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 확산 방지에 힘 모아야- 박영길 순천 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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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병 확산 방지에 힘 모아야- 박영길 순천 국유림관리소장
2023년 05월 30일(화) 22:00
2022년 봄 순천 왜성(倭城)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현장 확인 및 방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전라남도 문화재 구역인 순천 왜성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해 긴급 방제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문화재 보호 구역은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지침대로 감염된 나무는 파쇄하고 주변 미(未)감염목에 대해서는 예방주사를 실시했다.

1598년 9월 순천 왜성 주변에서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왜성에는 일본군이, 건너편 검단산성에는 조·명 연합군의 지휘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검단산성에서는 순천 왜성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명나라 황실 종군 화가가 그린 ‘정왜기공도권’(征倭紀功圖卷)에 전투 장면과 왜성의 모양세가 너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역사 고증의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왜성의 가장 중요한 천수각 주변에 소나무들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는데 지금도 소나무가 그대로 자리 잡고 있다. 420여 년 전의 소나무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같은 위치에 우람한 소나무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그 때 당시의 화가도 소나무를 눈여겨본 것이다.

소나무 재선충은 감염된 소나무가 100% 고사하는 무서운 병해충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구제(驅除)가 중요한데 감염된 나무를 가스를 이용해 훈증하거나 칩으로 파쇄해 애벌레를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또 예방 약제를 수간(樹幹) 주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방제하고 있다. 감염목 지역의 소나무를 땔감이나 목재 등으로 이용하기 위해 무단 이동시키는 것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새롭게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방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 금지해야 한다.

광양시 지역에 우람한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감염돼 칩으로 파쇄해 버리면 너무 아까워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장 방문을 해 확인해 보니 성인 두 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큰 대경목(大莖木) 세 그루가 서로 가까이 서 있었다. 가슴 높이 지름이 각각 74㎝, 77㎝, 78㎝로 통직한 소나무들이었다. 그중 두 그루는 이미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돼 수피가 벗겨지고 있었고 한 그루는 미감염 상태였다. 미감염목은 예방 수간 주사를 실시했지만 감염된 두 그루는 감염목인 이상 벌목 후 처리 여부를 고심해야 했다. 우람한 소나무여서 주변에 누군가 수목장을 했는지 조그마한 추모석도 있었다. 수목장을 한 사람을 수소문해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돼 벌목할 수밖에 없다고 설득해 벌목 동의를 받고 미감염된 소나무는 예방주사를 놓겠다고 설명을 했다.

운반이 어렵지만 3.6m 이상 길게 자른 뒤, 용재 가치가 있도록 활용하기 위해 훈증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시켰다. 훈증은 지름 2㎝ 이상 잔가지도 모두 수거해야 해 많은 인력과 경비가 소요된다. 훈증포에 가스를 넣어 6개월 정도 목재 안에 있는 솔수염하늘소 애벌레를 고사시킨 후 안전한 상태로 반출할 계획이다. 그러면 현장에서 훈증한 후 폐기되거나 가치가 적은 칩으로 생산될 소나무가 훨씬 가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좋은 목재는 문화재 복원이나 건물 기둥, 대들보 등으로 거듭나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반드시 보호해야 할 우람한 소나무가 감염되면 방제하는 데 훨씬 많은 노력과 예산이 소요되고 완벽한 방제도 어려운 골칫덩이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의 대경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예방주사를 활용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에 소나무 재선충 훈증 무더기가 있는 광양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무더기에 한번 불이 붙으면 아무리 물을 쏟아 부어도 불이 잘 꺼지지 않는다. 산불 진화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껴 가시권 권역이나 산불 위험이 있는 지역의 훈증 무더기를 제거하는 사업을 다시 해야 한다.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훈증하고 또 몇 년 후에는 훈증 무더기를 제거하는데 예산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소나무 재선충 확산을 막아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한다는 소나무를 잘 보존하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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