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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50) 나비]새 봄의 전령사 … 전생이 채향사였나
2016년 04월 07일(목) 00:00
남계우 작 ‘나비’
젊은 날엔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젊음의 에너지와 패기로 분주했던 그 날들은 꽃보다 예쁘고 마음 끌리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었던가. 자연에 마음 두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것 일게다. 노랑꽃들이 분홍 꽃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릴레이로 피어나는 봄꽃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축복이라 여겨진다.

일호 남계우(1811∼1888)의 ‘호접도’(부분)를 보면 이 한 점의 그림이 온 천하에 가득한 봄날의 기운을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듯하다. 우리의 눈길과 영혼을 순하게 변화시켜주는 봄볕, 정원 한 모퉁이에 피어있는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는 나비, 한껏 날개를 펼치며 뽐내고 있는 또 한 쌍의 나비들 덕분에 향긋한 꽃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화가가 다 보여주진 않았지만, 화폭 가득 나비를 가득 채운 것은 어딘가에 꽃 한 무더기가 더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워주는 화폭이다.

19세기 후반에 화가로 활동했던 남계우는 명문가 출신이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평생을 초야에 묻혀 나비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나비를 잘 그려 아예 ‘남나비’라고 불리기도 했던 남계우의 나비 그림은 나비가 꽃의 조연이 아닌 주인공이자 평생의 연구 대상이기도 했다. 극사실에 가까울 정도로 정밀하게 나비를 그렸던 ‘남나비’는 실제로 나비를 정말로 좋아했고 나비를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온 열정을 바쳤다. 그가 그린 나비는 후대 생물학자들에게 학문적 자료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을 정도다.

‘남나비’는 새봄의 전령사인 나비를 맞이하는 마음을 애틋한 시로도 묘사했다. “따뜻한 햇볕 산들바람 날씨 좋은데/부드러운 더듬이 비단 날개로 천천히 맴도네/전생이 채향사였음을 알겠으니/작은 꽃 숨은 풀까지 뒤적이며 날아오네” 〈남계우 시 ‘영접(詠蝶)’〉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