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에 축제 분위기…광주 시민들 ‘환호’
광주시 10~11일 ‘광주에서 온 편지’ 시청 시민홀에서 펼쳐
시낭송 시극 등…현지 수상시간 맞춰 시민들 반응 뜨거워
시낭송 시극 등…현지 수상시간 맞춰 시민들 반응 뜨거워
![]() 지난 10일부터 11일 새벽까지 광주광역시 시청 시민홀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광주에서 온 편지’ 행사가 펼쳐졌다. AI로 복원된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 |
11일 새벽 0시 45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되자 광주 시민들은 ‘한강’을 연호했다.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시민 축하행사 ‘광주에서 온 편지: 밤 12시 한강 작가에게 편지를 쓰세요’를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새벽 1시까지 시청 시민홀에서 진행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현장에는 일반 시민을 포함해 문학단체, 오월단체 등 300여 명이 함께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강연 ‘한강의 작품 세계’로 시작한 행사는 시민 축하메시지 상영으로 이어졌다. 광주문인협회 김수하(56) 시낭송가는 상처받은 인간 아픔을 위무하는 내용의 시 ‘괜찮아’를 낭송했다.
현장에서는 AR필터 체험과 포토 부스도 무료로 운영됐다.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은 저마다 웃는 표정으로 한강 작가의 이름이 삽입된 사진을 찍은 뒤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한강 작가에게 쓰는 편지’ 이벤트도 펼쳐졌다. 시민들이 즉석에서 편지를 쓰면 광주시가 이를 모아 책자 형태로 엮어 작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해남에서 광주로 달려온 김중현(60) 씨는 “우·러전쟁과 국내 계엄 시국으로 인해 각종 행사마저 소박하게 치러달라는 한강 작가님의 생각이 빛난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국 문학’이 전 인류의 마음에 가닿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로 일하고 있는 그는 노벨문학상이 결정되기 전 아파트 폐서적함에서 한강 작가의 책 전권을 발견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될 것을 예견하지 못했던 사람도 많았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서구 유촌동에서 온 최전수(54) 씨 또한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와중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큰 힘이 됐다”며 “광주 시민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 작가에게 ‘힘’을 얻어 내년 신춘문예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시국도 불안정하고 하 수상한 시절이라 광주 시민들이 맘껏 웃을 일이 없었는데 모처럼 행복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어느 침대에선가 어린 환자가 애원했다/ 엄마 창문 닫아줘/(…)/더 꽉 닫아줘”(‘소년이 온다’ 중에서)
광주문인협회는 5·18을 모티브로 창작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시극 형태로 선보였다. 교련복을 입고 계엄군에게 쫓기며 시민들에게 도와줄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공연에 몰입했다.
이어 솔뮤직컴퍼니는 한강 작가가 작사·작곡한 노래들을 들려줬다. 2005년 ‘채식주의자’를 집필하면서 한강 작가가 노랫말을 붙인 ‘새벽의 노래’를 비롯해 잔잔한 ‘12월 이야기’, 싱그러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햇빛이면 돼’로 관객들을 만났다.
한강 작가가 인터뷰에서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던 악뮤(AKMU) 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도 레퍼토리에 있었다. 이외 ‘Can’t take my eyes of you’, ‘Love’ ‘Isn’t she lovely’ 등 노래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수상을 기념하는 샌드아티스트 주홍의 샌드아트 영상도 인상적이었다.
주홍 작가는 계엄군이 시민군을 탄압하는 과정 끝에 자라난 생명의 나무를 모래로 표현, 굴지의 광주 정신을 형상화했다. 이어 극단 신명은 모노드라마를 통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드리운 5·18의 고통을 몸의 언어로 묘사했다.
친구 이은지(29), 권예은(29) 씨와 함께 논술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류지선(31) 씨는 “광주의 5월에 천착한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결정되고 계엄 상황까지 겹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행사 참가 계기를 밝혔다.
이어 “수업 중 학생들이 ‘소년이 온다’에 대해 자주 질문하곤 한다. 현장에서 이렇게 수상을 축하하고 시민들과 분위기를 느낀 일이 앞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노벨문학상 시상식도 생중계됐다. 스톡홀름 필하모닉의 바그너 음악으로 시작된 시상식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순서로 진행됐다.
한림원이 새벽 0시 45분께 ‘한강’을 호명하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수상의 감동은 시청 벽면에 AI로 구현된 ‘동호’ 이미지가 이어 받았다. 문재학 열사를 모티브로 창작된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라이브 애니메이션으로 한강에게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와 소년 동호가 같이 쓴 작품”이라는 AI 동호의 목소리는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시민 축하행사 ‘광주에서 온 편지: 밤 12시 한강 작가에게 편지를 쓰세요’를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새벽 1시까지 시청 시민홀에서 진행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강연 ‘한강의 작품 세계’로 시작한 행사는 시민 축하메시지 상영으로 이어졌다. 광주문인협회 김수하(56) 시낭송가는 상처받은 인간 아픔을 위무하는 내용의 시 ‘괜찮아’를 낭송했다.
![]() 한강 작가에게 편지를 쓰는 김중현 씨. |
‘한강 작가에게 쓰는 편지’ 이벤트도 펼쳐졌다. 시민들이 즉석에서 편지를 쓰면 광주시가 이를 모아 책자 형태로 엮어 작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경비로 일하고 있는 그는 노벨문학상이 결정되기 전 아파트 폐서적함에서 한강 작가의 책 전권을 발견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될 것을 예견하지 못했던 사람도 많았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 최전수 씨가 한강 작가에게 전하는 편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어 “시국도 불안정하고 하 수상한 시절이라 광주 시민들이 맘껏 웃을 일이 없었는데 모처럼 행복한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 광주문인협회가 5·18을 모티브로 선보인 시극 ‘소년이 온다’. |
광주문인협회는 5·18을 모티브로 창작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시극 형태로 선보였다. 교련복을 입고 계엄군에게 쫓기며 시민들에게 도와줄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공연에 몰입했다.
![]() 솔뮤직컴퍼니가 강기정 광주시장, 오월어머니, 시민들과 함께 GOD ‘촛불 하나’를 부르는 장면. |
한강 작가가 인터뷰에서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던 악뮤(AKMU) 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도 레퍼토리에 있었다. 이외 ‘Can’t take my eyes of you’, ‘Love’ ‘Isn’t she lovely’ 등 노래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주홍 작가의 ‘샌드 아트’ 공연 중 모래로 만든 한강의 초상. |
주홍 작가는 계엄군이 시민군을 탄압하는 과정 끝에 자라난 생명의 나무를 모래로 표현, 굴지의 광주 정신을 형상화했다. 이어 극단 신명은 모노드라마를 통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드리운 5·18의 고통을 몸의 언어로 묘사했다.
![]() 권예은(왼쪽부터), 이은지 씨와 끝까지 자리를 지킨 류지선 씨. |
이어 “수업 중 학생들이 ‘소년이 온다’에 대해 자주 질문하곤 한다. 현장에서 이렇게 수상을 축하하고 시민들과 분위기를 느낀 일이 앞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노벨문학상 시상식도 생중계됐다. 스톡홀름 필하모닉의 바그너 음악으로 시작된 시상식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순서로 진행됐다.
![]() 한림원이 한강 작가의 이름을 호명하자 환호하는 시민들. |
수상의 감동은 시청 벽면에 AI로 구현된 ‘동호’ 이미지가 이어 받았다. 문재학 열사를 모티브로 창작된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라이브 애니메이션으로 한강에게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 작가와 소년 동호가 같이 쓴 작품”이라는 AI 동호의 목소리는 시민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