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사태로 본 신앙인의 준비 -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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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사태로 본 신앙인의 준비 - 최현열 광주 온교회 담임목사
2023년 08월 18일(금) 00:00
딸이 군산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2021년부터 나는 광주에서 군산을 오고 가는 일이 잦다. 기숙사 생활을 해서 학기 시작하는 때와 끝나는 때는 짐을 실어 날라야 했고 가끔 주말에 집에 오면 학교까지 태워주곤 하였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부안을 지날 즈음 도로가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2023년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알리는 옥외 광고판이었다. 그 광고판을 볼 때마다 어릴적 추억도 새록새록 돋았고 입가에 미소가 생길 정도로 기대가 되었다. ‘나도 그곳을 미리 한 번 가볼까’ 생각을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멋진 잼버리가 되기를 기원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찾아와 야영을 하며 교류하고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의 멋진 모습과 준비에 놀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1987년 초등학교 시절에 동생과 함께 한국보이스카우트 연맹 소속 전북지부에 가입했다. 오른손 가운데 세 손가락만 펴고 선서를 했고, 세 손가락으로 경례하는 법과 왼손으로 악수하는 법을 익혔던 기억이 난다. 당시 부모님은 없는 형편에 단복을 사 주셨고 입회비를 내 주셨다. 까끌까끌하지만 윤이 나는 네이비색 단복은 너무 멋졌고 노란색의 스카프를 돌돌 말아 목에 두르고 보이스카우트 후크로 목까지 조여주었다. 황금색 사자 후크도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왼쪽 가슴에는 동물 계급장 같은 것을 달았고 다양한 배지도 있었던 거 같다. 타이즈를 신고 허리에 하얀 밧줄을 차고 모자까지 착용하면 이렇게 멋진 모습을 당시에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첫 캠프를 학교에서 했는데 그때 배웠던 노래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올해 들어 세계잼버리가 열리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잼버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려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 비춰졌다. 기대했지만 걱정과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4년 이라는 시간과 10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이 쓰였다고 하는데 2023년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의문에 의문을 더하며 고개가 갸웃거리고 믿어지지 않았다.

결국 일이 터져버려서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많은 청소년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몇 나라는 야영지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졌다. 뒤늦게 수습을 위해 정부는 야영지에서 조기 퇴영을 결정하고 그 많은 대원들을 각 지역으로 분산해서 문화를 체험하거나 관광을 하는 것으로 남은 일정을 메꿨다. 그리고 K팝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제25회 새만금 세계 보이스카우트 잼버리는 막을 내렸다.

한국 보이스카우트연맹 웹사이트에 들어가 살펴보니 보이스카우트 마크에 대한 설명이 예전 내가 알던 모양과 설명이 달랐다. 내가 가입할 당시 나눠준 수첩에는 마크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는데 마크 하단쯤 보면 ‘ㅈㅜㄴㅂㅣ’라는 글자가 있었다. 애초에 그 정신이 군대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준비태세’는 언제나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미였다. 새만금의 환경이 예상보다 힘들고 기후 문제나 불어 닥친 태풍도 영향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고 예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본다. 2015년 일본에서 개최된 세계잼버리도 간척지였고 쓰인 금액도 400억 원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 두 곳의 잼버리는 언제나 비교 대상이 될 것이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24장 44절에 “이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생각하지 않은 때에 인자가 오리라”라고 말씀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준비된 신앙은 매우 중요한 믿음이다. 노아의 홍수 때에도 준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며 삶에 취해 있던 사람들이 나온다. 주최한 이들이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치루는 것보다 사리사욕에 눈이 먼 것은 아니었나 싶다. 닭들에게 모이를 던져주면 달려들어서 정신없이 쪼아 먹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선악과를 먹고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번 세계잼버리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삶이나 신앙에 잘 적용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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