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행복!-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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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3년 09월 07일(목) 23:00
삶의 한 가운데에 서서 자주 던지는 질문이 “나는 행복한가?”이다.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다. 지금의 삶이 힘들거나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해서 던지기도 하고, 장애물을 만나거나 위기에 몰려 순탄했던 나의 삶이 무참히 무너져 내릴 때 던지기도 한다. 부족함 없고 편안하며 아무 문제 없이 지내다가도 문득 “잘 지내고 있는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인가? 정말 나는 행복한가?”라고 자문하기도 한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세상을 향해 던져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와 세상에서 벌어지는 어려운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이 아닌 모두가 함께 대처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깊이 파고든 심각한 개인주의는 이기심을 넘어 관계성조차도 파괴하는 벽까지 만들어 버렸다. ‘무차별 폭력’, ‘묻지마 범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재난’ 등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이다.

사회학자들은 그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통합’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에서 어려움과 고통에 처한 사람들이나, 사회의 구조적인 악으로 인해 버림받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문제의 주요한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라 하며, 이는 우리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극한 대립과 생존 경쟁으로까지 여겨져 한계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 경쟁에서 이긴 자들은 안전과 풍요와 편안함이라는 무기를 얻지만, 패배한 이들은 밀려나 소외되어 좌절과 사회적 고립으로 내몰리게 된다. 급기야 경쟁에서의 승리와 패배는 생명과 죽음으로 연결되어 ‘묻지마 범죄’와 ‘무차별 폭력’의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사회통합’이라는 종교의 역할은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에게 사회교리를 가르친다. 사회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일반적으로 사회교리라 한다. 19세기 산업혁명 후 그 이전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노동착취, 생계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문제가 일어났다. 사회교리는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면서 형성되었다. 세상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회적 문제에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여 갈라지고 무너져 내린 관계성을 회복하고, 특히 소외되고 사각지대에 놓여 가난에 처한 이들에게 희망을 잃지 않도록 연대하여 사회적 통합을 이루려 했다. 그래서 이 사회교리는 공동선과 보조성 그리고 연대성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한다.

결국 가톨릭교회에서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사람’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형제들」이라는 회칙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십자가를 함께 지는 문화가 필요함”을 제시했다. 왜냐하면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가톨릭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말하면서 우리는 내 개인에게 국한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을 찾으려면 혼자서는 그 행복을 찾고 추구할 수 없다. 반드시 사회와 공동체가 필요한데, 여기서 ‘공동선’이 발생한다. ‘도움’이라는 보조성의 원리는 자발적 발전과 자율적 삶을 증진해 공평의 기회를 찾도록 돕고, 연대성은 타인이 착취로 억압받는 대상이 아니라 이웃이며,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섬기는 것이다.

서로의 행복을 위한 길과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나’는 물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지 이론적으로 다 알고 있다. 최근 번역했던 스페인어 문장이 떠오른다. ‘술에 대한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서적을 읽었다 해서 술에 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최고의 요리사가 저술한 요리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행복의 방법을 알고 있는데,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면 진짜 행복은 절대 경험하지 못한다. 나는 물론 우리 모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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