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의 금 - 박진표 경제부장
‘가난한 자의 금(金)’으로 불리는 은(銀)은 인류가 가장 오래 전부터 화폐로 사용해 온 금속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등지에선 은이 교환과 회계의 기준이었다. 로마제국의 데나리우스 은화는 은 화폐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기원전 211년 등장한 데나리우스는 약 3.8~3.9g의 순은으로 주조됐고, 아우구스투스 시대에는 순도가 거의 100%에 달했다. 당시 데나리우스 은화의 높은 은 함량은 화폐에 대한 신뢰를 상징했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재정이 악화하면서 데나리우스 은화의 순도도 낮아졌다. 네로 황제 등장 이후 데나리우스의 순도는 92%대로 내려갔고, 3세기 ‘군인 황제 시대’에는 은 함량이 5% 수준까지 떨어졌다. 결국 데나리우스 체제는 무너졌고 로마 경제 역시 붕괴했다. 중세 유럽의 상업도시들 역시 원자재로 화폐 사슬의 핵심인 은광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실버 로드’로 불린 동서 교역로는 은이 세계 경제를 연결하던 시대의 흔적이다.
은의 역사에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1970~80년대 미국의 헌트 형제는 은 시장을 장악한다며 대거 은 매집에 나서 가격 폭등을 불렀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이들의 꿈은 무산됐고 은값도 폭락했다. 이후 은은 ‘금보다 위험한 금속’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금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은이 다시 세계경제의 무대 중앙으로 복귀했다. 최근 은값은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급등의 본질은 은의 역할 변화라는 점이 과거와 다른 특징이다. 금은 ‘저장하는 가치’로, 은은 ‘사용하는 가치’로 인정받는 추세다. 은은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태양광,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이며 특히 태양광 분야에선 대체재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 존재를 뽐낸다.
최근 은값 상승도 달러 약세, 금값 강세, 신흥국 실물 수요, 거래소 재고 감소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물이다. 다만 상승이 빠를수록 조정도 급격한 게 은의 속성 중 하나다. 은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역사 속 은은 언제나 기회와 경고를 동시에 남겼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등지에선 은이 교환과 회계의 기준이었다. 로마제국의 데나리우스 은화는 은 화폐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기원전 211년 등장한 데나리우스는 약 3.8~3.9g의 순은으로 주조됐고, 아우구스투스 시대에는 순도가 거의 100%에 달했다. 당시 데나리우스 은화의 높은 은 함량은 화폐에 대한 신뢰를 상징했다.
금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은이 다시 세계경제의 무대 중앙으로 복귀했다. 최근 은값은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급등의 본질은 은의 역할 변화라는 점이 과거와 다른 특징이다. 금은 ‘저장하는 가치’로, 은은 ‘사용하는 가치’로 인정받는 추세다. 은은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태양광,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이며 특히 태양광 분야에선 대체재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 존재를 뽐낸다.
최근 은값 상승도 달러 약세, 금값 강세, 신흥국 실물 수요, 거래소 재고 감소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물이다. 다만 상승이 빠를수록 조정도 급격한 게 은의 속성 중 하나다. 은 투자를 고민 중이라면 역사 속 은은 언제나 기회와 경고를 동시에 남겼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