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명분 없는 가설 텐트 단속 - 김대수 동부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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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명분 없는 가설 텐트 단속 - 김대수 동부취재본부 차장
2024년 03월 11일(월) 18:20
김대수 동부취재본부 차장
제23회 광양매화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축제장 주변에 설치한 가설텐트를 놓고 광양시와 주민들 간에 승강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흥겨워야 할 축제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광양 매화축제는 1997년 다압청년회 주관으로 개최했던 제1회 광양매화축제가 시작이다. 이후 2005년 상춘객 수가 25만 명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축제로서의 모습을 갖게 됐고, 광양시가 주관이 되어 매년 3월 치러지고 있다.

이제 광양매화축제는 축제 전후로 네이버 일간 검색어 1등을 할 정도로 인기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봄꽃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덩달아 광양은 힘든 겨울나기를 하고 꽃을 피운 매화를 보기 위해 찾는 상춘객 수만 120만~150만명에 이르는 관광 명소가 됐다.

이렇다 보니 축제 기간을 전후로 해서 한 달여 동안 마을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할 수 없어 길거리 노점을 차리고 특산품이나 자체 생산한 농산물들을 팔곤 한다.

그런데 최근 광양시가 바가지요금 근절이라는 명목으로 그동안 묵인해 왔던 노점상 가설텐트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면서 주민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가 원칙적인 차원에서 대응한 것이라지만, 주민들은 20여 년의 관행을 깬 처사에 당황해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주민들은 문제의 근원이 일부 주민들이 사유지를 외부인에 빌려 주면서 높은 임대료를 받았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이 발생한 것이라며, 건축법과 농지법을 통해 이행강제금 부과하거나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하는 것보다 이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또 주민들은 길거리 좌판은 되고, 가설 텐트는 안된다는 법의 잣대도 옳지 않은 것 같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주민은 올해 처음 도입된 입장료로 인해 입장권 매표소와 상품권 교환소에 공무원 인력이 대거 투입됐는데, 이곳에 투입된 인력으로 ‘합동 바가지요금 점검 TF’을 구성했다면 애초에 이런 갈등도 없었을 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축제와 달리 광양매화축제는 마을 전체를 축제장으로 제공하지만 보상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주민 자체적으로 메뉴판을 공개하고 바가지요금 근절 캠페인을 열고 있는 상황에서 바가지요금 점검팀은 꾸리지 않은 채 가설텐트 단속에만 여념이 없는 시의 태도에 주민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100만 명 이상 규모의 지역축제는 행안부 책임관, 지자체 공무원, 지역상인회, 소비단체 등으로 구성된 합동 바가지요금 점검 TF를 운영하고 근절 캠페인 및 현장점검을 실시한다’라고 홍보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광양매화축제가 돈으론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양을 홍보하는 데 이바지해 왔고, 30년 가깝게 광양시와 마을 주민이 상생해왔던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로운 타협점을 찾길 바란다.

/kd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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