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 광주서 행보
최근 동구 미로센터 ‘씨네196’ 프로그래머로 참여
5·18민중항쟁 기리는 퍼포먼스 제안해 펼치기도
5·18민중항쟁 기리는 퍼포먼스 제안해 펼치기도
![]() 진모영 감독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광주 활동 및 작품 구상에 대해 들려주는 모습. |
“지금은 동구 산수동에 작업실을 두고 광주 곳곳을 탐방하고 있어요. 차기작은 급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진정 무엇을 창작하고 싶은지 먼저 잘 정의하고 싶을 뿐이죠. 지역적으로는 전라도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나의 영육(靈肉)을 성장시킨 곳이 바로 이곳, 남도이기 때문이죠.”
흔히 독립영화·다큐는 누적 관객 2만이면 ‘성공’, 10만이면 1000만 상업영화에 필적하는 ‘대성공’이라는 말이 있다.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님아-’)는 일찍이 멀티플렉스 영화들을 제치고 480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전무후무 대기록을 쓴 셈이다.
진 감독은 “차기작 관객 수에 대한 부담은 이미 전작 ‘올드마린보이’나 ‘넷플릭스 다큐 님아-’ 등에서 내려놓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님아-’ 같은 성공이 일생에 두 번 돌아오기 힘들뿐더러 흥행도 좋지만 진정성 있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다큐의 본질’이라는 생각에서다.
오는 9월까지 동구 미로센터 2층 미로가든에서 진행하는 ‘씨네196’행사에 프로그래머로 참여 중인 진 감독을 지난 5일 만났다. 이날은 영화 ‘안녕, 미누’를 상영한 뒤 시네마토크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그의 “삶과 영화철학, 비하인드 스토리 등에 대해 전에 없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제안에서 다큐 감독의 진중한 면모가 느껴졌다.
진 감독은 “요즘 웹툰이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화려한 이미지 끝에 오는 허탈감이 있다”며 “클리셰나 영화적 컨벤션이 덜하다는 측면에서 다큐야말로 현실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장르인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다큐’란 현실을 그대로 탁본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복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이라는 질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이야 말로 ‘수작’이라는 것이 지론이다.
영화 ‘님아-’촬영 중 언론에서 밝히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는지 물었다.
진 감독은 “영화를 보면 할아버지가 밤나무 아래서 강아지를 데리고 놀고, 할머니와 함께 감나무 아래 평상에서 주무시는 씬이 있다”며 “할아버지가 일흔쯤에 심은 그 나무를 주변 사람들은 ‘나이가 몇 살인데 언제 열매 보고 가려고 나무를 심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어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려 하는데 할머니께서 냉장고에서 검은 봉지 하나를 꺼내 주셨다”며 “뭔지 확인해 보니 껍질을 깐 생밤 한 봉지였다”고 한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스피노자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던 말이 진 감독은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생밤 한 봉지가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다는 후문이다.
할머니가 촬영 당시 영상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줬던 경험도 들려줬다. 할머니는 내일 밭을 갈 수도 있지만 제작진이 오는 날에 맞춰서 일구는 등 제작진을 손주처럼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선상님’들이 서울에서 오셨는데 공탕을 치고 가면 얼마나 힘들어요”라며 제작진을 배려해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님아-’가 10여 년 전 작품이지만 진 감독은 아직도 강계열 할머니와 1년에 3~4회씩은 만난다. 최근에는 백수연 행사에도 참여했다.
진 감독은 “촬영이 끝나도 출연자는 이미 ‘내 삶에 들어온 사람’이기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며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 할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진 감독의 최근 광주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7일 민주광장 일원에서 5·18민중항쟁을 추모하는 ‘5·27 승리의 날 새벽광장’ 퍼포먼스를 제안하고 펼쳤던 것.
산이중(전남), 광주 문성고,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에는 학생운동도 했지만 “그동안 서울에서 바삐 생활하며 ‘광주 정신’을 깊게 생각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행사는 5·18민중항쟁이 끝나는 27일에 맞춰 26일 밤10시부터 27일 새벽 6시까지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추모와 승리의 의미를 가진 음악 미술 춤 등의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이상호 작가의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14열사도’를 제작했고 주홍, 박성환, 김화순, 고경일 등의 미술작가와 오월의노래 음악인들이 다수 동참했다. 새벽 4시가 되면 다 같이 쓰러진 뒤 부활의 춤과 함께 살아나는 승리와 부활의 몸짓을 선보였다.
진 감독은 “당시 광주는 ‘죽음’이 가득했던 도시지만, 그걸 넘어서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승리’를 쟁취했다”며 “시민들이 그런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로센터에서는 7월 4일 ‘씨네196’에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8월 1일 ‘위대한 작은 농장’, 9월 5일에는 ‘아담’ 등 총 5개의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진 감독은 “차기작 관객 수에 대한 부담은 이미 전작 ‘올드마린보이’나 ‘넷플릭스 다큐 님아-’ 등에서 내려놓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님아-’ 같은 성공이 일생에 두 번 돌아오기 힘들뿐더러 흥행도 좋지만 진정성 있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다큐의 본질’이라는 생각에서다.
그의 “삶과 영화철학, 비하인드 스토리 등에 대해 전에 없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제안에서 다큐 감독의 진중한 면모가 느껴졌다.
진 감독은 “요즘 웹툰이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화려한 이미지 끝에 오는 허탈감이 있다”며 “클리셰나 영화적 컨벤션이 덜하다는 측면에서 다큐야말로 현실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장르인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다큐’란 현실을 그대로 탁본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복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이라는 질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이야 말로 ‘수작’이라는 것이 지론이다.
![]() 지난 5일 광주 동구 미로센터에서 만난 진모영 감독. 그는 오는 9월까지 미로센터 2층 미로가든에서 펼쳐지고 있는 ‘씨네196’이라는 행사에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고 있다. |
진 감독은 “영화를 보면 할아버지가 밤나무 아래서 강아지를 데리고 놀고, 할머니와 함께 감나무 아래 평상에서 주무시는 씬이 있다”며 “할아버지가 일흔쯤에 심은 그 나무를 주변 사람들은 ‘나이가 몇 살인데 언제 열매 보고 가려고 나무를 심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어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려 하는데 할머니께서 냉장고에서 검은 봉지 하나를 꺼내 주셨다”며 “뭔지 확인해 보니 껍질을 깐 생밤 한 봉지였다”고 한다.
내일 지구가 망해도 스피노자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던 말이 진 감독은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생밤 한 봉지가 잔잔한 감동으로 남았다는 후문이다.
할머니가 촬영 당시 영상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줬던 경험도 들려줬다. 할머니는 내일 밭을 갈 수도 있지만 제작진이 오는 날에 맞춰서 일구는 등 제작진을 손주처럼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선상님’들이 서울에서 오셨는데 공탕을 치고 가면 얼마나 힘들어요”라며 제작진을 배려해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님아-’가 10여 년 전 작품이지만 진 감독은 아직도 강계열 할머니와 1년에 3~4회씩은 만난다. 최근에는 백수연 행사에도 참여했다.
진 감독은 “촬영이 끝나도 출연자는 이미 ‘내 삶에 들어온 사람’이기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며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 할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컷 |
산이중(전남), 광주 문성고,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에는 학생운동도 했지만 “그동안 서울에서 바삐 생활하며 ‘광주 정신’을 깊게 생각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행사는 5·18민중항쟁이 끝나는 27일에 맞춰 26일 밤10시부터 27일 새벽 6시까지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추모와 승리의 의미를 가진 음악 미술 춤 등의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이상호 작가의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14열사도’를 제작했고 주홍, 박성환, 김화순, 고경일 등의 미술작가와 오월의노래 음악인들이 다수 동참했다. 새벽 4시가 되면 다 같이 쓰러진 뒤 부활의 춤과 함께 살아나는 승리와 부활의 몸짓을 선보였다.
진 감독은 “당시 광주는 ‘죽음’이 가득했던 도시지만, 그걸 넘어서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승리’를 쟁취했다”며 “시민들이 그런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로센터에서는 7월 4일 ‘씨네196’에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8월 1일 ‘위대한 작은 농장’, 9월 5일에는 ‘아담’ 등 총 5개의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