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색채학의 50가지 비밀 - 조앤 엑스터트 외 지음, 조은형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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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색채학의 50가지 비밀 - 조앤 엑스터트 외 지음, 조은형 옮김
미술·디자인·패션·사진…아름답고 미스터리한 색채학의 세계
2024년 03월 14일(목) 18:50
일상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색을 접하고 산다. 눈을 뜨면서 잠이 들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색을 본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색을 떠날 수 없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색의 세상에서 살다, 마지막 색과 이별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색의 효용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횡단보도 신호등이다. 달리 말하면 신호등은 색을 매개로 가장 선명한 정보를 제공한다. 신호등이 없다면 교통은 마비될 것이고 당연히 다반사로 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교통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것이 신호등이다.

인간은 ‘색의 부호화’를 토대로 위험을 감지하고 경고하기도 한다. 작금의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의 공포는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여행이 위험한 국가나 지역을 표시하는 적색 테러 경계 코드가 필요한 이유다.

국가 간 스포츠 경기가 펼쳐질 때 자국 선수와 타국 선수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니폼을 통해서다. 유니폼은 그 나라의 정체성이나 지리적 특성, 고유의 역사와 전통 등이 함축돼 있다. 어떤 부족이 특정한 컬러를 사용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수천 년 역사 속에서 그 부족은 특정 컬러를 사용함으로써 타 부족과의 차별화, 자기 부족과의 일체감을 공고히 해왔다.

팀 컬러는 운동선수들의 유니폼 그 이상을 의미한다.
아름답고 미스터리한 색채학의 세계를 조명한 ‘색채학의 50가지 비밀’은 흥미로운 책이다. 인간이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이 색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 다채롭게 풀어낸다. 미국 컬러협회 디자인 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해온 조앤 엑스터트와 미국 컬러협회 어린이 분과 위원을 역임한 아리엘 엑스터트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저자는 모녀 사이다.

책은 미술을 비롯해 디자인, 패션, 사진 등 색과 연관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한마디로 50가지 질문을 매개로 아름답고 미스터리한 색채학의 세계가 전개된다. 질문 하나하나가 이색적이다.

‘색이란 무엇일까’와 같은 간단한 질문부터 ‘에너지는 색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색채 항등성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몇 개의 색을 볼 수 있을까’, ‘언어는 우리가 보는 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등 심층적이고 난해한 물음도 있다.

저자들은 “집단적이든 개인적이든 경험은 우리가 보거나 어떤 대상을 연상시키는 색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색이란 무척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존재다”라고 전제한다.

색으로 정보를 가장 눈에 띄게 구분 짓는 것은 신호등이다.
무엇보다 색은 인간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부가하는 의미를 내재한다. 일례로 얼굴색 변화로 건강을 알 수 있고, 모국어에 특정 색을 지칭하는 단어의 유무에 따라 색채를 지각하는 방식 등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인간은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동일한 색에 대해 다른 느낌을 갖는다. 이른바 색채지각은 인간 뇌가 진화단계에서부터 장구한 시간에 걸쳐 발달시켜 온 능력 가운데 하나다. 일례로 푸른 들판의 잘 익은 과일을 잘 보기 위해 색채지각이 점차 활성화됐다는 의미다.

특히 세계를 더 이해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가 색의 구분이다. 형태와 질감, 움직임, 명암과 같은 요소와 결부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제공할 수 있다.

저자들은 색채와 연관해 지극히 현실적이며 피부에 와 닿는 사례를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소개팅 상대를 만난다면 색과 결부해 파악하는 것이 빠르다고 한다. ‘하늘색 셔츠를 입은 빨간 머리’라는 정보가 주어졌다면 많은 인파 속에서 그와 같은 상대를 찾기가 훨씬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색의 과학을 알고 나면 어떤 분야를 연구하든 훨씬 깊고, 통찰력 있고, 재미있게 파고들 수 있다”며 “가을 낙엽의 경이로움을 즐기며 단순히 색을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과학을 알게 되면 이 세상은 황홀함이 가득한 흥미로운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엑스 리뷰·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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