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남진 ‘Still Life’전, 12월 5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
![]() 광주신세계미술갤러리에서 만나는 임남진 작가의 작품. |
‘당신에게 보내는 연서(戀書).’
곱게 접힌 쪽지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색색의 편지를 살짝 들춰보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보냈을 편지, 누군가에게 받았을 쪽지도 떠오른다.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 숱한 쪽지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을 터다.
삶의 풍경과 일상을 화폭에 담아내는 임남진 작가 초대전이 오는 12월5일까지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스틸 라이프(Still Lif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19년부터 작품의 변화를 꾀해 온 작가의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리다.
개성 넘치는 인물군상을 통해 시대의 풍경을 촘촘히 담아왔던 임 작가였기에 비록 작품 속에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편지 하나에도, 푸른 하늘과 지붕에도 각각의 이야기를 부여하며 풍부한 감성을 전한다.
전시 구성도 흥미롭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업한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천정에도 작품을 걸었고, 20여점의 소품을 한 데 모아 다양한 밤과 새벽 풍경을 느끼도록 했다.
비슷한 형식 아래 오로지 색채의 조합만으로 각기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야하는 ‘연서’ 시리즈는 작가에게도 도전이었다. 작가는 특정한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연민·사랑·서운함 등의 다양한 감정의 높낮이를 풀어내며 작업을 완성했다.
연서에 담긴 게 결국은 삶의 다양한 모습, 도시 풍경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한 그는 때론 우연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색의 번짐을 받아들이고 마치 ‘물감놀이’를 하는 것처럼 색채와 어우러졌다.
“이번 작업은 감정선을 달리하며 색에 심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물감이 화선지에 스몄을 때, 다양한 색이 만나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냈을 때 희열을 느끼곤 했죠. 화폭의 크기에 따라 면을 감당하는 에너지도 달라지더군요.”
‘적요’ 시리즈는 푸른 새벽 하늘에 손톱처럼 박혀 있는 달이나, 가느다란 전선줄, 뾰족 솟은 지붕과 어우러진 하늘의 풍경을 조용히 보여준다. 갤러리 쇼윈도에 걸린 작품에서는 하늘과 함께 크레인이 등장한다. 해질 무렵 바라본 크레인은 현대인의 서글픈 욕망처럼 보였고, 어쩐지 애잔한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참여한 오월전에서 선보인 ‘시간의 연대’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전시에는 또 다양한 면 분할과 색의 구성을 통해 색면 추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한 작품도 나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다양한 색의 조합이다. 작가는 감정의 요동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변화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색채의 변화와 연결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임 작가는 인터뷰 중 즐거움, 재미,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마음으로 작업한 작품에는 당연히 그 감정이 투영돼 있다. “오랜 시간 버티고 견디며 작업을 지속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이제 조금은 찾은 것 같다는 그는 앞으로도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곱게 접힌 쪽지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색색의 편지를 살짝 들춰보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보냈을 편지, 누군가에게 받았을 쪽지도 떠오른다.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 숱한 쪽지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을 터다.
‘스틸 라이프(Still Lif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19년부터 작품의 변화를 꾀해 온 작가의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리다.
개성 넘치는 인물군상을 통해 시대의 풍경을 촘촘히 담아왔던 임 작가였기에 비록 작품 속에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편지 하나에도, 푸른 하늘과 지붕에도 각각의 이야기를 부여하며 풍부한 감성을 전한다.
전시 구성도 흥미롭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업한 작가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천정에도 작품을 걸었고, 20여점의 소품을 한 데 모아 다양한 밤과 새벽 풍경을 느끼도록 했다.
![]() 임남진 작 적요 |
연서에 담긴 게 결국은 삶의 다양한 모습, 도시 풍경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각한 그는 때론 우연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색의 번짐을 받아들이고 마치 ‘물감놀이’를 하는 것처럼 색채와 어우러졌다.
“이번 작업은 감정선을 달리하며 색에 심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물감이 화선지에 스몄을 때, 다양한 색이 만나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냈을 때 희열을 느끼곤 했죠. 화폭의 크기에 따라 면을 감당하는 에너지도 달라지더군요.”
‘적요’ 시리즈는 푸른 새벽 하늘에 손톱처럼 박혀 있는 달이나, 가느다란 전선줄, 뾰족 솟은 지붕과 어우러진 하늘의 풍경을 조용히 보여준다. 갤러리 쇼윈도에 걸린 작품에서는 하늘과 함께 크레인이 등장한다. 해질 무렵 바라본 크레인은 현대인의 서글픈 욕망처럼 보였고, 어쩐지 애잔한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참여한 오월전에서 선보인 ‘시간의 연대’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전시에는 또 다양한 면 분할과 색의 구성을 통해 색면 추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듯한 작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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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는 인터뷰 중 즐거움, 재미,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마음으로 작업한 작품에는 당연히 그 감정이 투영돼 있다. “오랜 시간 버티고 견디며 작업을 지속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이제 조금은 찾은 것 같다는 그는 앞으로도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