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명칭 변경 논란이 놓친 것들 -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체메뉴
통일부 명칭 변경 논란이 놓친 것들 -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년 07월 29일(화) 00:00
이재명 정부 들어 통일부 명칭 변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남북 간 평화공존이 우리 안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자칫 상대(북한)한테 흡수하겠다는 …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통일부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7월 14일 “한반도부가 대안 중 하나”라고 말해 통일이 삭제된 명칭 변경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임동원, 김연철 등 민주당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인사들이 공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통일부 명칭 변경 논의가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2022년 1월 16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고성을 방문해 통일 가능성이 단기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통일부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가 설립 이래 그 명칭을 고정불변으로 유지해온 것도 아니다. 1969년 ‘국토통일원’에서 시작해 1990년 ‘통일원’, 1998년에 ‘통일부’로 변경됐다. 이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필요에 의해 정부 부처 이름을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민주당계 주요 인사의 통일 포기론이 논란을 키운 감이 있다. 2024년 9월 19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교전 국가관계’로 선언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정부의 통일부 명칭 변경으로 ‘통일’이 삭제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그것이 북한정권의 통일 부정 입장이 표명된 가운데 전개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명칭 변경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먼저, 분단이 장기화 되고 통일 가능성이 멀어진 상태를 반영해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조정할 필요를 거론한다. 거기에 김정은 정권의 적대적인 대남인식을 우호적으로 바꿔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도도 녹아있다. 나아가 북한문제를 전체 외교안보정책의 틀에서 다룸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반대측에서는 통일부 명칭 변경이 위에서 언급한 의미와 별개로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 비판에는 첫째, 헌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국가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고, 둘째, 평화공존, 평화협력이 통일로 이어지지 않고 분단영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셋째,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미래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상실할 우려도 제기된다.

첫 번째 비판에 대해서 통일부 명칭 변경 지지측에서는 명칭 변경이 평화통일의 국가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두세 번째 비판에 대해서는 국내적 논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목하 통일부 명칭 변경 논의는 헌법에 근거하고 정부의 기존 평화통일정책을 계승·발전시킨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에서 나타난 문제점 중 하나는 대북정책에서 시간 개념을 적절하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북정책의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가 통일부 명칭 변경 논의 속에서 혼재된 채 논의되어 있다. 명칭 변경 반대측은 통일부 명칭 변경을 장기 목표를 포기한 처사로 판단하는 반면, 지지론은 그 둘은 구분 가능하다고 본다. 정부는 이런 혼선을 정리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평화와 통일의 관계를 잘못 설정하고 있는 점이다. 명칭 변경 지지와 반대 입장 모두 단기 목표는 평화, 장기 목표는 통일이라는 인식에서 같다. 과연 그럴까? 평화는 전쟁 없는 상태와 인간다운 삶이 영위되는 상태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평화통일을 추구함에 있어서 우선 목표는 평화 정착이다. 그렇지만 평화통일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통일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평화공동체를 지향한다. 통일과 평화 모두 과정적 개념이어서 둘을 선후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요컨대 한반도 미래는 평화주의 비전 하에 평-통-평(平-統-平)의 경로를 밟는다. ‘공감, 공존, 공영’의 3공 원칙을 구현할 때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다. 통일부 명칭 변경 논의는 이런 구상 속에서 진행할 때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고 공감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