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의 해법은 식탁에 있다 - 이광일 농협중앙회 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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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의 해법은 식탁에 있다 - 이광일 농협중앙회 전남본부장
2026년 02월 09일(월) 00:20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3.9kg으로 나타났다. 1995년(106.5kg)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로 장기간 지속된 쌀 소비 감소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쌀을 더 먹자”는 구호만으로는 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이제 쌀 소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전환의 출발점은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밥 문화에 있다. 최근 직장 문화는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며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직장인들은 운동 등 취미 활동과 자기계발 시간, 즉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분명히 늘어났다. 이에 비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저녁보다 오히려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아침이 모든 가족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마주 앉아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러한 아침의 의미를 되짚을 때 아침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역시 달라져야 한다.

첫째, 아침밥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공유하는 소통의 시간이다. 아침 식탁의 본래 가치는 음식의 간편함에 있지 않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바로 함께하는 아침 식탁이다.

둘째, 아침밥은 건강한 하루의 출발선이다. 체중 관리나 바쁜 일정 때문에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아침 결식이 오히려 대사 기능 저하와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쌀을 중심으로 한 균형 잡힌 아침 식사는 혈당을 안정시키고 오전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셋째, 아침밥은 미래 세대의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서도 규칙적인 아침식사는 학습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과 서울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아침을 거르는 청소년은 집중력과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농업은 국가의 중요한 기반 산업이자 식량안보 산업으로 그 중심에 쌀이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쌀 부족 사태는 식량 수급 불안이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쌀 가격은 10kg당 8000엔(원화기준 7만 4000원) 내외까지 급등했는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 쌀 10kg 소비자 가격이 3만 5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로 쌀이 국가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물론 쌀값 안정을 위한 각종 쌀 소비 촉진 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쌀 소비를 ‘의무’나 ‘운동’으로만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아침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쌀을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 간 소통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문화가 정착될 때, 쌀 소비를 위해 억지로 만드는 목표가 아니라 가족과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생활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농심천심(農心天心) 운동’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 식탁은 농심천심의 또 다른 실천 방식이다. 아침밥을 함께 먹는 일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농업의 미래를 위해 공감하는 가장 생활 밀착형 실천이다. 식탁 위의 밥 한 그릇에는 농업·농촌의 가치가 담겨 있고 이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곧 농업을 지키는 힘이 된다.

결국 우리가 필요한 것은 ‘아침밥을 먹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쌀 소비를 바라보는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농심천심의 가치 위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회복할 때 쌀 소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쌀값 안정으로 이어진다. 이는 농업인 소득 증가와 농업의 지속 가능성 강화로 연결되며 나아가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농업 인구 유입의 토대가 된다. 쌀 소비의 해법은 밥그릇이 아니라 식탁에 있다. 가족이 함께하는 아침 식탁 위에서 우리의 건강과 관계 그리고 국가 기반 산업인 농업의 미래가 함께 자라고 있다.

이제 쌀 소비 정책 역시 ‘얼마나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아침 식사 문화를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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