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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오래된 햇살의 말들
이지엽·김나비 시인, 가사 시집 ‘죽음의 품격’ 펴내
2023년 03월 28일(화) 21:05
조선시대 문학 장르 가운데 널리 통용됐던 양식이 가사다. 그러나 가사는 언제 발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통상적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효시로 삼는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가사는 처음에는 노래로 불렸다. 학계에서는 16세기 정철의 가사를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한다.

해남 출신으로 ‘시조시학’ 편집주간을 맡고 있는 이지엽 시인(경기대 교수)와 송순문학상(2021년)을 수상한 바 있는 김나비 시인이 공동으로 가사 시집 ‘죽음의 품격’(고요아침)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한국 가사시 100인선 기획으로 가사 장르에 대한 독자들에 대한 관심 환기와 창작 활성화를 위해 발간됐다.

모두 19편이 수록된 작품은 두 시인들의 관심과 시적 역량을 보여주는 가사들로 채워졌다.

먼저 이 시인의 작품은 ‘일용할 양식처럼’, ‘마을학교’, ‘이태원 연가’ 등이 실렸으며 김 시인의 작품은 ‘사이보그의 고전적인 산택’, ‘무탄트의 노래’, ‘용궁에서 사는 법’이 실렸다.

이 시인의 표제시 ‘죽음의 품격’은 가사의 미학과 특징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라이톨러는 회고록 말미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죽음을 목전에 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무엇이 목숨까지 던지는 결단을 내리게 했을까/ 지금 당장 내 인생의 타이타닉호가 침몰해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무엇 위해 기도할까/ 이 세상 마지막 순간까지 내 가슴 속에서/ 놓아서는 안 될 숭고한 가치는 무엇일까”

작품은 1912년 4월 14일 거대한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타닉호 승무원 중 생존한 항해사 찰스 라이톨러의 회고록을 모티브로 한다. 제목이 상정하듯 ‘죽음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되묻는 화자의 물음은 오늘의 우리가 한번쯤 곱씹었으면 한다.

이지엽 시인은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다. 세월호 때도 그렇고 이번 이태원 때도 그렇다. 시로써 도저히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 가사시로 내게 왔다. 평범하고 오래된 햇살의 말이 위로가 되는 겨울이다”고 발간 의미를 말했다.

이 시인은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당선됐으며 시집 ‘씨앗의 힘’과 시조집 ‘해남에서 온 편지’, ‘현대시 창작가의’를 펴냈으며 한국시조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김나비 시인은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오목한 기억’, 시조집 ‘혼인비행’ 등을 펴냈다. 가사문학대상, 시문학 신인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