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공사한다고 수십년 된 가로수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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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로 공사한다고 수십년 된 가로수 ‘싹둑’
전남대 수십그루 벌목…시민들 “꼭 베어내야만 했나” 지적
2026년 01월 04일(일) 19:15
최근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예술대학 가로수길에 줄지어 있던 나무가 모두 베어진 채 밑동만 남아있다. <SNS 캡처>
전남대가 배수로 공사 등을 이유로 가로수, 정원수 등 수십그루 나무를 동강내고 뿌리째 뽑아내고 있다. 공사 뒤 다른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이 전해지면서 “꼭 베어내야만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전남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4월 14일까지 생활관 9호관 앞부터 사범대학 교육융합관 앞까지 6950㎡ 구간에서 배수공사와 토공사, 포장공사 등 ‘교통안전 환경개선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전남대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은 점을 고려해 빗물받이 집수정 76개를 신설하고 배관을 새로 매설하는 작업이다. 땅을 파내고 관로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가로수 등이 방해가 되는 만큼 벌목해야 한다는 것이 공사 관계자 측 설명이다.

4일에도 광주시 북구 전남대 예술대학 인근 통로는 공사로 가로수 15그루가 벌목돼 휑한 밑동만 드러내고 있었다.

잘려나간 나무들이 한쪽에 쌓여 있었다. 예술대 1호관과 사범대 사이 정원에서도 주차장 조성을 위한 굴착·이식 작업이 진행되며 나무 1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 있었다.

북구 주민 신승철(70)씨는 “오랜만에 왔는데 나무들이 싹둑 잘려 있어 무슨 일인가 한참을 쳐다봤다”며 “왜 이렇게까지 베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봉동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60대 김모씨도 “매일 산책하던 길인데 나무가 잘린 걸 보고 당황했다”며 “여름이면 잎이 무성해 보기 좋았던 수십 년 된 나무들인데, 공사 때문에 꼭 베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베지 않고 옮겨 심는 방법은 없었는지도 고민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예술대를 지나던 마루(56·예명)씨 역시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좋았는데, 결국 개발 논리 앞에서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 측은 “관로 매설을 위해 보도블록 교체가 필요하고, 벌목하게 설계돼 있었다”며 “공사를 마친 이후에는 이팝나무를 다시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새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면 기존 가로수를 잠시 다른 지역으로 이식했다가 다시 옮겨심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말인 만큼 담당 부서와 통화가 어려워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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