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남도 오디세이 美路 - 나주] 봄꽃과 이야기가 전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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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예향-남도 오디세이 美路 - 나주] 봄꽃과 이야기가 전하는 위로
골목길·성벽길 아기자기한 이야기… 전통·근대문화 조화 ‘나주읍성’
숲이 주는 위로 ‘금성산 생태숲’ ‘산림자원연구소’ ‘국립 나주 숲체원’
잃어버린 역사 마한 만나는 ‘국립나주박물관’…죽산보 경비행기 체험도
2022년 04월 04일(월) 22:40
일제강점기인 1917년 12월 나주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마한 금동관(국보 제295호).
나주시는 20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문화예술·관광 도시이다. ‘잃어버린 역사’ 마한(馬韓)왕국의 고분이 산재해 있고 금성관과 목사내아(內衙) 등 조선시대 관아가 잘 보존돼 있다. 또한 잠사공장과 정미소 등 일제 강점기 산업시설이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미래 ‘호남의 중심도시’.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를 꿈꾸는 나주에서 ‘힐링’ 봄날을 만끽해보자.

◇전통문화와 근대문화의 어울림…나주읍성=완연한 봄날이다. 벚꽃을 위시해 목련, 개나리 등 온갖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과 함께 하는 세번째 봄, 오미크론 변이종의 확산은 여전하지만 ‘여행하는 인간’의 춘흥(春興)을 마냥 억누를 수는 없을 터.

벚꽃이 만개한 목사내아(나주목사 살림집).


나주읍성권내 목사 내아(牧使內衙)의 오래된 벚나무가 만개했다. 푸른 하늘 빛을 배경으로 피어난 하얀 벚꽃은 코로나로 인한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나무 아래에는 방문자를 위한 나무 탁자도 마련돼 있다. 목사 내아는 나주목사가 거처하던 살림집으로 금학헌(琴鶴軒)으로도 불렸다.

나주읍성권내는 전통문화와 일제강점기 근대문화가 씨줄과 날줄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자가 조선시대 금성관과 정수루(관아 정문), 목사 내아(나주목사 살림집), 나주향교라면 후자는 폐잠사공장과 쌀을 도정했던 폐정미소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로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나빌레라 문화센터’(옛 잠사공장)와 ‘나주 정미소(情味笑)’를 들 수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나주 정미소(情味笑)’는 이름만으로도 정겹다. 곡창지대인 나주 들녘에서 생산된 쌀을 도정하던 호남 최대 규모의 정미소(精米所)가 ‘정(情)을 느끼고, 맛(味)을 즐기며, 웃음(笑)이 넘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지난 1~2월에 특별기획전 ‘시고르 라이프’를 마련했고, 오는 22일에 ‘문화콘서트 난장 in 나주정미소 난장곡간’ 무대를 개최할 예정이다.

천년고도(古都) 목사(牧使)고을 중심인 나주읍성권을 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큰길에서 벗어난 좁은 고샅길(골목길)을 싸목싸목 걸으며 나주의 역사문화를 맛볼 수 있다. 금성관 동쪽 ‘연애 골목’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서문쪽 ‘서성벽길’, 옛 전라우영(현 나주초등학교) 인근 ‘군졸마을 고샅길’ 등 골목마다 색다른 결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봄꽃과 숲이 주는 위로… 금성산 생태숲=나주시 노안면 금안리를 지나 ‘금성산 생태숲’을 찾아가며 문득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를 떠올렸다.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숲속에서 2년 2개월 2일 동안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한 그는 10여년 후 펴낸 ‘월든’(Walden)에서 “만약 우리의 마을을 둘러싸고 인적 드문 숲과 강변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지극히 단조로울 것”이라며 “우리는 야성(野性)의 강장제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요즘 연초록 빛깔을 발산하는 식물과 나무, 숲은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드는 야성의 강장제, 또 다른 생태백신이 아닐까 싶다.

‘금성산 생태숲’은 화목원과 염색원, 섬유원, 생태습지원, 식이식물원, 관목원, 한반도원, 유실수원 등으로 구분돼 있다. 봄과 여름, 가을철마다 방문한다면 다채로운 꽃들과 초록 빛깔의 숲속에서 ‘힐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내 ‘메타세쿼이아 길’.
나주에는 ‘금성산 생태숲’ 외에도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 ‘국립 나주 숲체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나주시 다도면 도래 한옥마을 옆에 있는 ‘전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연구소내 ‘빛가람 치유의 숲’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입구에서 식산(食山) 방향으로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과 ‘향나무 길’은 포토 존으로 인기가 높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위탁 관리하는 ‘국립 나주숲체원’은 단독형·단체형 숙소인 ‘숲속의 집’(5인실)과 ‘휴양관’(2인실·5인실)에서 묵으며 숲 산책과 전통문화 천연염색, 다도(茶道) 등 다양한 산림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잃어버린 역사’ 마한의 부활 ‘국립 나주박물관’=‘마한(馬韓) 왕국’은 역사교과서에 나오지 않지만 영산강 일대에 실재했다. 마한인들은 역사기록 대신 나주 반남면과 다시면 일대에 무수한 흔적을 남겼다. 동산만한 대형 고분들이다. 고분에서 출토된 부장품들로 인해 마한의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 지방도 820호선을 따라 국립 나주박물관에 가깝게 다가서면 봉긋봉긋 솟은 덕산리 고분군이 눈에 들어온다.

국립 나주박물관은 1917년 12월 발굴된 나주 신촌리 9호분 금동관을 별도 공간에서 전시하고 있다. 금동관이 한 뼘 거리 눈앞 유리상자 안에 놓여있다. 컴컴한 전시공간에서 금동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난다. 본래의 금빛과 함께 살짝 녹이 슨 푸른빛이 금동관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요즘 국립 나주박물관 ‘실감콘텐츠 체험관’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개관한 ‘실감콘텐츠 체험관’은 영산강 유역 독널과 장례문화를 미디어아트로 표현해 보여준다. 1부 ‘고분, 별을 품다’와 2부 ‘꿈의 문양, 빛으로 새기다’를 주제로 마한인들의 독널문화가 화려한 감각의 그래픽과 함께 3개 벽면과 바닥면, 수직기둥에 파노라마로 투영된다. 2부 영상에 끝나면 ‘실감 체험’이 이어진다. 바닥에 비춰지는 금빛 물고기와 복주머니 이미지를 따라 어린이들이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발로 밟으며 즐거워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시에 8차례 예약제로 운영된다.

이맘때 찾아가고 싶은 곳이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 외구마을에 있는 금사정(錦社亭) 동백나무(천연기념물 제 515호)이다. 2009년에 동백나무숲이 아닌 한 그루 동백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건 처음이다. 수령 500여년을 헤아린다.

동백의 유래는 개혁정치를 꿈꾸던 정암(靜庵) 조광조와 신진 사대부가 훈구파에 의해 큰 타격을 입었던 기묘사화(1519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균관에서 공부하던 임붕·나일손·정호 등 나주출신 유생 11명은 조광조의 억울함을 상소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낙향한다. 이들은 영산강의 또다른 이름을 딴 ‘금강계’를 결성하고 금사정을 지었다. 그리고 동백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많은 꽃나무가 있는데도 굳이 동백을 심은 까닭은 뭘까? 붉은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은 ‘선비의 절개’ ‘변함없음’을 상징한다. 나주 선비들의 변치 않는 절개를 보여주는 붉은 꽃이 바야흐로 피어난다.

영산강 절경을 하늘에서 만끽할 수 있는 2인승 레저용 경량항공기. <나주 죽산보 비행교육원 제공>
이 밖에도 영산강 절경 등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만끽할 수 있는 경비행기 체험 프로그램이 나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기체는 2인승 레저용 경량항공기이다. 체험코스는 죽산보 경비행기장 상공을 10분 동안 비행하는 1코스(6만5000원)를 비롯해 크게 10~50분 단위 5개 코스와 자율코스(1시간)로 구성된다.(나주시 다시면 죽산리 1073·예약문의(나주 죽산보 비행교육원 010-4052-1386)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나주=손영철 기자 ycs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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