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부산 4시간 단축…남해안권 관광·경제 활성화 동력
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
시즌 Ⅱ 3 경전선 전철화
경상도·전라도 잇는 남부 철도망 핵심축
경부선 등과 달리 오랜 세월 고속화 외면
전남도 ‘느림보 열차 체험기’ 등 다각 노력
2019년 12월 기재부 전철화 사업 최종 확정
국토교통부 광주송정~순천 121.5㎞ 구간
시즌 Ⅱ 3 경전선 전철화
경상도·전라도 잇는 남부 철도망 핵심축
경부선 등과 달리 오랜 세월 고속화 외면
전남도 ‘느림보 열차 체험기’ 등 다각 노력
2019년 12월 기재부 전철화 사업 최종 확정
국토교통부 광주송정~순천 121.5㎞ 구간
![]()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철도다. 그러나 광주송정~순천 구간을 비롯해 전철화가 늦어지면서 외면을 받고 있다. 이 구간이 전철화 될 경우 전남(목포)에서 부산을 단 2시간 20여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전남도는 올해 착공,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전선 정거장 중 하나인 보성역 전경. |
![]() 벌교역은 경전선이 몇차례 서지 않은 역인데다 광주송정~순천 구간 가운데 가장 곡선이 심한 구간으로 꼽힌다. 상공에서 촬영한 벌교역 전경. |
![]() 경전선 정거장 중 하나인 벌교역 앞. |
광주·전남은 수도권, 영남권 등 타 지역보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하다. 중앙정부는 해방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했고, 광주·전남은 영남권과 충청권 등에도 밀려 도시 성장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은 산업과 사람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했고, 광주·전남은 인구마저 수도권으로 빼앗기며 인구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일보는 전남에 들어섰거나 착공한 주요 기반시설과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들을 점검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6개의 철도, 3개 고속도로, 4개 공항 등 모두 13개 기반시설을 소개한다.
경전선은 다른 철도 노선이 그러했듯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물을 일본으로 실어 나를 목적으로 개설됐다. 특히 광주, 보성, 여수, 마산, 진주 등 주요 도시와 큰 항만도시를 연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일제의 철로 개설 목적과는 상관없이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남부 철도망의 핵심축이다. 목포와 광주, 순천, 진주, 창원, 부산 등 남도 대표 지역을 잇는 유일한 동·서 철도축으로 산업화와 함께 지역 발전을 견인해 온 노선이다. 남부권 도시들 간 물류, 여객 수송 및 지역 교류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경전선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역할을 잃어가야만 했다. 남해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등 도로 상태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개선됐지만, 경전선은 여전히 비전철화 구간이 많고 단선인데다 굽이굽이 곡선 구간도 많아 양 도민들에게 잊혀져갔다.
같은 철도랑 비교해도 경부선과 호남선이 고속철화 된 것과 달리, 경전선은 방치돼 오면서 천안과 오송, 익산 등 고속철 주변에 위치한 도시의 발전을 바라만 봐야 했다.
전남도는 이 같은 흐름에서 경전선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경전선 전철화’를 국가계획에 반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광주송정역~나주(혁신도시)~보성~순천 노선의 전철화로 이미 전철화가 돼있는 경상도 내 구간을 연결해 전남(목포)에서 부산을 단 2시간 20여분만에 주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광주를 경유할 경우 6시 33분이 걸리는 노선을 4시간 이상 단축시켜 이용객을 늘리고 영호남 간 교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게 경전선 전철화의 목적이자 지역의 목소리다.
민선 7기 시절 김영록 전남지사는가 SNS서포터즈단, 학생, 언론인 등 170여명과 함께 목포~부산 부전(경전선) 구간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느림보 기차 체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열차가 6시간 33분 달리는 동안 토론회와 콘서트가 이어졌고, 정차한 역사만 42곳에 달했다. 전남도는 그 생생한 기록을 ‘남도를 선(線)으로 느림보 열차 체험기’를 제작해 청와대와 국회,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토교통부 등 주요 기관에 배포했다.
느림보 기차 체험은 단순히 느린 철도를 체험하는 여정을 넘어, 전남도민의 절실한 목소리를 외부에 전달한 행사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이었는지 정부는 비수도권 배려를 위한 예타 제도 개편을 단행했고, 전남도는 국회, KDI, 국토부를 직접 찾아가, 사업 수요 확대와 정책효과를 설득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B/C는 0.88로 상승했고, AHP 평가에서는 0.653을 기록해, 2019년 12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전철화 사업이 최종 확정됐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광주송정에서 순천까지 121.5㎞ 구간에 대한 전철화와 선형 개량 설계가 진행 중이다. 올해 착공해 오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치러지는 대선에서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경전선의 고속전철 조기 개통 추진을 약속한만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실질적인 경전선 축이 완성되며 2025년 개통 예정인 전남남해선과 함께 전남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철도망이 하나의 연결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6시간 30분 이상 걸리던 목포~부산간 이동이 2시간 20분대로 단축된다.
경전선 전철화는 영·호남 내 지역 간 격차 해소와 실질적 생활권 통합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 물류비용 절감과 공급망 연계 강화는 경제 산업의 협력 기반 확대가 가능해질 수 있다. 영호남의 우수한 관광지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체류형 관광의 증가로 지역 경제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
전남도는 경전선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명칭 변경에도 힘을 쓰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이라는 명칭은 일제가 식민지 철도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정한 행정적·군사적 목적의 노선명으로, 현 시점에서 노선의 실제 기능과 지역 명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동해선’과 ‘서해선’이 명확히 구축된 상황에서 남해안을 따라 연결되는 경전선 또한 ‘남해선’으로 통합하는 것이 지리적 정체성과 명칭 체계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타당하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남해선(경전선)은 수도권 집중화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간 연결’을 완성하는 국가철도정책의 실현이다”며 “단순히 열차가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기다려온 지역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철도, 영호남을 하나로 잇는 평등한 선로, 지방 시대를 열어가는 교통 정의의 구현이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