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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49) 안개
안개속 갈 길 잃은 우리 국회 보는 듯
2016년 03월 31일(목) 00:00
모네 작 ‘런던의 의회건물…’
스스로 사대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는 “선진 외국이라면 어땠을까?” 하며 자주 견주어 보곤 한다. 그럴 때면 나 자신 어쩌면 뼛속 깊은 사대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겉으로는 민생과 경제와 국민을 내세우면서 속마음은 오로지 국회에 입성하려는 권력의지만 가득한 후보들과 어지럽게 이합집산하는 정당들을 보면서 다른 나라로 고개를 돌려본다. 인간사 어디나 마찬가지겠으나 그래도 ‘공공선’과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를 뽑은 몇몇 선진 나라는 언제나 부럽기만 하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린 안개에 싸여있는 것 같은 영국의 국회의사당 그림을 보니 뜻밖에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이 겹쳐진다. 작가의 의도가 아니어서 다소 억측이라 여겨지긴 하겠지만 ‘세계 최초의 의회민주주의의 산실이자 상징’인 영국 국회의사당이 뿌연 안개 속에서 실루엣만 드러낸 것이 마치 갈 길 잃은 우리 국회의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네의 ‘런던의 의회건물, 폭풍우 치는 하늘’은 그림의 소재에 대한 관심이 대기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져 감을 보여준다. 언제나 주제보다 인식, 비전, 빛의 문제에 매달렸던 모네는 의회의 덩치 큰 건물과 저 멀리 보이는 다리보다도 폭풍의 번쩍임 속에 갈라져 사라지고 마는 빛을 화폭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의 초기 작품 ‘인상, 해돋이’에서 인상주의라는 명칭이 유래되기 시작했고 이로써 20세기 미술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모네지만 당시에는 살롱들이 거부하고, 비평가들은 비난했고, 대중은 야유했다. 흐르는 시간과 더불어 달라져 가는 빛의 효과들을 추적하고자 했던 모네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인상을 살려 표현할 수 있었기에 순간과 영원의 양극을 그림에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당대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소신을 끝까지 밀고 갔던 모네 같은 인물이 그리워지는 시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