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 정성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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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 정성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2025년 04월 15일(화) 00:00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정부는 이날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연다. 그러나 정작 이 날, 수많은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온다. 기념이 아닌 절규의 현장이다. 왜일까? 장애인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은 아직 이 사회가 얼마나 멀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날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부른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10명 중 7명은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고용, 교육, 이동권에서의 차별이 두드러졌다. 표면적으로 법과 제도가 생겼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은 입사 지원에서 탈락하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건물 하나 들어서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장애를 이유로 하는 차별은 많이 없어졌지만 장애로 인한 차별은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2022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8.1%에 불과했다. 일반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취업한 장애인 중 다수는 임시직·단기직에 머물며 평균임금은 비장애인의 약 60% 수준에 머물렀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노동의 현실이다.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사회는 여전히 ‘고용 기피 대상’으로 장애인을 취급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서울시 지하철 역사 중 휠체어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약 65%에 그친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를 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장애인은 집 밖으로 나서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눈치’를 봐야 하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

2023년 기준, 전국의 장애인 콜택시 배차 평균 대기 시간은 약 70분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심지어 2시간이 넘는 곳도 존재한다. 광주도 예외없이 밖으로 나가기위해서는 외출 몇시간 전부터 동선을 체크해야 하고 이동편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고립’이며 헌법이 보장한 이동의 자유가 사실상 박탈된 상태다.

정부는 2021년,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고 생활시설에서 사는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였다. 소수의 강력한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와 폭력은 단편적이고 표면적인 이유이다.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는 인권적인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 장애인을 비장애인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사회가 인정한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평등한 사회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 공식화 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구별, 1등과 꼴등의 구별로 대변되는 계급사회로의 회귀로 이어질 수 있다.

탈시설에 대한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의 가치증대를 불러오고 무형적 가치를 넘어 생활시설에서 소비하고 있는 재화를 장애인 각각이 지역사회에서 소비하기에 경제적 활성화(지역소비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로 증명된 바 있다.

장애인은 기념일에만 기억하는 대상이 아니라 매일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휠체어를 끌고 거리로 나온다. 시위를 하고, 삭발을 하고, 철로 위에 눕는다. 왜? 그것이 유일하게 우리 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4월 20일,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함께 살아갈 사회를 약속해야 한다. 장애인은 특수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된 존재다. 누구나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는 그 누구도 소외해선 안 된다는 상식을 우리는 다시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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