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IMF 때보다 안 좋다” 위기 내몰리는 일용직
광주 북구 인력사무소 찾은 50명 중 30여명 발 길 돌려
날 풀려 수요 많을 시기인데 ‘찬바람’ 일용직 생계 위협
광주시 지난해 4분기 건축허가 260건…전년의 ‘반토막’
날 풀려 수요 많을 시기인데 ‘찬바람’ 일용직 생계 위협
광주시 지난해 4분기 건축허가 260건…전년의 ‘반토막’
![]() 7일 오전 6시30분께 광주시 북구 중흥동의 한 인력사무소 안에 일거리를 찾아온 일용직 근로자들이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
“오늘은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7일 새벽 5시 광주시 북구 중흥동의 한 인력사무소 앞. 동이 트기도 전 일찍이 인력사무소를 찾아온 하모(59)씨는 희뿌연 담배연기와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핀 꽁초를 손가락 끝으로 꾸깃꾸깃 짓이기는 그의 얼굴의 구김살도 덩달아 깊어졌다.
하씨는 “요 며칠 일거리가 없어 돈벌이를 못했다”며 “오늘도 일이 없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30분 뒤 인력사무소를 찾는 발길은 그새 더 늘었다. 사무실 안 난로 주변으로 20여명의 구직자들이 둘러앉아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렇게 덧없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전 6시.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구직자들은 초조한 지 자리를 일어나 서성거렸고, 밀려오는 잠을 깨기 위해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바깥바람을 쐬러 나가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6시 40분이 넘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날 인력사무소를 찾은 50여 명 중 일거리를 찾지 못해 고개를 떨구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만 30명이 넘었다.
이날 하씨도 결국 일을 받지 못했다. 그는 “요즘 건설경기가 최악이라 그런지 현장이 많이 줄고, 덩달아 일감이 없어졌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말 속이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임모(가명·57)씨 역시 사정은 딱하기 매한가지였다. 임씨는 “군을 전역해 최근 복학한 대학생 아들이 있다”며 “아빠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용돈도 넉넉히 챙겨줘야 할 텐데, 참 아들에게 미안하고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은 조금 더 일찍 나와야 할 것 같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찾아온 구직자들이 사무실을 모두 떠나자 인력사무소 사장 손모(62)씨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손씨는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인력을 보낼 곳이 없을 것 같다”며 “30명 넘는 사람들이 일감을 구하지 못해 돌아간 건 인력사무소 20년 운영 동안 처음이다”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날이 풀리면서 터파기 작업을 시작하는 현장이 늘어나 인력 수요가 많아야 할 시기지만 인력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며 “IMF때 보다 건설경기가 더욱 침체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주변 인력사무소 다른 사장들이 보내온 문자를 보여줬다. “오늘 인력이 많이 남았으니 일감이 남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건설경기가 급격히 나빠지자 최근 광주 북구지역 24개 인력사무소 사장들은 비상연락망을 만들어 서로 인력을 원하는 곳을 공유하고 있었다. 인력사무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노력에도 워낙 공사현장이 없어 일감을 찾지 못한 사정 딱한 근로자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로 촉발된 건설업계의 불황에 ‘생계 최전선’에 몰린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거리가 크게 줄고 있다. 건설경기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 단 하루도 일을 쉴 경우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계의 우려가 크다.
실제 이날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용도변경과 신축, 증축 등을 포함한 건축허가 건수가 26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423건)보다 39.4%가 줄었다.
또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광주의 공공부문 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무려 73.2%나 급감했다.
이처럼 공사현장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감도 줄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22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연평균 근로일수는 224.2일로 2020년 230.1일에 비해 5.9일 감소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위축돼 현장이 감소하면 어쩔 수 없이 채용하는 근로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 대다수가 다른 일자리를 찾기 힘든 데다, 하루라도 일이 끊기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7일 새벽 5시 광주시 북구 중흥동의 한 인력사무소 앞. 동이 트기도 전 일찍이 인력사무소를 찾아온 하모(59)씨는 희뿌연 담배연기와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핀 꽁초를 손가락 끝으로 꾸깃꾸깃 짓이기는 그의 얼굴의 구김살도 덩달아 깊어졌다.
30분 뒤 인력사무소를 찾는 발길은 그새 더 늘었다. 사무실 안 난로 주변으로 20여명의 구직자들이 둘러앉아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렇게 덧없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전 6시.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구직자들은 초조한 지 자리를 일어나 서성거렸고, 밀려오는 잠을 깨기 위해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바깥바람을 쐬러 나가는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6시 40분이 넘어가자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날 인력사무소를 찾은 50여 명 중 일거리를 찾지 못해 고개를 떨구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만 30명이 넘었다.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임모(가명·57)씨 역시 사정은 딱하기 매한가지였다. 임씨는 “군을 전역해 최근 복학한 대학생 아들이 있다”며 “아빠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용돈도 넉넉히 챙겨줘야 할 텐데, 참 아들에게 미안하고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은 조금 더 일찍 나와야 할 것 같다”며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찾아온 구직자들이 사무실을 모두 떠나자 인력사무소 사장 손모(62)씨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손씨는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인력을 보낼 곳이 없을 것 같다”며 “30명 넘는 사람들이 일감을 구하지 못해 돌아간 건 인력사무소 20년 운영 동안 처음이다”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날이 풀리면서 터파기 작업을 시작하는 현장이 늘어나 인력 수요가 많아야 할 시기지만 인력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며 “IMF때 보다 건설경기가 더욱 침체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주변 인력사무소 다른 사장들이 보내온 문자를 보여줬다. “오늘 인력이 많이 남았으니 일감이 남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건설경기가 급격히 나빠지자 최근 광주 북구지역 24개 인력사무소 사장들은 비상연락망을 만들어 서로 인력을 원하는 곳을 공유하고 있었다. 인력사무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노력에도 워낙 공사현장이 없어 일감을 찾지 못한 사정 딱한 근로자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로 촉발된 건설업계의 불황에 ‘생계 최전선’에 몰린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거리가 크게 줄고 있다. 건설경기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 단 하루도 일을 쉴 경우 당장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계의 우려가 크다.
실제 이날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용도변경과 신축, 증축 등을 포함한 건축허가 건수가 26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423건)보다 39.4%가 줄었다.
또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광주의 공공부문 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무려 73.2%나 급감했다.
이처럼 공사현장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감도 줄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22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연평균 근로일수는 224.2일로 2020년 230.1일에 비해 5.9일 감소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위축돼 현장이 감소하면 어쩔 수 없이 채용하는 근로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 대다수가 다른 일자리를 찾기 힘든 데다, 하루라도 일이 끊기면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