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공조형물] 공항, 예술을 품다…호텔, 미술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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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공조형물] 공항, 예술을 품다…호텔, 미술관이 되다
# 인천국제공항
영종도 휴게소 높이23m ‘포춘베어’
공항 진입로에 ‘하늘을 걷다’
‘그레이트 모빌’ ‘헬로(Hello)’ 등
제2터미널 곳곳에 작품 16점
# 파라디이스시티호텔
2022년 09월 25일(일) 22:00
단군신화의 웅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세일 작가의 ‘포춘베어’(Fortune Bear·행운의 곰). 높이 23.57m, 폭 9, 7m 의 스테인레스로 제작한 이 조형물은 지난 2014년 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조각품으로 기네스에 등재됐다.
공원, 호텔, 공항, 백화점, 오피스빌딩….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공장소라는 것이다. 산책을 하거나 쇼핑이나 여행을 위해서 방문하는 이곳은 시민들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공적인 장소에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조형물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선사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인천광역시가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과 영종도에 자리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은 장소성과 작품성을 살린 조형물을 통해 ‘문턱 없는’ 미술관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제2터미널 개장을 계기로 ‘아트포트’(art port)를 표방한 인천국제공항은 출국장, 면세구역 등에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 30여 점을 설치해 ‘예술을 품은 공항’으로 비상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합동청사 앞에 설치된 ‘아빠 비행기를 타고’(최대남 작)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예술로의 여정’이다.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여기 저기서 등장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주인공’은 영종도 휴게소에 자리하고 있는 ‘포춘베어’(Fortune Bear·행운의 곰)다. 어찌나 키가 큰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휴게소 옆을 지나가도 눈에 띌 정도다. 장세일 작가가 길이 9m, 폭 9, 7m, 높이 23.57m의 스테인레스로 제작한 이 조형물은 무게만 40만톤에 달한다. 지난 2014년 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조각품으로 기네스에 등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포춘베어’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단지 스케일만은 아니다. 5천년 전 갑자기 사라져 버린 엄마 곰(웅녀)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토템설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휴게소 주변에는 포춘베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공항 방향으로 조금 더 달리다 보면 한적한 들판에 서 있는 한쌍의 연인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공항 진입로에서 만나게 되는 ‘하늘을 걷다’(Walking into the Air)라는 황금빛 조형물이다. 지난 2016년 인천국제공항 신청사 공공조형물 공모에서 당선된 이 작품은 가방을 끄는 남녀가 마주치듯 걷고 있는 형상이다. 마치 공항 터미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설치작가 이종경, 박종빈, 최종원씨가 공동으로 제작한 ‘하늘을 걷다’는 실제 인체 보다 10배 큰 사이즈로 확대한 조각상으로 공항이 현실의 공간에서 여행이라는 상상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관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당선작으로 발표될 당시, 스케일만 압도적일 뿐 주변 공간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제2터미널 진입도로에서만 볼 수 있다 보니 빨리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여유가 없어 이렇다할 감흥을 느끼기에 아쉬움이 많다.

이어 제2터미널 방향에서 공항입구에 들어서면 이용백 작가의 ‘하늘 여행길’이 여행객을 반긴다. 가로 100m x 세로 7m의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제2도약을 꿈꾸는 인천국제공항의 정체성을 담은 브랜딩 영상이다. 문화예술진흥법의 건축물미술작품 규정에 의거해 전체 건축비의 0.7%를 미술작품으로 설치해야 하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공항 외부1층과 체크인 카운터 상단 등 공항 내부에 ‘미디어아트 워크’를 꾸몄다.

무엇보다 ‘아트포트’로서의 면모는 제2터미널에서 실감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제2터미널이 여행객들에게 미술관처럼 느끼도록 하기 위해 46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미술 설치작품을 공모해 프랑스 작가의 자비에 베이앙의 ‘그레이트 모빌’, 강희라의 ‘헬로’(Hello), 오순미의 ‘Dreaming Space’, 레오나드 디자인 아키텍트의 ‘Dancing Crane’ 등 16점을 곳곳에 장식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인 자비에 베이앙의 ‘그레이트 모빌’이다. 터미널 3층 출국장 동서 양쪽 진입부에 설치된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18.5m의 모빌 조각으로 계절과 밤낮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인천공항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 면세점 동서편 1.5km 구간에는 지니 서의 ‘윙즈 오브 비전’(Wings of vision), 수하물 수취구역 동쪽과 서쪽은 김병주 작가의 ‘앰비규어스 월’(Ambiguous Wall)과 율리어스 포프의 ‘비트. 폴’(BIT.FALL)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홍보팀의 임 훈씨는 “인천공항에는 세계 최고의 허브공항과 초 일류 미래공항의 이미지를 담은 김무기 작가의 ‘Flying to the Future’(제1터미널 진입로 부근, 2008년 4월 설치)를 비롯해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교통센터 동측), 최대남 작가의 ‘아빠 비행기를 타고’(인천공항 제1합동청사 외부 조경지역) 등 수 십여점의 공공조형물이 설치돼 있다”면서 “공항을 찾은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예술여행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관문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조각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파라다이스 프루스트’(Paradise Proust)’.
#파라디이스시티호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는 ‘예술을 품은 호텔’이다. 축구장 46개에 달하는 면적에 3000점이 넘는 예술품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름 그대로 ‘예술의 천국’이다. 리조트에 들어서는 순간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외벽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세계 최정상 수준의 건축 디자인 파트너들이 구현한 복합 공간은 머무르는 자체로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개관 당시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과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의자 시리즈인 ‘파라다이스 프루스트’(Paradise Proust)’은 호텔의 아이콘이 됐다. 한국의 조각보에서 영감을 얻어 알록달록하게 디자인된 작품과 건물 외벽과 내부 벽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조각보 패턴은 인상적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작품 배치 또한 조각보처럼 리조트 전체를 감싸도록 구현해 호텔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설계했다.

또한 영국의 yBa(young British artists) 출신의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현존하는 가장 비싼 예술가로 꼽히는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작품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21세기의 대표적인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로 떠오르고 있는 카우스의 ‘투게더’ 등 유명 미술관 부럽지 않은 컬렉션을 뽐낸다. 실내 전시 공간 외에도 야외 산책로마다 전시를 마련해 여유롭게 거닐며 예술적 감성을 쌓을 수 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호텔 로비에 설치된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특히 파라다이스시티는 리조트 내에 상설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총 2층으로 설계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는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Gazing Ball-Farnese Hercules)와 데미안 허스트의 ‘아우러스 사이아나이드’(Aurous Cynide) 등 파라다이스시티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상설전시관과 국내외 유수 아티스트의 작품을 폭넓게 선보이는 기획전시관으로 구성됐다.

파라다이스시티 홍보관계자는 “아시아 컨템포러리 컬처의 발신지로서 고품격 전시를 통해 고객들에게 색다른 심미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방문객들 가운데에는 일부러 전시를 보기 위해 서울은 물론 광주, 부산, 제주 등에서 오는 MZ세대들도 많다”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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