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보고·공동체 중심 ‘작은도서관’ 활성화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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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보고·공동체 중심 ‘작은도서관’ 활성화 되길”
45년간 도서관과 함께 한 심명섭씨
전남대 중앙도서관 퇴직 후 순회사서 활동…효령복지타운 도서관 개관
2000시간 도서관 봉사활동 “전문 지식 필요한 곳 어디든 달려 가겠다”
2025년 06월 19일(목) 19:00
언제부턴가 도서관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동네마다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작은도서관 덕분이다.

마실 다니듯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은 ‘작지만 강한’ 지식의 보고이자, 휴식의 공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연대의 장소이다.

대학도서관에서 정년퇴임한 후 순회사서로 작은도서관에 근무하며 45년간 도서관과 함께 해온 심명섭(71)씨에게 도서관은 영원한 고향이다. 그렇기에 지난해말 도서관 현장에서는 떠났지만 언제나 고향으로 돌아가 자원봉사자로 다시 책과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다. “도서관은 삶을 정돈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장소”라고 생각하는 그는 특히 작은도서관의 ‘힘’을 믿는다.

전남대 중앙도서관 학술정보과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퇴임 후 우연히 효령노인복지타운에 들렀다 작은도서관과 인연을 맺었다.

“정년 후에는 ‘이제 좀 쉬어야지’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다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복지타운에 도서관이 없다는 걸 알고 아직 내가 할 일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운에서는 공간과 예산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도서관을 하나 만들어드리겠다고 설득했죠. 공간 기획부터 장서 구축, 운영시스템 설계, 관장 역할까지 2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며 어르신들과 함께 했죠.”

그는 “어르신들이 ‘도서관이 생긴 뒤로 외롭지 않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며 “도서관에서 강좌를 들은 후 동화구연지도사 자격증을 딴 12명의 할머니들이 좋아하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이 선발하는 순회사서로 뽑힌 그는 작은도서관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순회사서는 전문 인력이 없는 현실을 감안해 전문가가 여러 작은도서관을 순회하며 장서 정리, 프로그램 기획, 운영자 교육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에 230명 정도가 배치돼 있다.

광주시 광산구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 그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서관의 형식은 갖췄지만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던 작은 도서관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한국십진분류법을 적용해 책을 재분류하고 목록을 전산화 한 후 대축·반납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교육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작은도서관은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공간입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 소리, 어르신들의 담소가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주민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그런 공간이 동네에 있다는 건 큰 축복입니다. 지식의 보고이자 공동체의 중심인 작은도서관에서 모두가 함께 배우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후배 사서들에게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당부한 그는 특히 인력난에 허덕이는 작은도서관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예산, 인력 확보와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전문가인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2000시간 가까이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그는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다.

“제 지식을 나누는 게 의무라고 생각힙니다. 그동안 축적한 문헌정보학 관련 노하우와 인생 경험을 접목시켜 성심껏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아이들과 어르신이 같은 공간에서 책을 매개로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원봉사를 하며 그 행복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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