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책임과 집합적 효능감- 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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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책임과 집합적 효능감- 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2025년 06월 24일(화) 00:00
새 정부가 출범하며 비로소 악몽에서 깨어난 듯하다. 어느 정도 일상의 감각이 돌아오고 국내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많은 시민들이 여유로운 마음을 되찾았지만 나라의 일을 맡은 분들은 막중한 책임감에 밤잠을 설칠 것이다. 새 정부의 출발을 축하하며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시민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새 정부의 국정 구상이 바쁘게 이루어지는 요즘, 재난 연구에서 회복력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는 책임과 집합적 효능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영어에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공공적 책무성(accountability), 법적 책임(liability), 그리고 더 넓은 의미의 책임(responsibility)등 다양한 어휘로 존재한다. 학교에서 학과장으로서 한 조직의 책임을 맡다 보니, 책임의 범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법적 책임, 통상적 업무 수준의 책임은 물론, 그 너머의 책무성과 도덕적 책임, 그리고 응답능력(response-ability)의 영역이 있다. 단순히 수업과 지식 교육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탐색해보며 열린 세상을 만나며 자신의 역량을 펼쳐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권한이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영역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길을 모색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현재 우리 청년들은 엄청난 압박과 경쟁 속에서 성장과 기회가 축소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세계의 확장과 역량 도약의 기회는 물론 한계가 있고, 모든 학생에게 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생들이 넓은 세상을 만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획서를 쓰고, 외부 공모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며, 다양한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모든 경로를 탐색해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비로소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권력은 책임을 법적 또는 관료제적 통상 책임의 영역으로만 협소하게 인식하고 최소주의로 작동했다. 그 결과 사람을 살리지 못했고 억울한 죽음과 참사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이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한 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느린 재난’ 연구팀에서 연구하고 있는 재난 회복력 사례를 보면 집합적 효능감이 공동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중요한 변수이다. 심리학자 반두라와 사회학자 로버트 샘슨이 발전시킨 개념인 집합적 효능감은 구성원들이 함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과 행동을 공유하는 집단적 능력이다. 이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힘과 의지를 바탕으로 공통의 방향성을 설정하며 사회를 개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단 차원의 효능감으로, 잘못된 일이 있을 경우 공동체가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신뢰와 행동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리더들의 끊임없는 조율과 모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여러 문제에 주목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상충하는 이해와 정서를 조율하며, 함께 문제에 대한 응답능력을 키우고 해결해가는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작년 겨울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날, 여의도 국회 앞 광장은 노동자, 아리셀 참사 유족, 이주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젊은 여성 등 다양한 시민들로 가득 찼다. 또한 40대와 50대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탄생했다. 모두가 새로운 나라의 설계와 비전 수립에 참여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특정 세대, 성별, 정파가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책임을 공유하며, 같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효능감을 가질 때 새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이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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