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집배원 ‘꿈’도 배달합니다
광주 인디신 대표 뮤지션
펑크록 밴드 ‘투파이브’ 권선제 씨
집배원 일상 그린 ‘나는…’ 등 발표
평일엔 우편 배달·주말엔 음악 활동
록 페스티벌서 관객과 만나고 싶어
펑크록 밴드 ‘투파이브’ 권선제 씨
집배원 일상 그린 ‘나는…’ 등 발표
평일엔 우편 배달·주말엔 음악 활동
록 페스티벌서 관객과 만나고 싶어
![]() 집배원으로 근무 중인 모습. |
“아침 햇살보다 먼저 일어나/ 빨간 가방을 메고 희망을 찾아간다/(중략)/ 사랑도 이별도 누군가의 아픔도/ 다 소중한 추억이 될 거야”(투파이브 ‘나는 집배원’ 중)
낮에는 광주 북구 골목골목을 오토바이로 누비며 우편물과 택배를 배달하고, 밤이 되면 베이스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오른다. 편지와 노래를 함께 배달하는 삶. 집배원이자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권선제(33) 씨의 이야기다.
펑크록 밴드 ‘투파이브’의 베이시스트 겸 보컬로 활동 중인 그가 최근 집배원의 일상을 소재로 한 곡 ‘나는 집배원’ 등을 수록한 EP ‘그렇게 지나갔던 날’을 발표했다.
기자는 지난 8일 오전 광주 북구 전대후문 라이브클럽 ‘부드러운 직선’에서 권 씨를 만나 집배원으로서의 일상과 뮤지션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광주 인디신에서 15년 가까이 활동해 온 그는 스스로를 ‘노동하는 록커’라고 소개한다. 권 씨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시작된다. 오전 7시께 출근해 등기우편과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배달 순서에 맞춰 다시 정리한다. 준비를 마치면 우편물을 오토바이에 싣고 현장으로 나선다. 일반 우편물부터 등기, 소형 택배까지 그의 손을 거쳐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그는 다시 ‘뮤지션’의 얼굴로 돌아간다. 동료들과 작업실에 모여 곡을 다듬고 공연 준비에 몰두한다. 광주를 거점으로 서울과 대전, 거제 등 전국 곳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들의 음악을 기다리는 록 팬들과 꾸준히 호흡하고 있다.
권 씨는 이 바쁜 이중생활에 대해 “오히려 즐겁다”며 “집배원으로서의 일상이 음악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음악이 노동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웃었다.
이번 신곡 ‘나는 집배원’은 그가 현장에서 마주한 감정들을 담은 곡이다. 권 씨는 “집배원 노래를 제대로 쓰고 싶었는데 막상 잘 안 나오더라”며 “어딜 가면 누가 반겨주고 하는 식으로 쓰면 너무 일기처럼 돼서, 일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포괄적으로 담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얼굴들이 곡의 모티브가 됐다. 집배원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떡이나 음료를 챙겨주는 어르신도 있고, 합격증이나 자격증을 받아 든 젊은이도 있다. 반면 내용증명이나 파산 관련 서류를 받아 들고 굳은 표정을 짓는 이들도 만난다. 그는 “일을 하면서 집배원은 행복도 절망도 함께 배달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래를 들은 동료들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권 씨는 “집배원 이야기를 다룬 노래가 흔치 않다 보니 무겁지 않은 곡인데도 가슴이 뭉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후배 중에는 ‘듣다가 울었다’고 연락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오랜시간 활동하며 로컬 인디신을 대표하는 뮤지션이 된 그의 출발점은 고등학교 밴드부였다. 목포공고 시절 처음 들은 크라잉넛의 음악은 그에게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그는 “‘개가 말하네’ 같은 곡들을 들으며 음악이 문학에 가깝다고 느꼈다. 같은 가사를 읽어도 날마다 감정이 달라지는 게 신기했고, 악기 소리에도 감정이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광주로 터전을 옮긴 뒤에는 본격적으로 인디신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밴드는 2010년 ‘매치포인트’로 출발해 2015년께 ‘투파이브’로 팀명을 바꿨다. 멤버 교체를 거쳐 현재는 권 씨와 기타리스트 정찬영(25)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음반 4장을 발표했으며, 싱글 음원과 컴필레이션 앨범 참여 등으로 꾸준히 음악을 선보여 왔다.
물론 ‘음악으로 먹고 사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20대 중반 그는 음악 강사로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보냈지만, 그 여유가 오히려 음악을 메마르게 만들었다. 권 씨는 “오후 시간이 너무 비어 있으니 PC방이나 술자리로 가게 되고 어느 순간 음악이 재미없어지더라”며 “안 되겠다 싶어서 노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직장을 거치던 그는 우연히 친해진 집배원들의 권유로 우체국 시험을 준비했고, 2020년 봄 집배원으로 발령을 받아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고정 수입이 생기니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별의별 일을 겪는 이 일이 지금은 즐겁다”고 말했다.
권 씨가 꿈꾸는 것은 더 큰 무대다. 그는 “광주에서 인정받고 싶고, 전국 록 페스티벌 같은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방향을 잃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돈을 쫓으면 음악이 거짓이 된다”며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떻게 하면 더 공감받을지를 고민하면서 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집배원으로서 매일 누군가의 소식을 전하듯, 그는 무대 위에서도 자신이 느낀 삶의 감정을 음악으로 전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낮에는 광주 북구 골목골목을 오토바이로 누비며 우편물과 택배를 배달하고, 밤이 되면 베이스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오른다. 편지와 노래를 함께 배달하는 삶. 집배원이자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권선제(33) 씨의 이야기다.
기자는 지난 8일 오전 광주 북구 전대후문 라이브클럽 ‘부드러운 직선’에서 권 씨를 만나 집배원으로서의 일상과 뮤지션으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광주 인디신에서 15년 가까이 활동해 온 그는 스스로를 ‘노동하는 록커’라고 소개한다. 권 씨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시작된다. 오전 7시께 출근해 등기우편과 택배 물량을 분류하고, 배달 순서에 맞춰 다시 정리한다. 준비를 마치면 우편물을 오토바이에 싣고 현장으로 나선다. 일반 우편물부터 등기, 소형 택배까지 그의 손을 거쳐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권 씨는 이 바쁜 이중생활에 대해 “오히려 즐겁다”며 “집배원으로서의 일상이 음악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음악이 노동을 이어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웃었다.
이번 신곡 ‘나는 집배원’은 그가 현장에서 마주한 감정들을 담은 곡이다. 권 씨는 “집배원 노래를 제대로 쓰고 싶었는데 막상 잘 안 나오더라”며 “어딜 가면 누가 반겨주고 하는 식으로 쓰면 너무 일기처럼 돼서, 일을 하면서 느낀 감정을 포괄적으로 담아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얼굴들이 곡의 모티브가 됐다. 집배원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떡이나 음료를 챙겨주는 어르신도 있고, 합격증이나 자격증을 받아 든 젊은이도 있다. 반면 내용증명이나 파산 관련 서류를 받아 들고 굳은 표정을 짓는 이들도 만난다. 그는 “일을 하면서 집배원은 행복도 절망도 함께 배달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우체국 집배원이자 펑크록 밴드 ‘투파이브’의 리더 권선제 씨가 최근 새 EP ‘그렇게 지나갔던 날’을 발표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권선제 씨. <본인 제공> |
오랜시간 활동하며 로컬 인디신을 대표하는 뮤지션이 된 그의 출발점은 고등학교 밴드부였다. 목포공고 시절 처음 들은 크라잉넛의 음악은 그에게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그는 “‘개가 말하네’ 같은 곡들을 들으며 음악이 문학에 가깝다고 느꼈다. 같은 가사를 읽어도 날마다 감정이 달라지는 게 신기했고, 악기 소리에도 감정이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광주로 터전을 옮긴 뒤에는 본격적으로 인디신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밴드는 2010년 ‘매치포인트’로 출발해 2015년께 ‘투파이브’로 팀명을 바꿨다. 멤버 교체를 거쳐 현재는 권 씨와 기타리스트 정찬영(25)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음반 4장을 발표했으며, 싱글 음원과 컴필레이션 앨범 참여 등으로 꾸준히 음악을 선보여 왔다.
물론 ‘음악으로 먹고 사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20대 중반 그는 음악 강사로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보냈지만, 그 여유가 오히려 음악을 메마르게 만들었다. 권 씨는 “오후 시간이 너무 비어 있으니 PC방이나 술자리로 가게 되고 어느 순간 음악이 재미없어지더라”며 “안 되겠다 싶어서 노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후 여러 직장을 거치던 그는 우연히 친해진 집배원들의 권유로 우체국 시험을 준비했고, 2020년 봄 집배원으로 발령을 받아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고정 수입이 생기니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별의별 일을 겪는 이 일이 지금은 즐겁다”고 말했다.
권 씨가 꿈꾸는 것은 더 큰 무대다. 그는 “광주에서 인정받고 싶고, 전국 록 페스티벌 같은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방향을 잃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돈을 쫓으면 음악이 거짓이 된다”며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어떻게 하면 더 공감받을지를 고민하면서 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집배원으로서 매일 누군가의 소식을 전하듯, 그는 무대 위에서도 자신이 느낀 삶의 감정을 음악으로 전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