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동화 작가들 8명, 마을의 옛 이야기 담은 그림책 펴내
섬진강 아동문학반 ‘곡성 스토리 8경’ 펴내
김성범 작가 글 지도, 문종훈 작가 그림 지도
김성범 작가 글 지도, 문종훈 작가 그림 지도
![]() ‘곡성 스토리 8경’ |
![]() 곡성 도깨비마을 촌장 김성범 동화작가 |
위에 열거한 것은 곡성에서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나 모티브들이다.
섬진강 유역에 자리한 곡성은 산지가 많고 여러 지류가 형성돼 있다. 각 지역이 산줄기를 따라 펼쳐져 있는데, 각 고을마다 고유의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곡성 스토리 8경’은 섬진강 아동문학반 동시·동화 작가들 8명이 참가해 펴낸 작품집으로, 고향의 잊혀져가는 소중한 이야기를 8편의 작품으로 갈무리한 것이다.
섬진강 아동문학반은 곡성에서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참여하는 문학동아리로, 2000년 초부터 25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창작을 하고, 합평을 하는 등 실기 위주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들 문학반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는 작가는 김성범 곡성도깨비마을 촌장이다.
책을 펴내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동시 동화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글을 짓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림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문종훈 작가가의 세심한 지도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그렇게 그림을 그렸다. 1년여 가까운 노고 끝에 8가지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 발간될 수 있었다.
섬진강 아동문학반 곽해익 회장은 “우리도 작업을 하면서 곡성을 더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출간된 그림책이 곡성의 마을도서관이나 마을 회관, 각 학교에 비치돼 많은 이들이 곡성의 문화를 나누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곽해익 작가는 탑선마을 황룡사 삼층석탑을 소재로 ‘통일 인재양성소’를 완성했다. 섬진강 길을 따라 들어서 있는 탑선마을에 삼국통일뿐 아니라 고려의 건국을 이끌고 인재를 양성했다고 전해오는 항룡사와 삼층석탑(보물 509호) 이야기를, 할아버지와 손자가 소풍을 가면서 정겹게 풀어낸다.
이순복 작가가 글을 쓰고 정은희 작가가 그린 ‘할머니의 논다랭이들’은 통명산 골짝 다랑논 이야기를 형상화했다. 200여 년 전, 곡성에서 가장 높은 통명산 골짜기로 홍경래 난을 피해 숨어들어 간 사람들이 이룬 금계마을 이야기를 97세 이순복 어르신이 쓴 시를 손녀가 그림을 그렸다.
‘달이 된 두꺼비’는 섬진강 두꺼비와 소녀 이야기가 작품으로 탄생했다. 정은숙 작가는 은혜를 갚은 두꺼비와 소녀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완성했다.
돌실나이 이야기를 토대로 창작한 김상희 작가의 ‘삼 삼는 소리’는 곡성군을 대표하는 삼베를 일컫는 돌실나이를 구현했다. 삼베를 만드는 과정과 돌실나이에 숨은 이야기가 씨줄날줄처럼 엮여 있다.
권미양 작가의 ‘아기 부처를 입은 할머니 부처’는 당동 사면불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다. 사면에 부처님이 새겨져 있는 당동리석조여래좌상(전남도 유형문화재 제272호)의 유래를 만날 수 있다.
김참들의 ‘홍장아 홍장아’는 곡성 심청에 관한 이야기다. 효녀 심청, 원홍장이 중국으로 건너가 황후가 되었고 고향이 그리워 관음상을 배어 실어 보냈는데, 옥과에 사는 성덕 처자가 돌부처를 업고 와 관음사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김성범 작가의 ‘옹기에 그린 십자가’는 옥터성지 이야기를 담았다. 1827년 천주교 탄압이 일어난 정해박해를 다룬 작품으로, 곡성성당은 당시 관아였던 옥터에 성당을 지은 연유로 옥터 성지가 됐다. 당시 교우촌 회장의 여동생이었던 막달레나와 아이를 등장시켜 천주교 박해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여준다.
한편 도깨미마을 촌장인 김성범 작가는 “오랫동안 함께 동화와 그림책을 공부해온 아동문학반 작가들과 함께 곡성에 전해내려 오는 스토리를 엮어 그림책으로 발간하게 돼 의미가 있다”며 “곡성의 역사와 풍습, 문화가 담긴 옛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