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수해 1년, 국가의 책무를 되돌아봐야-김순호 구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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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수해 1년, 국가의 책무를 되돌아봐야-김순호 구례군수
2021년 08월 11일(수) 07:00
유례없는 수해가 섬진강변의 도시들을 할퀸 지 1년이 지났다. 2020년 8월 섬진강댐, 용담댐 등 댐 하류 지역 17개 시군에서 1만 명의 주민들이 1조 원이 넘는 홍수 피해를 입었다. 구례에서는 전 세대의 10%에 달하는 가구가 침수되었고 114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액만 1807억 원에 달한다.

섬진강변의 평화로운 도시들은 전쟁터처럼 참혹했다. 수마가 휩쓸고 간 뒤에 남은 것은 생활·농업·축산·공업 폐기물이 섞인 진흙탕과 쓰레기로 변해 버린 생활의 터전이었다.

2만 60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과 군 장병, 군민들의 노력으로 수해 쓰레기를 치울 수 있었다. 그러나 수해 주민들에게 남은 것은 막막함뿐이었다. 재난지원금, 수재의연금, 재해구호기금 등이 총 150억 원 규모로 지급되었으나 막대한 피해에 비하면 10% 수준이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그 출발선부터 빚이라는 족쇄를 차고 걸어가야 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생계는 수마와 함께 덮쳤던 진흙탕 속에 잠겨 있다. 구례에서만 48가구가 여전히 임시 조립주택에서 지내고 있으며, 빚은 이자와 함께 매일매일 무거워지고 있다.

그 고통은 분노와 함께 더해졌다. 주민들은 섬진강 댐 과다 방류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해 왔다. 섬진강댐이 최대 방류량인 1800톤을 방류하겠다고 7분 전에 통보 받은 주민들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게다가 섬진강댐이 예년보다 6m 높은 수위를 유지하고, 사전 방류를 하지 않았으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보조여수로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국회의 국정감사와 전문가들을 통해 전달됐다.

정부는 거듭 공명정대한 원인 조사를 약속해 왔다. 수재민들은 조사 결과만을 바라보며 1년을 기다려왔다. 최근 수해 원인 조사용역을 맡은 수자원학회가 작년 수해는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발표하자 책임을 회피하는 보고서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책임 소재 공방이 이어진다면 배상이 지연되고 그 고통은 수재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며 추석 전 100% 국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댐 관리 부실이 자명한데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수자원학회는 이번 수해의 원인으로 집중호우 및 댐 운영관리 및 관련 제도 미흡, 댐·하천 연계 홍수 관리 미비, 하천의 예방 투자 및 정비 부족 등을 꼽았다.

국가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국가 차원의 배상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1년을 버텨온 수재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수재민들의 입장에서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일이다.

재발 방지 대책도 시급하다. 특히 섬진강댐의 홍수 조절 용량은 전국 평균의 40% 수준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의 홍수 관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댐 관리 운영 목적을 이수에서 치수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섬진강댐은 관리 용량이 부족해 하류 지역 피해 발생의 우려가 가장 크다. 이는 섬진강유역환경청을 신설해서 더욱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요 하천에 대한 국가의 일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현재 국가하천은 국토부가, 주요 지방하천은 광역지자체가 관리 주체이다. 서로 홍수 방어 기준이 최대 150년 빈도까지 차이가 나 취약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자원학회도 국가하천 수위 영향을 받는 지방하천 구간은 국가가 일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만큼 이에 대한 신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섬진강 수해는 기후변화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력한 교훈을 남겼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게 된다. 뼈아픈 상처를 입었던 만큼, 이를 반면교사 삼아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 안심할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이 이미 흘린 눈물은 닦아주고,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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