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로 사는 즐거움 - 신수오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대표 도시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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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로 사는 즐거움 - 신수오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대표 도시농부
2023년 09월 26일(화) 00:00
#풍경 하나.

매주 일요일 광주 풍암동 호미농장에서는 토종학교가 열린다. 1년 동안 토종 씨앗을 공부하고 전통 농사법을 배우는 학교다. 3월부터 12월까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초입까지 24절기 동안 토종 씨앗으로 절기에 따라 씨앗을 파종하고 기른 작물로 밥상을 차리고 밥모심을 한다. 토종 씨앗과 전통 농사법 및 절기 김치와 토종 요리를 만들면서 생태순환을 체험하고 전통지식의 재기능화를 몸으로 터득한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토종학교에 참여한 농부들은 토종 씨앗을 심고 가꾸어 증식(씨앗을 늘리는 것)하여 보자기장과 지구농장터 등의 도시농부와 소농들이 참여하는 장을 만들고 광주에 있는 마을텃밭, 학교텃밭 등에 나눈다. 광주·전남에서 토종 씨앗을 구하는 이들을 위한 토종 채종포 역할을 하는 것이다.(아쉽게도 10년 동안 그 거점이 된 풍암동 호미농장은 도시공원일몰제로 인한 중앙공원 개발로 8월 15일 사라졌다. 토종학교는 북구 장등동으로 옮겨서 가을농사를 진행하고 있다)

#풍경 둘.

한 달에 두 번 토요일 오전 유촌동에 있는 ‘유덕동 텃밭정원’에서는 기후농부학교가 열린다. 유덕동 텃밭정원은 개인 경작이 아닌 마을과 단체들이 함께하는 공동체 텃밭으로 정원과 텃밭이 조화를 이루고 꽃과 작물들이 함께하는 먹거리 정원이 특징이다. 격주로 진행되는 기후농부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텃밭 경작을 위한 기술과 탄소 발생을 줄이고 밥상의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기후 농부로 농사와 순환을 배우고 실천한다. 음식물 찌꺼기로 퇴비를 만드는 퇴비학교, 지렁이로 음식물을 분해하는 분해정원텃밭 교육 등에 참여하며 단체 회원들과 함께 땀흘려 일하며 협동하는 것도 배우고 햇볕과 땅의 기운으로 마음밭도 건강하게 돌본다.

#풍경 셋.

북구 장등동에 있는 짱똘아재주말농장과 동구인문학당에서는 토종 작물로 농사를 짓고 절기 따라 김치 담는 법을 배우는 ‘토종밥상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 변화는 우리가 먹는 대상과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경 파괴적이고 영양적인 측면에서 무모한 먹거리 생산과 공급 사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재기능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공동체가 더 복원력 있는 미래로 전환하려면 위대한 재기능화 과정이 필요한데 토종 씨앗을 수집·저장·농사짓는 기술, 김치를 담는 기술, 회석연료 없이 요리하는 기술, 채소절임 기술, 지역의 야생식물을 식별하고 채집 조리하는 기술, 고기 없는 채식 밥상을 차리는 비건 실천 등이 그것이다. 스스로 먹거리를 기르고 요리하는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구성원들은 개인의 먹거리 뿐 아니라 광주 전체의 먹거리 보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레이 올드버그는 집과 일터에서 맡은 역할과 책임, 의무에서 벗어나 그냥 ‘나’로서 시간을 보내고 쉴 수 있는 공공장소를 ‘제3의 장소’라고 한다. ‘제3의 장소’는 집이나 직장에서 걸어갈 만큼 가까운 곳에 있고 사회경제적 조건에 관계없이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 곳이다.언제 가더라도 늘 아는 사람들(친구)을 만날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술이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 마을의 카페, 책방, 호프집, 마을공동체 사랑방 같은 장소를 말한다.

도시농부들에게 가장 행복하고 편한 ‘제3의 장소’는 도시 텃밭일 것이다. 위 풍경들처럼 시민들은 도시 텃밭에서 자연스럽게 농사를 짓고 어울리며 그냥 ‘나’로서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풀고 협동과 소통의 농(農)의 가치를 몸으로 배운다. 삭막한 도시에 생태순환을 체험하고 생태전환의 길을 여는 도시농업 실천 공간이 다양하게 확대되어야할 이유다.

다른 생명을 돌보고 기르며 그 생명을 먹는 농(農)적인 경험은 다른 생명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며, 작물을 기르면서 생태적 감수성과 생태적 지혜, 나아가서는 생태적 용기를 터득하게 된다. 우리 이제 함께 농(農)하자. 쉘 위 팜(Shall we farm)? 레츠 팜(Lets F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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