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둔덕 잘못됐다” 국토부 1년만에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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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둔덕 잘못됐다” 국토부 1년만에 첫 인정
“무안공항 안전 규정 미충족…2020년 개량사업 때 개선했어야”
“보강 됐다면 탑승객 전원 생존 가능”…부실 관리 책임론 커져
2026년 01월 08일(목) 20:30
지난달 29일 오후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인 무안공항 활주로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둔덕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국토교통부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이 항공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국토부가 사고 직후 둔덕과 관련해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냈던 것을 뒤집고, 과거 개량 사업 당시 개선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더불어 해당 시설이 안전 기준에 맞게 개선돼 있었다면 탑승객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와, 국토교통부의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8일 광주일보가 입수한 국토부의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정보제공시설 구조물 개선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 시설이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으며, 2020년 공항 개량사업 당시 규정에 따라 정밀접근활주로 착륙대 종단에서 240m 이내에는 부러지기 쉬운 소재로 개선해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용역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국토부가 무안공항 내 방위각시설을 설치하면서 설치 규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최초로 시인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에는 방위각 시설 관련 안전 규정은 2003년 제정됐으며 2010년부터 적용됐다는 점이 명시됐다. 2020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시설 개량사업 당시에는 규정이 유효했던 만큼, 국토부가 규정을 충족하도록 안전 확보를 위한 시설 개선 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점도 보고서에 담겼다.

아울러 2020년 무안공항 방위각시설 개량·교체 공사 설계용역 입찰 공고에 ‘Frangibility(부서지기 쉬움) 확보 방안 검토’를 명시해 뒀지만, 실제 공사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국토교통부의 검증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정작 시공사는 착수보고회와 중간보고회에서 방위각 시설을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 위치에 그대로 유지하고 기초대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보고회에 참석한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 누구도 안전 규정 미비 사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콘크리트 둔덕이 안전 기준에 맞게 개선돼 있었다면 사고 당시 피해 양상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사고 당시 활주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중상자 이상의 상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됐다. 또 장애물이 없는 평지였다면 항공기는 770여m가량(로컬라이저 둔덕에서 630여m) 미끄러진 뒤 정지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방위각 제공시설이 콘크리트 둔덕 없이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로 지지돼 있었다면 항공기는 10m 높이의 보안 담장을 뚫고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좌석 위치에서의 충격량은 기체에 의해 상당 부분 흡수돼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항공기 손상 역시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고재승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사고 초기부터 둔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이제야 조사 결과가 나온 점은 유감”이라며 “참사의 원인이 둔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국정조사에서 보다 자세히 다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 보고서가 아니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보완, 조정될 수 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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