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외국어, 어떻게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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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외국어, 어떻게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
신영희 독일어 모티브 초대전
30일부터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2024년 03월 19일(화) 20:06
‘어떻게 우 움라우트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 전시 장면.
특정 언어권에 거주하는 이들은 타 지역 언어를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언어 습득은 생래적인, 지역적인, 문화적인 다양한 요인들과 결부돼 있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언어’는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사회 통합적인 관점뿐 아니라 개인 자존감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외국어 특정 발음을 모티브로 말하기 어려움을 구현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신영희 기획초대전이 그것. ‘어떻게 우 움라우트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 드로잉, 사진 등 다채로운 작품이 출품됐다.

신영희 작가는 독일어 ‘움라우트’를 정확히 발음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직접 발음을 배우기 위해 독일어를 가르쳐 준 선생님의 구강을 본 떴다. 그 본뜬 것을 얼음으로 만들어 입에 넣고 연습을 했다는 후문이다. 소리를 제재로 내기 위한 신체화 과정을, 다시 말해 말과 의식의 과정을 입의 형태나 혀의 위치로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를 기획한 정현주 큐레이터(철학박사)는 “평소 말에 대한 관심이 많다. 사회에서 서툰 말이라든가 표준어가 아닌 말에 대한 폄훼를 하는 무의식적인 태도가 있다는 것에서 착안을 했다”며 “삶의 과제로서 외국어를 익히는 일은 공교육에서 학습체계로 외국어를 배우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이가 되도록 정확하게 그곳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맥락에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며 “관객으로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이주자로서 끝까지 올라탈 수 없었던 신체적 경계인 언어이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서는 직접 발음을 시연하는 퍼포먼스 영상과 드로잉 작품 ‘구강 교정기’ 등 발음을 배우기 위해 훈련했던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신영희 작가는 “이전에도 언어가 사람들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 또는 성격이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심을 두고 관찰했다”며 “이번 작업은 언어와 신체 사이에서 경험하는 불일치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한 감각을, 인체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시각화해 보는 데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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