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마일리지 - 박진표 경제부장
  전체메뉴
항공 마일리지 - 박진표 경제부장
2025년 10월 16일(목) 00:20
마일리지 제도는 1981년 미국 아메리칸항공이 처음 도입했다. 단골 승객을 붙잡기 위한 단순한 ‘포인트 적립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곧 ‘하늘길의 화폐’로 불리며 항공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는 1989년 대한항공이 ‘스카이패스’를 시작했고 1990년대 초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나클럽’으로 맞서며 양강 체제가 굳어졌다.

초창기 마일리지는 단순했다. 항공편을 이용하면 비행거리만큼 쌓이고 일정 마일 이상 모으면 공짜 항공권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용카드사들이 가세하며 판이 커졌다. 카드사들은 경쟁적으로 항공사에 막대한 현금을 주고 마일리지를 구매한 뒤 고객에게 카드 사용 포인트로 제공했다. 마일리지가 단순한 여행 서비스를 넘어 ‘포인트 경제’의 중심으로 들어선 것이다.

마일리지는 소비자에게 무료 항공권을, 항공사에겐 현금을 안겨주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상대적으로 고객 불만도 쏟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쌓기는 쉬운데 쓰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행 성수기 마일리지로 탈 수 있는 좌석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였고 인기 노선은 아예 좌석 배정조차 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10년 후 자동소멸’되는 규정이 신설돼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엔 일부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대량 판매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치 하락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1마일의 가치는 각 항공사의 정책에 따라 달라졌고 무료 항공권 혜택도 갈수록 멀어졌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말 많고 탈 많은 마일리지를 통합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 고객이 10년간 기존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제휴 적립분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1대 0.82 비율을 적용한다.

국내 양대 항공사 통합으로 마일리지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점은 반길 만 하다. 문제는 마일리지 제도의 고질병인 추락한 신뢰 회복 여부다. 소비자의 충성도를 겨냥한 발명품이지만 그동안 불신만 쌓아왔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마일리지 통합에 앞서 투명하고 공정한 좌석 배정 등 하늘길 화폐의 신뢰 회복을 기대해 본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