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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41) 옛 풍경
사라져가는 옛 것들에 대한 아릿한 그리움
2016년 01월 21일(목) 00:00
허림 작 ‘목포 만호동 소견’
딸아이와 즐겨보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함께 시청하면서 모처럼 세대 공감을 느꼈다. 30여 년 전 유행했던 가수 김창완의 ‘청춘’이나 이문세의 ‘소녀’ 를 함께 따라 부르면서였다. 서로 “어떻게 이 노래를 아느냐?”며 놀라워했다. 청춘이 떠나갈까 안타까워하며 ‘청춘’의 노래를 부르던 때야말로 푸르던 청춘이었음을 그때는 몰랐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추억은 노래 속에 있는 것 같다.

젊은 애들이 본방사수하며 챙겨보던 ‘응팔’도 종방하였지만 그 드라마 덕분에 지난해에 이은 복고바람이 새삼 향수에 젖게 한다. 현실이 고단해서인지 사람 냄새나는 지난 시절이 새삼 그립고, 세월의 흐름과 함께 과거 속 많은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요즘엔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오래된 동네도 지나간 시간의 풍경으로 새롭게 사랑받기도 한다.

한국화가 임인 허림(1917∼1943)의 ‘목포 만호동 소견’(1940년 작)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오래전이었지만, 이 한 점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심상으로 인해 목포 만호동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두 세대 전 목포 유달산 기슭을 묘사한 이 작품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동네 풍경이지만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 같은 굴뚝들, 지붕과 지붕이 이웃과 어깨를 기대고 있고 집 앞 마당을 돌아 골목으로 연결되어 이어지는 모습이 정겹다.

우리가 다시 가고 싶은 옛 시절 풍경을 그림 속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어서 임인의 작품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임인은 호남 화단에서 남종화의 맥을 창시한 소치 허련을 잇는 2대 미산 허형의 막내 아들로 선대의 화풍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 독창적인 화법의 천재적 재능으로 화단의 기대를 모았으나 25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일본 유학 중 어렵기로 정평이 난 일본 문전(文展)에 입선하기도 했던 임인은 귀국 후 남도적 현실 풍경에 관심을 가졌다. 삶과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동네, 시장으로 가는 촌로의 손에 들린 닭장, 따스한 남도들녘이 보이는 과수원 풍경, 소박한 농가의 모습을 그리는 등 선구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