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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밀려오는 은빛 파도에 몸도 마음도 풍덩
크루즈로 떠나는 늦가을 제주
2014년 11월 27일(목) 00:00
늦가을 제주는 온통 억새 물결이다. 한라산과 오름, 들판 곳곳은 사람 키 만큼의 은빛 억새가 바람에 휘날리며 가을 정취를 더한다. 억새 명소로 유명한 산굼부리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요즈음 제주는 억새 천국이다. 한라산을 둘러싼 산 등성이와 오름, 들판마다 억새밭이 장관이다. 여름 성수기가 분명하긴 하지만 이제 제주는 사계절 모두 특징있는 관광지가 됐다. 이중 늦가을 제주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억새밭은 가히 절경이다. 과거 제주 여행은 볼거리가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체험형 관광’이 대세다. 감귤따기 체험부터, 각종 레포츠 시설이 즐비하다. 무더운 여름에야 장시간의 활동이 쉽지 않지만 가을 햇살을 받으며 즐기는 이 체험관광은 훨씬 쾌적하다.

제주를 가는 교통편으로는 배를 선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배를 이용한 제주 관광객 수가 크게 줄었지만, 배는 여전히 제주와 육지를 잇는 중요한 관광수단이다. 항공편에 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느긋한 여행을 꿈꾼다면 배가 제격이다.

목포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씨스타크루즈호’에 탑승했다. 2만4000t급의 이 배는 국내 최대 규모의 크루즈형 배로 목포항에서 출발 4시간30분을 달려 제주항을 잇는다. 지난 2012년 카훼리 부문 최우수 선박으로도 선정된 이 배는 편의점과 유명 제과 프랜차이즈, 제주항에서 상품을 인도받을 수 있는 면세점, 식당, 노래방 등을 갖췄다.

객실은 1인실부터 가족을 위한 스위트룸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테라스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즐기는 일은 배가 가진 여행의 매력이다. 200석 가까이 되는 식당의 음식도 일반식당 못지 않은 품질을 자랑한다. 크루즈 형식으로 규모가 큰 이 배는 배 멀미에 민감한 사람도 큰 불편 없이 탑승할 수 있다. 가족여행에 안성맞춤인 셈.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는 최근 국내 최초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NFC)을 활용한 선박 내 스마트 안전정보 시스템도 마련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선내 구조를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제주항에 도착한 배가 1000여명이 넘는 승객을 쏟아내자, 미리 도착한 관광버스나 렌터카를 타고 관광지로 향했다. 가장 먼저 억새밭이 장관인 산굼부리를 찾았다. 산굼부리는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데, 1118번, 1112번 지방도로의 교차점으로, 동서 850m, 남북 730m의 평범한 오름이다. 사람 키 만큼의 억새가 찬바람에 춤을 추며 ‘은빛 파도’를 연출한다.

억새의 정취에 흠뻑 취한 뒤 본격적인 체험형 관광에 나섰다. 특히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행에 초점을 맞췄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일출랜드는 다양한 정원수도 유명하지만 염색체험이 대표적인 즐길거리다. 제주에서 직접 재배한 쪽을 발효시켜 만든 쪽물에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직접 염색한 뒤 이를 가져갈 수 있는데, 제주의 가을 하늘 만큼이나 푸른 쪽빛이 손수건에 물드는 모습이 이채롭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데다 ‘홀치기 기법’을 이용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감귤 따기도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직접 가위를 들고 감귤의 맛을 보며 수확하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 배가 부를 만큼 감귤을 먹어도 맘씨 좋은 주인은 ‘저쪽 나무도 가 보라’고 손짓한다.

체험거리는 레포츠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유명해진 집라인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철 와이어로 연결하고 탑승자가 도르래를 와이어에 건 뒤 외줄을 타고 건너는 레포츠다. 100여m의 거리를 순식간에 가기 때문에 속도와 스릴이 짜릿하다. 와이어에서 ‘지입∼’ 소리가 난다 해서 집라인으로 불리는데, 제주에서는 다희연(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즐길 수 있다. 다희연 녹차밭 위를 질주하는 집라인은 총길이 620m의 4개 코스를 사각형으로 돈다. 총 50여분이 소요된다.

갑자기 솟아오르는 작은 접시를 산탄총으로 쏘는 클레이 사격도 가을 레포츠로는 제격이다. 긴장감을 가지고 허공을 바라보면 빨간 접시가 솟구쳐 오르는데 총알이 접시를 산산조각내면 스트레스도 훌훌 날아간다. 서귀포시 상예동에 있다.

씨스타크루즈호의 제주 출발은 오후 5시다. 각자의 여행을 즐긴 뒤 제주항에서 배에 오르면 된다. 해가 짧은 요즘엔 순식간에 해가 기우는데, 목포를 향하는 배 안에서 추자도와 진도 등 뱃길 인근 섬의 야경을 즐기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글·사진=임동률기자exia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