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이방인 아닌 이웃… 포용해야 진정한 ‘다문화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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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이방인 아닌 이웃… 포용해야 진정한 ‘다문화시대’
[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13> 공존 위한 과제
이주인구 광주 5만864명·전남 9만9546명
영암, 전체 21.1%·완도 14.1·진도 13.3%
체류관리 대상 아닌 지역주민 인식 전환 필요
유학생, 취업 지원 등 산·학·관 협업 중요
이주민, 이민 정책→지역 정주정책 전환을
농업·산업 현장 내 ‘인권 감수성’ 필수적
2025년 12월 15일(월) 08:30
영암 대불산단내 근로자들이 전기오토바이를 타고 저마다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영암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9673명으로 전남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일보 DB>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이주배경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국내 이주배경인구는 271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주배경인구는 본인 또는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외국인은 물론, 귀화를 했거나 이민 2세, 본인이나 부모가 국적법상 국적 판정을 받았거나 해방 이후 탈북한 자 등이 포함된다.

이주배경인구는 대한민국 총 인구의 5.2%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외국인 주민 비율 5%를 ‘다문화사회’ 진입을 알리는 임계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셈이다.

광주·전남도 마찬가지다. 전남의 이주배경인구는 9만9546명, 광주는 5만864명이었다.

전남의 이주배경인구는 국내 전체 이주배경인구 중 3.7%에 불과했지만, 고령화와 청년유출 등으로 인한 지역 소멸위기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당장, 전체 인구 중 이주배경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전국 10개 시·군·구에 전남 3곳이 이름을 올렸다. 영암군은 전체 주민의 21.1%가 이주배경인구였다. 전국 1위다. 완도군도 14.1%로 7위, 진도군(13.3%)은 9위 였다.

통계가 보여주듯, 광주와 전남 공동체 곳곳에서 외국인은 우리와 협력,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온전한 다문화사회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이주민을 ‘체류관리’의 대상이 아닌 공생하는 지역주민이라고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지역정주정책,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지원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내 이주민 인구 구성의 다양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현재 광주·전남 지역 내 이주민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며 “기존 지자체에서 주력해 지원하던 결혼이민자(전남)나 재외동포(고려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특히 도시와 농어촌 거주 이주민의 유형은 산업 및 교육 기반에 따라 지역적 차이가 발생하므로 이러한 지역의 맥락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고 봤다. 정책 수립에 있어 지역 내 이주민 현황과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와 연구가 선행되고 증거기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특히 이주민이 ‘체류관리’의 대상이 아닌 공생하는 지역주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단순히 체류하고 떠날 외국인이 아닌 지역공동체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지역주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정주와 통합을 지원해야 한다”며 “통합은 이주민에게만 부여된 일방향적 책임이 아닌 지역민들 또한 이주민을 수용하고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며 포용하는 양방향적상호적 과정이다”고 밝혔다. 통합은 이주민이 보금자리를 트는 장기간 과정인만큼, 시간적 요소를 고려한 장·단기 정책이 차별적으로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인구감소지역의 유학생과 이주노동자를 지역의 인구문제 해결책으로 보는 도구적 접근에서 벗어나야할 필요성도 있다고 봤다.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청년의 지역 정착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광주시 광산구 ‘광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지역 거주 이주민들에게 9개 언어 통·번역 및 체류·노무·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신 교수는 이를 위해 “유학생의 경우, 현재 지역대학이 주력하는 유입책에 집중되어 있는데, 졸업 후 지역 산업체로의 취업과 가족을 구성하여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대학-지방정부-지역 산업체 간의 연계와 협업이 중요하다”며 “최근 도입된 지역특화형 비자나 광역형 비자제도, 우수인재 패스트트랙제도(K-STAR)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졸업한 유학생들의 취업과 주거 등 지역정착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지역 내로 유입된 외국인 청년들도 정해진 거주기간 후 타지역으로 유출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주민 대상 정책을 이민정책이 아닌 지역정주정책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신 교수는 “이주민들은 한국 입국 후 지역사회에 발을 딛고 삶을 영위하게 된다”며 “따라서 지역사회 내 이주민이 성원으로 인정받고 ‘지역주민’으로 살아가는 문제는 국가에 의해 부여된 법적 시민권이나 이민정책이 아닌 거주지주의에 기반한 지역정주 정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함께 이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통로의 확보 필요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오사카시의 공익재단법인 오사카국제교류센터 우메모토 사무국장은 “일본정부의 다문화 공생의 정의는 국적이나 민족 등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면서,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문화나 습관이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 아래, 일본인만, 외국인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손을 맞잡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메모토 사무국장은 이어 “결국 ‘동행’과 ‘공생’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내국인을 대신해 ‘위험한 일’의 최전선에 서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제언도 들을 수 있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아직까지 이주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랫사람, 이방인이다. 사업주는 ‘내가 돈을 주고 너를 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아직까지 외국인을 상대하는 한국인의 개념이 아쉽게도 그러하다”며 “이주노동자 인식개선이 우선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산언 현장 내 ‘인권 감수성’이 필수적이라는 게 문 센터장의 설명이다.

문 센터장은 “올해 들어서만 일손이 부족한 농업현장에 계절근로자 2만명이 들어왔지만, 이들은 우리 말을 할줄 모른다”며 “얘길 들어보면 이들에게 함부로하는 내국인이 많다. 우리들의 반성과 내부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례 제정, 법 제도화를 기본으로 하되, 이에 앞서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캠페인과 교육 등이 동반돼야한다고도 했다.

문 센터장은 “우리나라에는 300만 가까운 이주민이 들어와 있다”며 “이 같은 현실에 걸맞는 제도적 방침과 법 제정, 인식개선이 아직까지는 부족하다. 이주민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다문화시대라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끝>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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