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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빼앗아간다” 물 멀리하며 고산자락서 ‘때묻지 않은 삶’
[7부 태국편] ③ 아카족의 전설
해발 1000m에 전통가옥 짓고 촌락 형성
새해마다 부족 전체 구전가요 부르며 ‘춤’
마을 어귀 목각인형 ‘로콩’ 한국 장승 역할
인간과 신의 세상 구분하는 門 역할 하기도
2014년 03월 24일(월) 00:00
전통적으로 물과 가까이 살면 물에 사는 악귀가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믿는 아카족은 해발 1000m 높이의 산에 촌락을 형성하고 살아간다. /태국 치앙라이 훼이에꼬=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아카(Akha)족은 자신들의 신화와 전설 속에 나타난 풍습이나 전통을 노래를 통해 기억해온 부족이다.

그중 하나가 물을 멀리하는 것으로 아카족의 전통 종교였던 애니미즘에서 유래했다. 아카족은 물 가까이에 살면 물에 사는 악귀가 영혼을 빼앗아 간다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아카족은 강에서 멀리 떨어진 해발 1000m 높이의 산자락에 촌락을 형성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안에 나무를 엮어 지상 1∼2m 높이에 만든 전통 가옥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물이 흐르는 개울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떨어진 높은 곳에 마을을 세워야 자신들이 보호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물과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것이 아카족의 숙명이다.

태국이나 미얀마 사람들은 그들을 물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꺼(Ekoe)’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카족 대부분은 치앙라이와 치앙다오, 미얀마 국경 인근 메짠에 살고 있다. 아카족을 만나기 위해 태국 치앙마이를 출발, 차로 1시간30분을 달려 치앙라이 ‘훼이에꼬’(Hui E Ko) 마을로 향했다. 거리상으로는 40㎞에 불과했지만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국도 같은 도로를 따라가다가 보니 어느새 산길로 접어들었고, 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침엽수 나무들이 이따금 보이기도 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20여 분 달려 산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땅콩 등 농작물 경작지가 나왔다. 아카족은 산 속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고 있다.

태국 소수민족들은 복식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특히 아카족은 더더욱 그렇다. 여성들이 쓰고 있는 구슬 장식이 달린 모자는 아카족만의 독특한 풍습이다.

아카족 마을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자 지름 15cm, 길이 1m의 커다란 대나무를 바닥에 놓인 나무에 내려치며 노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아카족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작은 심벌즈와 징을 치면서 흥을 돋우고 있었다. 이 춤은 마을 청년들이 여성들을 지켜주기 위해 밤새워 대나무로 나무를 두드리면 나쁜 영혼과 대치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카족은 춤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춤은 그들의 생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약 2000년 전 중국 운남성 남부 지역에 살던 아카족은 다른 민족들과의 내분을 겪으면서 19세기경 점차 미얀마와 베트남 등지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중 미얀마 지역으로 들어왔던 일부가 다시 태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아카족은 이렇게 긴 세월 동안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언어를 잃어버리게 된다. 부족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전통까지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걱정이 생겼고,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카족은 새해가 되면 이틀 동안 모여 신화와 전설이 깃든 노래를 부르고, 또 한쪽에서는 춤을 췄다고 한다. 커다란 대나무를 나무나 바닥에 내려치면 울리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아카족 마을에서는 한국의 장승처럼 마을 어귀를 지키는 문과 문을 장식한 목각인형을 찾아볼 수 있다. 아카족 사람들은 이것을 ‘로콩(Rokong)’이라고 부르는데 일종의 토템역할을 한다. 지금은 기독교 등이 들어오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태국 소수민족 박물관에서 본 로콩은 마을 어귀에 ‘ㅁ’ 자 형태의 문이 있고, 성기가 과장된 남녀 모양의 목각인형이 양옆과 문 위에 걸려 있는 형태다. 마을 입구에 이런 문이 있으면 아카족이 사는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녀 모양의 목각 인형은 아카족의 조상신인 ‘로콩 아다’(남성신)와 ‘로콩 아마’(여성신)로 어떤 것들은 성기과장을 넘어 남녀의 성교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기도 한다. 원시사회에서부터 이어져 온 성기숭배사상과 다산사상에서 유래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로콩 아다와 로콩 아마를 신성시 여겨,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 이 나무 인형을 건드리게 되면 자신과 마을에 큰 불행이 닥친다고 믿는다.

아카족 신화에 따르면 예전에는 인간과 신이 함께 생활을 했는데, 서로의 세계가 갈라지게 되면서 인간과 신이 사는 세상을 구분하기 위해 로콩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간과 신이 함께 어울려 살 때, 인간은 낮에 밭을 갈고, 신들은 밤에 자신들의 밭을 갈았다. 그런데 어느 날 신들이 인간들 집에 몰래 들어가 달걀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들은 신들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쳤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인간과 신의 다툼은 커졌고, 인간과 신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를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마을에, 신은 숲에 살기로 했다고 한다.

아카족 사람들은 이 문을 통해서만 마을 밖으로 나가고, 또 돌아온다. 만약 이 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나쁜 영혼이 그 사람에게 스며들어 사람을 병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은 새해 행사 때마다 새로 만들어진다.

즈타 무써(여·55)씨는 “점차 문명을 받아들이고, 부족 중 일부가 기독교를 믿게 되면서 전설이나 신화를 통해 내려오는 아카가 지켜야할 것들을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미신을 떠나 점차 우리의 것들이 잊히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