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사회의 희생양- 최 현 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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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사회의 희생양- 최 현 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3년 09월 15일(금) 00:00
지난 달, 분당의 서현 역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을 접했다. 서현 역의 한 백화점 앞에서 어떤 청년이 차를 몰아 인도로 돌진하여 두 사람에게 부상을 입힌 것이다. 충돌로 인해 차량이 파손 되자, 범인은 바깥으로 나와 칼을 휘두르며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공격했다. 그로 인해 한 사람은 목숨을 잃었고 열세 명이 부상을 입었다. 범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사건을 ‘묻지 마 범죄’라고 부른다. 보통 칼부림 사건은 자신에게 해를 끼쳤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묻지 마 범죄’가 이렇게 심해지고 있는 이유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자신에게도 있지만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사회에도 있다. 이 현상은 우리 시대 사람들의 마음에 쌓인 분노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뜻이다. 정치, 경제, 교육, 사법,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부정과 불의와 부패 현상이 심해져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폭발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는 뜻이다.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도 많이 증가 했지만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을 치료하고 회복하기 보다는 방조하고 조장해서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 학교폭력으로 긴 시간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들이 그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고 학생이나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초등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부분들은 개개인의 갈등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책과 회복의 대안들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심약한 사람들의 경우 화를 참기만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화를 참거나 삭인다는 것은 심리적 방어기제인 억압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 억압이란 방어기제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왜 그런가? 분노는 감정이라는 에너지인데 이것을 누르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위에 뜬공을 물속으로 눌러 놓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깊이 누를수록 강하게 튀어 오른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고 한다. 나는 원래 착한데 나를 화나게 하면 크게 폭발하고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자기 방어의 한 방법인 듯 싶다.

목회자나 교회 중직자 자녀에게서 나오는 엔젤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부모에게 화살이 돌아 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산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고 자신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긴 세월을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마음에 억압한 감정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감정들이 계속 눌린 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이 되면 마치 화산처럼 터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순한 사람들이 화가 나면 이성을 잃고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마는 것이다.

예수님 시대에도 유대인들은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억압속에서 살아 가야만 했다. 그러한 심리를 잘 이용하여 로마의 총독과 유대의 종교 기득권자들이 합세하여 민중을 선동하였고 그 결과로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처형 하는데 성공한다. 마치 백성이 원해서 이런 판결을 내린 것처럼 빌라도 총독은 손을 씻는 행위를 한다. 하지만 영원토록 그의 이름 본디오 빌라도는 기독교인들의 신앙고백 속에서 예수님에게 고난을 준 이로 등장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이러한 국민들의 분노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사회적 문제들을 풀어 나가려는 적극적인 태도와 방법들이 필요하다. 특정한 이들을 희생양 삼아 순간순간 모면해 보려는 것은 우리나라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종교가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더 나은 미래로 방향을 제시할 수 없다면 여기저기에서 상처나고 찢겨진 이웃을 보듬어 주자. 더 나아가 무한 경쟁사회속에서 지치고, 각자 도생의 외로움 속에서 몸부림치며 분노하는 이들을 꼭 안아주자. 그러면 이 분노의 온도가 조금은 진정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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