼 주·야간은 물론 여름·겨울 방학 시즌별로 10여개의 교육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이들 가운데 매주 목요일(휴관일인 월요일은 제외) 낮 12∼1시에 진행되는 정오의 음악회는 세종예술아카데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성인들을 겨냥한 힐링 성악 프로그램인 ‘히든 보이스’(화요일·강사 김은경),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한 ‘정오의 클래식(수요일·강사 조희창)’, 다양한 음악적 체험을 선사하는 ‘정오의 음악회’(목요일·강사 김주영)와 ‘오페라 플러스’ (목요일 1시∼2시·강사 이용숙), ‘영화와 오페라’(금요일·강사 한창호), 미술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를 대상으로 한 ‘정오의 미술산책’(금요일·강사 이화진) 등이 올해 1학기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주간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연중 봄학기(3월7∼6월 27일)와 가을 학기(9월∼12월)로 나눠 진행되는 세종예술아카데미의 낮시간 프로그램은 인근의 직장인들이 60∼70%를 차지한다. 주변에 회사나 오피스 빌딩이 밀집된 입지조건상 이들을 끌어들이지 않고는 공연장의 미래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세종문화회관 문정수(54) 예술교육·축제팀장은 “서울의 다른 공연장과 달리 세종문화회관은 공공기관과 기업체들이 주변에 밀집돼 있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이들 직장인들이 공연장을 찾도록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사전단계로 음악이나 오페라,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종예술아카데미의 프로그램 대부분이 직장인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문 팀장의 설명대로 세종문화회관은 직장인들을 끌어안는 마케팅에 올인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세종문화회관 옆 부설 미술관을 세종예술아카데미로 리모델링하고 40석 규모의 원형 강의실과 100석 규모의 직각형 강의실 2곳을 새롭게 단장했다. 비교적 쾌적한 분위기의 원형 강의실에서는 오페라와 미술감상 강좌가 열리고 좀 더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직사각형 강의실에서는 클래식 음악 강좌가 주로 진행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팀장과 4명의 에듀케이터들이 기획과 운영을 맡는다. 현재는 세종문화회관 예산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그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공연장이나 미술관, 대학 등에서 수강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스타강사들을 ‘리서치’ 한 후 현장에 나가 직접 강의를 들어본 후 최종 리스트를 짠다.

또한 학기가 끝나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사후 평가(강의 및 강사)를 실시해 다음 학기의 스케줄에 반영하고 공익성이 있는 새로운 기획이나 강의도 수강생들의 수요가 있으면 고비용 저효율일지라도 시도한다. 국내 최초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오케스트라 지휘과정’이 그런 경우다.

문 팀장은 “악기를 연주하는 애호가들이 늘어나면서 주변에 민간 오케스트라가 많이 생겼다. 하지만 정작 이들 연주자들을 이끌어 갈 지휘자를 구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일부에선 연주회 1∼2회 하는 데 100만 원이 넘은 초빙료를 지불하면서 객원지휘자를 모시는 형편이다. 많은 사람이 지휘자 클래스 과정의 필요성을 말해 지난해 처음 신설했는데 고가의 수강료(90만 원)에도 전국 각지에서 신청자들이 폭주하고 있다.”

수강료가 고가인 이유는 강의내용이 연주자들을 오케스트라로 편성해 지휘대에 서게 하는 실기로 구성돼 있어 이들에게 연주비 명의로 일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른 민간 문화센터와 달리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수강료는 1학기당 10만에서 30만 원선. 워낙 유명 강사들을 초빙하다 보니 턱없이 부족한 만큼 자체 예산으로 꾸려나가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세종문화회관이 문화예술교육에 투자를 계속 늘려가는 이유는 미래의 고객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한때 세종문화 회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섰지만 개인정보 보호법 강화와 유명무실한 회원들을 정리해 현재는 20만 명의 시민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오의 음악회’에서 만난 회사원 서영주(56·서울시 종로구 구기동)씨는 “평소 음악을 즐기는 편이어서 3년째 일주일에 한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예술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있다. 비록 느긋하게 동료와 점심을 함께 즐기지는 못하지만 강의를 듣고 온 날 오후는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 “아카데미를 수강하면서 예전보다 더 자주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티켓을 구입하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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