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미움받을 용기 - 최현열 광주온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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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미움받을 용기 - 최현열 광주온교회 담임목사
2023년 07월 21일(금) 00:00
어릴 적 홍수로 인하여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동네 아이가 떠내려 가고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사촌형도 사망한 일이 있었다. 며칠 동안 가족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에는 뛰어넘어 다니고 수영도 하고 물고기를 잡던 작은 강이었는데 큰비로 인해 넘쳐나는 물은 무서울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다. 밤새 퍼부은 비로 집안까지 물이 차 오르고 말 그대로 물난리가 났었다. 그럼에도 철없이 무릎까지 차오른 길을 첨벙거리며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장마가 지나고 해가 떠 점점 물이 빠졌을 때 여기저기 그 흔적들이 보였다. 집집마다 젖은 가구며 옷가지 등을 내어 놓고 말리느라 부산했고, 흙탕물을 퍼내고 닦아 내기에 정신이 없었다. 논과 밭은 떠내려 가고 쓰러지고 진흙 속에 묻혔던 것들을 복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우리나라에 있었던 홍수 중에 가장 최악인 것은 100여 년 전 1925년 을축년에 있었던 대홍수이다. 닷새간 쏟아진 강수량이 753㎜인데 가늠하기 힘든 수치이다. 올해 큰 피해를 입힌 폭우의 양이 대략 50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그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실로 엄청난 강수량이 아닐 수 없다. 한강 최고 수위인 11.76m가 그 시기에 기록한 것이고 아직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7월 경기도 시흥군에 속해 있던 가리봉 지역에 큰비가 내렸다. 748.9㎜의 기록적인 폭우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 북장로교회에서 파송한 하마련 선교사는 사비와 교회 재정을 털어 이재민들에게 좁쌀을 나눠주며 그들을 돌보았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것도 서러운 시기에 이러한 재앙이 겹쳤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우리는 첨단 도시화를 이루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편이성을 추구하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홍수로 인한 피해는 여전하니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닌가 싶다. 예나 지금이나 치산치수(治山治水)를 국가 경영의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있다. 현대에도 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강수량은 사람이 조절하기는 현재 과학기술로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이고 그 물들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과거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더욱 치밀하게 준비하고 지류 하천의 정비도 예산에 걸맞게 진행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날씨가 주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고 예측하기도 힘드니 결국 예방이 최선책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이상 기후로 극단적인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섭씨 40도가 넘는 이상 고온으로 시달리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엄청난 폭우나 태풍이 그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엘니뇨, 라니뇨 하면서 이러한 기후 현상을 해석해 내고 있지만 이미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인 인간의 욕심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을 저버린 탓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환경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창세기 1장에 하나님께서는 “자녀를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 땅을 다스리고 살아라. 바다의 물고기와 공중의 새들과 땅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쉬운말 번역)라고 말씀 하신다. 다스리라는 것은 억압하고 통치하라는 것이 아니라 보살피고 돌보라는 것이다. 또한 병들고 아픈 곳을 낫도록 살피라는 뜻도 있다.

상식적으로 지구의 물의 양은 일정하다. 지구 온난화는 결국 뜨거운 기온이 수증기의 양을 증가시키고 공기의 흐름이나 바닷물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 폭우를 쏟아부은 것이 아니겠는가. 지구 온난화 문제는 50년 전부터 나온 말이다.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대비를 철저히 할 뿐 아니라 병들고 지쳐서 잔뜩 화난 지구를 위로하고 다스려서 아픈 곳을 치유해 나가야 한다. 마태복음 24장에는 마지막 때의 징조에 대해 말씀하시는 내용이 나오는데 기독교인들은 그때 모든 민족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하였다. 과연 기독교인들이 이 시기에 무엇으로 미움을 받을까. 발전을 멈추고 지구를 살리자라고 운동하고 환경 파괴 행위를 비판하며 멈추게 해 보자. 그러면 미움을 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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