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이재명 대표 31일 첫 소통 … 대화 물꼬 틀까
  전체메뉴
尹 대통령·이재명 대표 31일 첫 소통 … 대화 물꼬 틀까
내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앞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윤 정부 출범 후 첫 제1야당 대표와 만남…협치 계기 ‘주목’
2023년 10월 30일(월) 19:55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 만난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환담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날 만남이 여야의 극한 대립을 완화하고 협치의 물꼬를 틀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30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시정연설 환담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며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대표의 결단으로 참석하기로 결론 났다”고 전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마주쳐 짧게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따라서 사전환담에서의 만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두 사람이 사실상 처음 소통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만남이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작년에는 민주당이 야권을 향한 검찰·감사원의 전방위적인 수사 및 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했고, 사전환담에서 양측의 만남도 불발됐다.

올해 시정연설 사전환담도 이 대표의 참석은 불투명했고 당내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동’에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한 데다 사전환담이 5부 요인(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감사원장)까지 함께하는 자리여서 국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대통령실에 ‘밀도 있는 대화가 가능한’ 자리를 만들어줄 것을 제안했지만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참석을 결정한 것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소통과 국정 기조 변화를 촉구하며 ‘책임 야당’ 면모를 부각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이 있을 때면 사전환담에 참석하는 건 국회의 오랜 관례인데, 이 대표가 2년 연속 불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에서도 사전환담장에서 두 사람의 소통에 기대감을 표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국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기는 쉽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계기는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는 점에서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까지 아울러 격의 없는 소통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시정연설에 나선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날 회동이 여야 관계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과 관련, “국민의 고통에 제대로 응답하기를 바라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윤석열 정부는 1년 반 동안 아무 대책 없이 경제와 민생을 방치했다”며 “이제 민생 예산은 물론이고 미래 성장을 견인할 연구개발(R&D) 예산마저 삭감하겠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배가 고파서 영양실조에 걸렸는데 형편이 어렵다고 밥을 굶기는 것과 같다”며 “우리는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자식들 공부를 시켰다. 그런데 ‘형편이 어려우니까 공부는 무슨 공부냐, 그냥 밭에 일이나 가자’ 이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또 “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윤석열 정권이 9·19 군사합의 파기를 추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혹시 국지전 같은 돌발적 군사 충돌을 막는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사실상 남북의 군사 충돌을 방치, 또는 기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라고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환담에서 민생을 주제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여야 간의 관계도 한층 부드러워질 것”이라며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이날 환담이 소모적 정쟁의 종식을 알리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