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갑질에…車 정비업체 70% 수리비 삭감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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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갑질에…車 정비업체 70% 수리비 삭감 경험
중기중앙회 정비사 307곳 실태조사…비용 지급 지연·미지급도 많아
삼성화재·DB손보 등 감액 강요 높아…업체·보험사 간 표준약정서 필요
2025년 08월 27일(수) 18:57
자동차 정비업계가 최근 3년간 경험한 불공정 행위.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국내 자동차 정비업체 상당수가 보험사로부터 수리비를 삭감당하는 등 불공정 거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비 감액 사유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거나 정비 과정의 정당한 비용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자동차 정비업계·보험사 간 거래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업체 중 70% 이상이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감액을 경험했다.

정비업체들이 겪은 감액 사유는 주로 판금·도색 비용 불인정, 정비 항목 일부 제외, 작업 시간 과도 축소, 신차종 정비 기준 미협의 등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별 최근 3년간 감액 경험 비율은 삼성화재가 71.2%로 가장 높았고, DB손해보험 70.8%, 현대해상·KB손해보험이 각각 69.8%였다.

단순 건수뿐 아니라 금액 측면에서도 감액 비율이 상당했다. 평균 감액 비율은 삼성화재 10.1%, DB손해보험 10.0%, 현대해상 9.9%, KB손해보험 9.6%로 집계됐다.

정비업계는 이러한 감액이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지고 있어 대응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감액뿐만 아니라 지급 지연·미지급 문제도 많았다.

최근 3년간 수리비를 아예 받지 못한 건수는 DB손해보험이 1049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화재(729건), 현대해상(696건), KB손해보험(228건)이 뒤를 이었다.

미지급 금액으로 환산하면 현대해상이 7억 5446만 7000원, 삼성화재 6억 939만 9000원, DB손해보험 3억 7087만 5000원, KB손해보험 1억 9527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급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지연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관행이 만연했다. 계약서상 지급 기일을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 없이 늦게 지급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또 보험사와 거래 과정에서 경험한 불공정 행위 유형을 복수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30일을 초과하는 정비 비용 지연 지급 및 지연 이자 미지급’이 66.1%로 가장 많았다. 통상적인 작업시간·작업 공정 불인정(64.5%), 정비 비용 일방 감액(62.9%), 보험사가 받아야 할 차주의 자기부담금을 정비업체가 대신 받도록 강요(50.2%), 특정 청구 프로그램 사용 강요(41.4%) 등이 뒤를 이었다.

불공정 사례가 반복되면서 정비업체들은 계약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었다.

정비 요금을 산정할 때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협의해 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지만 여전히 26.8%~27.2%는 ‘보험사 자체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답했다. 사실상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정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정비 완료 후 대금 정산 기간에 대해서는 ‘10일 이내 지급’ 응답이 61.2%~65.8%로 가장 많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기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정비업체 95.4%는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표준약정서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표준약정서에 포함돼야 할 항목으로는 ▲수리비 삭감 내역 요청 시 공개(89.6%) ▲수리비 청구·지급 시기(87.3%) ▲수리비 지연 지급 시 지연이자 지급 규정(86.3%) ▲수리비 지불 보증(84.7%) 등이 꼽혔다.

업계는 이를 통해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거래 관행을 투명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자동차 정비업계와 보험사 간 거래에서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투명한 거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표준약정서 도입 등 제도 개선과 정부 차원의 수리비 산정 기준 표준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자동차 정비업체 307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7월 1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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