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추모하는 ‘천계天界의 바람이 되어’
은암미술관서…김봉규·김병택·박정용 등 5명
회화 10점·영상 1점 ·사진 34점 등 설치
회화 10점·영상 1점 ·사진 34점 등 설치
![]() 김병택 작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 만나랴’ |
파릇한 새싹이 돋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유독 아픈 이들이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가슴에 자식을 묻은 채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 생떼 같은 자식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참척(慘慽)의 아픔은 그것을 겪어보지 않는 이들이 상상하기는 힘들다.
세월호 유가족은 오늘도 참척의 고통을 견뎌내며 온전히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의미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에서 25일부터 4월 25일까지 펼쳐지는 추모전 ‘천계天界의 바람이 되어’가 그것.(오픈식은 오는 4월 5일 오후 3시)
‘하늘의 바람’이라는 뜻을 지닌 ‘천계天界의 바람’은 사고사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상정한다. 아울러 그곳으로까지 이 땅 유족들의 그리운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김봉규, 김병택, 박정용, 박철우, 정영창 작가는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를 풀어내며 애도한다. 회화 10점을 비롯해 설치 1점, 영상 1점, 사진 34점이 전시된다.
박형선 학예연구원은 “작가들의 고민과 사유가 담긴 작품들은 당시의 고통은 물론 여전히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유가족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태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강렬하다. 붉은 하늘과 붉은 바다, 가운데 기다랗게 이어진 섬들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먹먹함과 안타까움을 준다. 붉은 하늘에 떠 있는 흰색의 무리는 죽은 이들의 영혼 같아 보인다. 또한 박힌듯 밤하늘에 떠있는 흰 점들은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지구를 바라보는 순수한 영혼들 같은 느낌을 환기한다.
김봉규의 ‘2014년 4월 16일 오후,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 현장’은 잊을 수 없는 당시를 기록하고 있다. 생생한 사진은 사건 기록을 넘어 어떻게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났는지,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아울러 사진에선 참담한 사건을 바라보는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이 배어나온다. 한겨레신문 사진부 선임기자인 김 기자는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선체 인양까지 3년간 팽목항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박철우 작가의 ‘2014-그날’이 주는 강렬함도 무엇에 비할 바 아니다. 팽목한 검은 바다에 떠 있는 희생자들의 하얀 영혼은 아픔과 슬픔을 넘은 어떤 분노를 갖게 한다. 실체는 없고 형체만 하얗게 남은 영혼들은 지금도 사람들을 향해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듯 하다. 저편의 칼날처럼 반듯한 직선의 바다 위로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의 모습이 비극을 극대화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못다 핀 꿈이 꽃처럼 승화되기를 기원하는 작품도 있다. 박정용 작가의 신작 ‘승화된 꽃’은 깊은 잠 속에 빠진 학생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학생이 잠에서 깨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날, 이 세상 모든 참사의 슬픔은 눈독듯 사라질 것도 같다.
정영창 작가는 독일에서 세월호 소식을 접한 뒤,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 흔적을 수집하며 당시 참상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촛불’ 등 사진과 회화 작업을 통해 남아있는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 연장선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채종기 관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만 10년이 다 됐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죽어간 넋들에 대한 위로, 유가족들의 대한 위로, 그리고 안전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막식 당일 4월 5일(오후 3시)에는 김호준, 김은숙 배우의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세월호 유가족은 오늘도 참척의 고통을 견뎌내며 온전히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원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하늘의 바람’이라는 뜻을 지닌 ‘천계天界의 바람’은 사고사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을 상정한다. 아울러 그곳으로까지 이 땅 유족들의 그리운 소식이 전해지길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 박정용 작 ‘승화된 꽃’ |
김병태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강렬하다. 붉은 하늘과 붉은 바다, 가운데 기다랗게 이어진 섬들의 풍경은 보는 이에게 먹먹함과 안타까움을 준다. 붉은 하늘에 떠 있는 흰색의 무리는 죽은 이들의 영혼 같아 보인다. 또한 박힌듯 밤하늘에 떠있는 흰 점들은 하늘나라 어디에선가 지구를 바라보는 순수한 영혼들 같은 느낌을 환기한다.
![]() 김봉규 작 ‘2014년 4월 16일 오후,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 현장’ |
![]() 박철우 작 ‘2014-그날’ |
세월호 희생자들의 못다 핀 꿈이 꽃처럼 승화되기를 기원하는 작품도 있다. 박정용 작가의 신작 ‘승화된 꽃’은 깊은 잠 속에 빠진 학생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학생이 잠에서 깨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날, 이 세상 모든 참사의 슬픔은 눈독듯 사라질 것도 같다.
정영창 작가는 독일에서 세월호 소식을 접한 뒤,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 흔적을 수집하며 당시 참상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촛불’ 등 사진과 회화 작업을 통해 남아있는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 연장선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채종기 관장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만 10년이 다 됐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죽어간 넋들에 대한 위로, 유가족들의 대한 위로, 그리고 안전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개막식 당일 4월 5일(오후 3시)에는 김호준, 김은숙 배우의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