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얇아진 지갑에…밸런타인데이 특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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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얇아진 지갑에…밸런타인데이 특수 실종
계란·밀가루 등 식재료·초콜릿 가격 상승에 소비 위축
행사·기획 상품 사라져…디저트 판매 예년 10%도 안돼
2024년 02월 14일(수) 19:42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한 편의점 앞에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 등이 전시돼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고물가·고금리로 젊은층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광주·전남에서 밸런타인 데이(Valentine Day·2월 14일) 특수가 사실상 실종됐다.

자영업자들도 지난해에 이은 소비위축에 따라 판촉 매대를 줄였고, 주 소비층인 젊은 연인들의 지갑도 굳게 닫혔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이날 광주지역 빵·디저트 상점과 마트 등을 돌아본 결과 기념일을 알리는 판촉물 등을 내세워 물건을 파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구마다 밸런타인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기획상품을 진열해 놓은 편의점과 제과점 등의 모습은 사라지고 기존에 팔던 초콜릿 상품만 진열돼 있었다. 매대의 크기도 단촐해 졌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한 중형 마트는 초콜릿 등을 매대 가장 앞쪽에 배치했을 뿐 지난해처럼 홍보 문구는 따로 걸어놓지 않았다.

10년 째 이곳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치윤(30)씨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밸런타인 특수가 사라졌다. 예전에는 과자업체에서 선물세트와 묶음세트를 내놓기도 했는데 요즘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그래도 기념일이라 매대에 초콜릿을 올려두긴 했지만 사가는 손님들이 많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구 화정동에서 마들렌 등 수제 디저트를 판매하는 가게에서도 밸런타인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디저트업체 사장인 정모(40)씨는 “과거 기념일 시즌에는 2일간 3000여개의 디저트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300개도 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구 중흥동에서 디저트를 판매하는 김지은(30)씨도 “평상시보다 주문은 살짝 늘었지만 그렇다고 예년의 기념일 특수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케이크 위주로 판매하는 디저트 가게인 만큼 기념일 특수가 중요한데 모두 옛말이고 이제 기념일도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초콜릿 등 과자류 가격이 대폭 오른데다 고물가 행진으로 소비위축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계란과 밀가루 등 식자재 비용이 인상함에 따라 기념일 특수 식품의 가격은 높아질 수 밖에 없어 젊은이들이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연말 빼빼로 데이 특수의 흥행 참패도 영향을 끼쳤다.

서구 쌍촌동의 중형 마트도 초콜릿 코너를 입구에 배치했을 뿐 밸런타인 데이를 알 수 있는 판촉물은 없었다.

매니저 김모(41)씨는 “원래 업체에서도 기념일에 맞춰 행사도 하고 기획 상품도 내놓는데 이제는 없다”며 “마트 차원에서 판촉 행사를 한다고 해도 판매가 더 잘되는 것도 아니라 굳이 돈들여서 진열해놓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기념일마다 곳곳에 밸런타인데이 판촉물을 통해 소비를 촉진했지만 이제는 판촉물에 쓰이는 비용만큼도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특히 지난해 빼빼로 데이 당시 판촉매대를 벌였지만 수입이 좋지 않아 올 밸렌타인 데이에는 판촉매대를 줄였다는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젊은 층들도 고물가로 지갑사정이 좋지 않아 ‘안받고 안주기’를 하자는 연인들이 늘고 있다.

정희라(여·26)씨는 “예전에는 남자친구와 밸런타인데이마다 초콜릿을 주고 받았지만 이제는 사회초년생이고 취업준비생이다보니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굳이 챙기지 않는다”고 했다. 밸런타인데이뿐 아니라 화이트데이와 빼빼로데이 등 모든 기념일을 챙기려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김가나(여·23)씨 역시 “예전에는 가까운 마트만 가도 밸런타인데이 기념 판촉행사로 마트 한켠이 붐볐었는데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나 역시도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며 밥 한끼 하는 방법으로 기념일 선물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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