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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지혜로 온누리 광명을” … 무사 기원하며 경건한 하루
[7부 태국편] ③ 카렌족의 ‘부다스 데이’
95%가 불교 신봉… 1년중 3일 불교 관련 공휴일
2014년 03월 17일(월) 00:00
태국 람푼 리 지역 훼이똠 마을 카렌족들이 마을 내 ‘씨 위앙 차이 파고라’에서 탑돌이 행사를 끝내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훼이똠 마을 카렌족들은 매달 음력 보름 마다 부처의 탄생과 입적을 기리는 ‘부다스 데이’ 행사를 연다.
태국에서 불교는 신앙을 넘어 하나의 일상이나 다름없다. 전 국민의 95%가 불교도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불교와 인연을 맺어온 태국 국민들에게 불교는 이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생활 깊숙이 뿌리내렸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어디를 가더라도 눈에 띄는 화려한 불교 사원이다. 특히 아무리 작은 규모여도 황금빛으로 치장돼 있을 만큼 정성과 막대한 인력, 예산이 투입된 것을 볼 수 있다.

국가지정 공휴일만 보더라도 태국 국민들의 불교에 대한 신념을 엿볼 수 있다. 1년 중 불교와 관련된 공휴일은 크게 부처가 제자들에게 설법을 한 뒤 자신이 곧 입적할 것이라고 예언한 ‘마카 부차(Makha Bucha Day)’, 또 한국의 부처님 오신 날과 같은 ‘위싸카 부차(Wan Visakha Bucha Day)’, 부처의 최초 설법기념일인 ‘아살라 부차(Asalha Bucha Day)’ 등 3개가 있다. 이외에도 승려들의 참선에 들어가는 ‘입법당일’과 참선을 끝내는 ‘출법당일’도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가장 큰 공휴일은 부처님 오신 날(태국 음력 4월15일)이다. 이날은 태국 전역에서 술 판매가 금지될 정도로 국민 모두가 경건하게 하루를 보낸다. 부처의 탄생, 부처의 가르침과 깨달음, 그리고 부처의 입적을 기념하기 위한 날로 가족들과 사원을 찾아 봉양하고, 탑 돌기 의식을 진행하거나 스님의 가르침을 듣는다.

태국 람푼 리 지역 훼이똠 마을에 사는 카렌족에게도 부처는 특별한 존재다. 티벳과 고비사막을 거쳐 미얀마에 정착했다가 다시 태국으로 들어온 그들에게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하나 특이한 점은 태국에서는 ‘부다스 데이’ 기념식을 부처님 오신 날 등 공휴일에만 행사를 치르는 것과 달리 이 마을에 사는 카렌족은 매달 음력 보름마다 부처님의 탄생과 가르침, 그리고 입적을 기리고 있다는 것이다.

카렌족의 부다 데이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여성들은 이른 새벽 일어나 직접 농사지은 쌀로 밥을 하고, 정성껏 반찬을 준비한다. 이후 준비한 음식과 직접 꺾은 꽃을 들고 훼이똠 마을에 있는 ‘리푼 차이’ 사원으로 향한다. 이 사원은 카렌족이 정착하게 된 계기가 된 승려들이 만들었다. 그리고 승려들의 발우에 준비한 음식을 조금씩 나눠 담는다. 라오스 스님들이 매일 아침 발우통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탁발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리푼 차이 사원 곳곳에 비슈누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는 것. 힌두교 신화에서 부처는 비슈누의 화신으로 나온다. 비슈누는 모두 10가지 화신으로 나타나는데 그중 9번째가 바로 부처다. 또 비슈누의 6번째 화신은 인간의 모습을 한 라마인데 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국왕이 라마라고 생각한다. 태국 국민들이 국왕을 존경하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이날은 모든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승려들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화가 변화면서 오전 탁발 행사와 저녁에 행해지는 탑돌이 행사 위주로 진행된다.

부다스 데이의 하이라이트인 탑돌이는 훼이똠 마을 끝에 있는 ‘씨 위앙 차이 파고라’에서 진행된다. 행사는 해가 저문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됐다. 이날 하늘 높이 뜬 환한 보름달이 씨 위앙 차이 파고라를 비추고, 탑 곳곳에서 은은한 조명이 빛을 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해가 저물자 마을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씨 위앙 차이 파고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탑돌이 의식은 주민들 스스로 진행하지만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다.

씨 위앙 차이 파고라 입구를 들어서자 10m 높이의 부처상이 눈에 들어왔다. 카렌족 사람들은 입구를 들어서면서 신발을 벗고 이 부처상에 예를 올린 뒤 내부로 들어섰다. 부처상 뒤편으로 큰 황금 불탑이 놓여 있다. 황금 불탑은 30~40m 정도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탑 아래 곳곳에는 연꽃무늬와 승려들의 조각상이 장식돼 있다.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한 이 불상은 그동안 태국에서 존경받았던 승려들이라고 한다.

탑돌이는 입구를 들어선 사람들이 탑에 절을 올린 뒤 두 손을 합창하고 자유롭게, 또는 무리지어 탑을 도는 행사다. 중요한 것은 이때 탑이 자신의 오른쪽에 있도록 시계 방향, 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야 한다는 것. 태국에서 오른쪽은 존경을 표현하는 방향이다. 단 사람이 죽었을 때는 반대 방향으로 돈다고 한다. 탑은 지름만도 25~30m는 족히 돼 보였다.

친구, 가족끼리 탑을 도는 사람들도 있고, 부족별로 무리를 지어 탑을 도는 카렌족도 있었다. 한 마을 주민들은 작은 심벌즈, 꽹과리와 같은 악기 소리에 맞춰 돌았고, 그 일행 앞에서 한 남성이 카렌족의 전통 춤인 칼춤을 추기도 했다.

탑 주변에는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종이 놓여 있었다. 주민들이 탑을 돌다가 그 종을 자연스럽게 치자 파고라 내부에 깊은 울림을 주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탑돌이를 마친 주민들이 파고라를 떠나지 않고 모여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라이완 암맛(여·48)씨는 “저도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매달 보름에 탑을 돌면서 소원을 빌었고, 또 마음을 비웠다”며 “소원은 개인의 욕심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고, 카렌족들은 다음 생애를 믿기 때문에 스스로가 선행을 베풀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빈다”고 말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