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만에 뭉친 초로의 시인들 ‘다시,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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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만에 뭉친 초로의 시인들 ‘다시, 화양연화’
1975년 전남 고교생 시인들, 전국 첫 학생시조협회 결성
송선영 시인 지도로 창작…중앙문단 등단 등 활발한 활동
오종문·최양숙 시인 등 참여 사화집 발간…15일 출판기념회
2023년 04월 12일(수) 20:35
“무등산 아래 그곳,/ 시인 송선영 선생님과/ 소년, 소녀들이 칠판 앞에 둘러앉아/ 시를 얘기하고, 시를 썼다// 어떤 날은 버스를 타고/ 풍경 속으로 소풍을 다녔다// 늘 내 안에 있는 내 학교였다// 내 시 학교였다// 사십 년이 더 되었다// 지금도 불현 듯 나를 불러세우는 그곳이/ 나를 만들었다” (윤희상, ‘전남학생시조협회’ 전문)

전남학생시조협회는 1975년 11월 9일 광주에서 전국 최초 결성된 고교생 시조동인회다. 이듬해인 1976년에는 창간호 ‘토풍시’를 펴내는 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서시 ‘토풍시송’에는 “전라도 한 하늘인 걸 우리 얼만 담는다”라는 귀한 뜻이 담겨 있다.

모임은 고등학생이었던 김종섭 시인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송선영 시인을 지도교사로 모셨다. 지도를 받은 예비시조시인들은 각종 백일장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등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1기 제자들부터 시작해 22기까지 이르기까지 송 시인을 비롯한 여러 시인들의 헌신과 아낌없는 지지가 있었다.

광주 출신의 송 시인은 1956년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99년까지 초등학교 교직에 종사했다. 195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와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각각 ‘휴전선’, ‘설야’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이후 ‘겨울 비망록’, ‘꿈꾸는 숫돌’ 등의 작품집을 펴냈으며 가람시조문학상, 중앙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그리고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소년 소녀였던 학생들은 60, 70이 넘은 ‘젊은 노인’으로 바뀌었다. 재기발랄하고 수줍이 많던 이들은 이제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며 삶의 의미를 반추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전남학생시조협회가 지도교사와 함께 사화집을 발간해 화제다.

사화집(詞華集)이란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시나 문장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골라 모아 엮은 책’을 말하는데 이번 시집에는 모두 8명의 시인들 작품이 실렸다.

무엇보다 스승과 제자들의 작품을 모은 작품의 제목이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이다. ‘다시, 화양연화’(이미지북)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다시 소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목 옆에 붙은 ‘토풍시 47년만의 약속-전남학생시조협회 사화집’이라는 부제가 이번 작품집의 처음과 끝을 말해준다.

책에는 송선영 시인의 ‘강강수월래’를 비롯해 오종문 시인의 ‘봄 끝 길다’, 이재창 시인의 ‘적멸의 그리움’, 이근택 시인의 ‘바다코끼리’, 최양숙 시인의 ‘매의 허공’, 윤희상 시인의 ‘돌을 줍는 마음’, 박정호 시인의 ‘산다경’, 박현덕 시인의 ‘저녁이 오는 시간’ 등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지엽 시인(경기대 국문과 교수)은 “이 시집은 한국시조문학의 흐름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며 “어떤 면에서는 한국 시단이 처한 문제점들을 주체적으로 개척해나가고 있다고도 판단되었다”고 평을 한다.

송선영 시인은 이번 작품집 발간에 대해 “창간호 ‘토풍시’를 비롯해 2집 ‘무등문학’과 3, 4, 5, 6집의 ‘토풍시’까지 발간하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지금은 맥이 끊겨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그럼에도 많은 동인들이 중앙문단에 진출해 주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47년이 흐른 지금 이들이 한데 모여 나를 불러내어 한 지면에 시조를 활자화시키니 너무나 기쁜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화집이 나오기까지 오종문 시인이 손을 보탰다. 전국 최초 고등학생이 만든 학생 시조동인지라는 자리매김이라는 의미도 깃들어 있다.

오종문 시인은 “소년소녀 학생들을 지도하고 문단진출을 이끌어 준 스승에 대한 헌시집의 성격도 갖고 있다”며 “광주전남의 시조문학이 이 뜻을 계속 이어 옛날의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다시, 화양연화’ 출판기념회가 오는 15일 오전 11시 30분 황솔촌 운암점(광주시 북구 북문대로 167)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전남학생시조협회가 주최하고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하며 송선영 시인과 선후배 시인들을 모시고 오찬과 시담(詩談) 형식으로 진행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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