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에서 인간으로, 이철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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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에서 인간으로, 이철희 지음
2025년 12월 19일(금) 10:20
“멸종위기종 한국인.” 국내는 물론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심심치 않게 언급되는 밈이다. 최대 규모의 과학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는 ‘왜 한국은 죽어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고, 지난해 더 타임스는 “한국은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 올해 소폭 반등해 0.8명 안팎이 예상되지만, OECD 38개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며 하락 속도는 가장 가파르다. 출산율 반등 기대만으로 인구 감소를 막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사실 저출산은 지난 10여 년 동안 끊임없이 다뤄진 주제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바로 그 익숙함이 논의를 피상적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가 쓴 ‘인구에서 인간으로’는 저출산을 ‘숫자’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몇 명 태어나는가가 아니라, 태어난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사회인지 여부라는 것이다.

책은 한국이 왜 ‘아이가 태어나기 어려운 나라’가 됐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한다. 과열된 교육 경쟁, 치솟은 주거비, 불안정한 일자리 같은 경제 조건이 결혼·출산을 ‘선택’이 아니라 ‘사치’로 만들었다는 점을 짚는다.

저자는 지난 20년의 저출산 대책이 완전한 실패만은 아니지만 혜택이 닿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결혼한 중상위 가구’ 중심으로 설계된 한계가 컸다고 지적한다. 선택의 자유를 넓히고, 축소사회가 와도 삶의 질을 지켜내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의 목표를 다시 세우자고 제안한다. <위즈덤하우스·2만3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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