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낙찰가 미리 빼내고 조작해도 한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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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낙찰가 미리 빼내고 조작해도 한전은 몰랐다
광주지검 ‘한전 입찰 비리’ 수사 결과 보니
2015년 05월 22일(금) 00:00
지난 2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허술한 입찰 시스템 문제가 드러난 이후 검찰이 약 3개월에 걸쳐 대대적으로 입찰 관련 비리를 수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10년 간 2709억원 규모의 전기 공사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낙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낙찰로 공사를 수주한 업체들이 수수료만 떼먹고 하청업체들에게 넘기면 이들은 부족한 전문 인력·장비 등을 메꾸기 위해 자격증과 장비를 빌려와 공사를 진행하는 등 부실한 구조가 10년 째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음에도 한전은 전혀 파악조하 못하는 등 무능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전 KDN 파견업체 직원 등 23명 구속=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봉수)는 21일 한전 입찰 시스템 조작 비리 사건과 관련, 26명(구속 23명)을 재판에 넘기고 달아난 1명을 쫒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긴 26명은 한전 KDN 파견업체 전 직원 박모(40)씨 등 4명(구속), 주모(39)씨 등 알선 브로커 3명(구속), 이모(54)씨 등 공사업자 20명이다. 지난 2월 파견업체 전 직원 4명과 브로커 2명 구속 이후로는 21명이 추가로 적발됐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들이 한전의 입찰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 낙찰가를 알아내거나 조작하는 방법으로 지난 2005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133건(계약총액 2709억원)의 공사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낙찰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통하면 틀림없다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광주·전남 뿐 아니라 인천, 대구, 경기, 충남 등의 전기 공사 업체들도 이들과 접촉, 낙찰가를 사전에 알아내 공사를 수주하고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조작책들이 이들에게 받아 챙긴 돈만 83억원에 달했고 공사조차 하지 않고 알선해주는 대가로만 브로커들이 챙긴 금액도 53억원에 이르렀다.

한전 전기 배전공사의 경우 한 번 입찰로 향후 2년간 영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다, 낙찰을 받은 뒤 다른 업체에게 하청을 주고 대가를 받을 수도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전기 업계에서는 ‘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검찰은 “하도급 업체의 이익률을 10% 수준으로 추산하면 원가의 60∼70% 비용만으로 공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전기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전, 불법 낙찰 45건 계약 취소, 40명 징계=한전은 검찰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불법 낙찰을 받아 공사가 진행중인 700억원 규모 45건의 계약을 전면 파기하고 조속히 재입찰을 실시키로 했다. 한전은 이미 검찰 중간 수사 발표 과정에서 불법 낙찰 연루 여부가 드러난 8개 업체(15개 공사)와의 계약을 전면 무효화하는 한편, 이들에 대해서는 최대 2년 간 입찰 참가 제한 조치를 취한 상태다. 최근까지 고수했던 ‘최종 확정 판결 전 재입찰 불가 방침’을 바꿨다는 점에서 국내 최대 공기업이 협력업체의 비리 연루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없이 지위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전은 또 입찰 시스템 조작 비리와 관련, 부실한 입찰·계약·공사 관리 등의 책임을 물어 처장급 1명 등 정직 2명, 감봉 4명, 견책 8명 등에 대한 징계 절차를 마무리한 데 이어 26명을 직위해제하는 방안을 진행중이다. 한전 KDN측도 19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대검에서 추진하는 ‘클린 피드백 시스템’을 지역 최초로 도입, 한전·자치단체·전기공사협회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기관별로 시행하기로 했다.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불법 하도급 단속 및 불법 하도급 관련 행정처분을 강화할 것을 건의했다.

한편, 한전 측은 입찰 시스템 조작 비리 사건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계량화하기 힘들지만 불법 낙찰에 따라 다시 진행되는 재입찰 비용(9000만원 수준) 등을 계량화해 KDN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의 근거로 삼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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