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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균형 발전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8월 04일(목) 00:30
유럽 각 국가에서 수도(首都)가 거대해진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중세 시대에는 영주들이 각 지방을 차지하며 자신의 도시를 발전시켰다. 다른 지역과 경쟁하며 성, 광장, 분수, 아케이드, 건축물 등을 아름답게 조성한 것도 이때다. 근대 들어 통일된 국민 국가가 탄생하면서 하나의 중심 도시, 즉 수도에 역량을 집중하는 국가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수도에 정치·경제·문화·교육 등이 집중돼 있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정도가 대표적인데, 그렇다고 해서 지방 도시의 존재감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 중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호주 등 상당수 국가들은 수도가 정치나 행정의 기능만 갖고 각 분야별로 발전한 도시들은 따로 있다.

474년간 고려, 518년간 조선이라는 통일 국가로 유지된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중앙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구조를 계속 유지해 왔다. 오죽하면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까지 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경제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면서 수도권과 그 연계 지역만이 앞서 성장하고 발전했다.

비정상적인 수도권으로의 집적은 현재 대한민국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람이 수도권에 몰리니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자본을 축적한 투기 세력이 지방의 아파트를 대거 매입하면서 전국에 부동산 거품을 안겼다. 수도권에서 살아남기 경쟁에 허덕이는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고, 편의시설이 가득한 수도권에 비해 텅텅 비어가는 지방에서의 삶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든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매달리느라 다른 곳을 쳐다 볼 여력도 없다.

부동산 거품, 저출산, 양극화, 지방 소멸, 공동체 붕괴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해체를 통해 지방으로 인구·기업·자본·대학을 분산시켜야 한다. 하지만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정당·사법부 등은 이미 수도권에 집과 재산이 있고, 대대손손 수도권에서 살기를 바라는 ‘수도권 기득권 세력’이 장악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한 마디 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균형 발전이야.”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