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반려 시대 - 감성 심는 플랜테리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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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반려 시대 - 감성 심는 플랜테리어 인기
내 곁에 녹색 정원…내 안에 생기 충만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반려식물
계절마다 싱그럽고 색다른 매력
식물 입양해 키우는 ‘식집사’ 등장
나만의 작은 정원 가꾸기 즐거움
플랜테리어 시작은 화분 선택부터
중고사이트엔 ‘브랜드 화분’도
2023년 03월 06일(월) 18:35
플랜트 숍을 운영하고 있는 가드너 박세미 씨가 입양 보낼 반려식물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시 북구 용전동에 위치한 한 대형 카페. 커다란 건물 규모도 놀랍지만 카페를 둘러싼 1300평 규모의 넓은 정원에 두 번 놀라는 곳이다.

정원 언덕에는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계절별로 피고 진다. 봄이면 잉글리쉬 라벤더의 보랏빛 꽃이 피어오르고 라벤더 꽃이 저물어갈 즈음에는 야외 대형 화단에 목수국의 하얀꽃이 눈부시게 피어난다. 카페 내부에서 통창으로 보이는 곳에는 대형 팜파스가 흐드러져 있다. 팜파스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솜털같은 꽃대를 올리는데 이맘때면 꽃피는 팜파스 앞에서 인생샷을 찍기 위해 많은 방문객들이 카페를 다녀가곤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온통 초록식물이다. 1층 로비는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에 식물들이 과하게 자리잡지 않도록 이끼나 키 작은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2층은 야외정원이 한눈에 펼쳐보이는 커다란 통창과 대형 초록식물들이 어우러져 식물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플랜테리어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 하다.

“2년 전 연출해 놓은 식물들이 어느새 제자리를 잡고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꽃이 피어나는 식물에 따라 포토 스팟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 제 집인 양 뿌듯해집니다.”

싱그러운 초록 내음이 가득한 광주시 북구 용전동의 플랜테리어 카페.
카페의 내·외부 플랜테리어에 참여했다는 가드너 김진현·박세미씨. 광주시 서구 벽진동에서 플랜트숍 ‘유아이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는 식물 전문가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카페 설계 단계부터 조경에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인테리어가 마무리 된 공간에 식물로 장식을 해왔던 플랜테리어와는 시작부터 달랐다.

“건축 설계하시는 분이 설계 전부터 기획 조경을 같이 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조감도도 없는 상태에서 건물 내부 공간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보고 시작했던 일이었어요. 언덕을 어떻게 꾸미고 사계절 어떤 꽃을 피게 할 건지 설계하는 건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었죠.”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뜻한다. 카페나 식당 등 상업공간은 물론이고 사무실이나 가정집 등 어느 곳에서든 플랜테리어가 호응을 얻고 있다.

김진현·박세미씨는 2010년 플랜테리어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부터 식물 전문숍을 시작했다.

“식물이나 꽃을 사려면 꽃집을 가야했던 시기였어요. 꽃집이라고 하면 당연히 꽃을 사는 곳이잖아요. 부수적으로 식물이 담긴 화분을 살 수 있구요. 좀 더 다양한 식물을 보기 위해서는 화원이나 농장을 가야했어요. 10년 전만해도 젊은 사람들이 요즘처럼 식물이 관심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거든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하다가 ‘취향에 맞는 식물을 파는 곳이 없으니 구매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젊은 친구들을 타깃으로 식물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플랜트 전문숍을 시작하게 된 거에요.”

이들의 의도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지금은 고객의 상당수가 20~30대 젊은층이 되었을 정도다.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플랜테리어에 대한 개념도 조금씩 변화되는 추세다. 단순히 한 공간에 식물을 두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서 계속 키워나가는 ‘식집사’가 등장했고, 많은 양의 식물을 두지 않더라도 독특한 수형을 가진 식물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플랜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식물은 구매자가 집으로 가져가서 키워나가는 존재입니다. 잠깐의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꽃과는 의미가 조금 다르죠. 초록식물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식물 하나만으로 공간이 아름다워지고 생기가 넘치게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박세미 대표는 “식물을 입양보낸다”라고 표현한다. 고객의 집에 어떤 식물이 어울릴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반려식물을 입양해 간 고객과 꾸준히 피드백을 하며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부드러운 그라스와 팜파스 갈대를 활용해 트렌디한 플랜테리어를 연출했다. <유아이그라운드 제공>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식물 선호= 플랜테리어를 하는 ‘식집사’들은 어떤 식물을 들이는 걸까.

과거에는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을 선택할 때 기능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산세베리아나 스투키, 스킨답서스, 홍콩야자, 고무나무 같은 공기정화 기능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눈에 보기 좋은 인테리어 효과에 도움이 되는 식물들의 판매가 많았다.

“옷이나 신발 등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이 식물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요즘은 기능적인 것보다는 세상에 하나뿐인 수형을 가진 독특한 외형을 보거나 공간에 어울리는 색감이나 느낌이 적합한 정서적인 측면에서 선택하는 편인 것 같아요.”

가드너 김진현씨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반려식물을 찾는 고객들의 취향이 조금은 달라졌다. 공간의 어느 포인트에 꽃이 피는 식물을 둔다거나, 벽면에 어울리는 색감을 가진 식물을 둬서 정서적으로 편안한 효과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반적으로 라인이 있는 식물들이 인기다. 크고 많은 잎이 달려있는 식물보다는 가느다란 줄기를 타고 올라가 잔잔하게 잎이 달려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독특한 외형을 가진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식물을 찾기도 한다. 일반 야외정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남천을 화분에 심어 위로 높이 키웠더니 거실 한 켠을 근사하게 장식한 반려식물이 되었다거나, 황칠나무 비파나무 홍콩야자와 같은 식물도 가지치기를 통해 위쪽에만 잎이 붙어있는 수형을 만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같은 식물이라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뿐인 식물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절화의 개념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절화는 꽃이나 꽃봉오리를 줄기, 잎과 함께 잘라낸 것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꽃다발을 만들거나 꽃병에 꽂을 때 장식용으로 쓰이던 소재였다. 절화로 유통되던 유칼립투스나 그레빌리아 같은 식물들을 화분에 직접 심어서 집에 두고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아이그라운드 제공>
◇화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 “플랜테리어의 시작은 화분 선택부터!”라고 얘기할 정도로 최근에는 식물 뿐만 아니라 식물을 키워나갈 화분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화분은 단순히 식물을 심어놓은 부수적인 도구일 뿐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트렌드에 따라 화기도 다양해졌다. 일반 플라스틱 화분도 있지만 원색 계열부터 다양한 컬러, 분지 화분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식물에도 유행이 있듯이 화기에서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초창기에는 세라믹 카본처럼 반짝거리는 화분이 유행이었다가 이후 테라조, 대리석 같은 느낌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고 토분이 대세였던 적도 있었다. 같은 토분이라도 독일 토분, 이태리 토분의 느낌이 다르고 한때는 빈티지스러운 토분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시멘트 화분이라던가 예쁜 유약이 발라져 있는 화분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일명 ‘브랜드 화분’이 등장했다. 인테리어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 화분들이 주를 이룬다.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평범한 토분이지만 중고사이트에서조차 웃돈을 주고 거래할 정도로 구하기 힘든 화분도 있다.

“과거에는 화병에 꽂힌 꽃이나 화분에 심어진 식물이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은 화분이 베이스가 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화분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화병에 있는 식물이 죽으면 그 화분에 다른 식물을 바꿔 심어주면서 화분을 계속 가져가는 거죠.”

식물을 구입하러 온 고객 중에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온 도예작가의 화분을 가져와 화분에 어울리는 식물을 찾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박세미 대표는 마지막으로 누구나 자신의 공간을 플랜테리어로 꾸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전에는 베란다 한 평 정원가꾸기가 유행이었다면 요즘에는 베란다에 한정하지 않고 안방이든 거실이든 어디에서라도 놓고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어요. 식물을 한 곳에 줄지어 놓지 않고도 내 방 가장 예쁜 공간에 예쁜 식물 하나 놓는 것, 내가 항상 머무르는 공간에 초록식물을 두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플랜테리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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