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일방적 건립 안돼”…영광 주민들 집단 소송
한빛원전 인근 주민 107명, 고준위 폐기물 계획 무효 행정소송 제기
“환경평가·의견수렴 등 절차 안거쳐”…타지역 주민·탈핵단체도 참여
“환경평가·의견수렴 등 절차 안거쳐”…타지역 주민·탈핵단체도 참여
![]() 영광 한빛원전 전경. <광주일보 DB> |
영광원자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정부의 ‘제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이하 고준위기본계획)에 반발, 전국 원전 주민 및 지자체들과 연계해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차기 정부의 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영광 한빛원전 인근 주민 107명은 정부가 지난해 수립한 ‘고준위기본계획’의 무효 또는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는 영광주민들 외에도 다른 원전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과 탈핵단체도 참여했다.
이들은 ‘고준위기본계획’의 중요성에도 불구,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부지 적합성을 심사할 권한이 없는 산업부가 중간저장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시설 부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는가 하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의견수렴 등의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입장이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임시저장시설이라도 향후 수십년 간 중간저장시설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입지(인구, 지진 등의 안전성) 및 시설 설계기준(미사일공격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설계) 등 중간저장시설에 적용되는 규정들이 적용돼야 하지만 이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준위기본계획’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원칙과 추진 과제 등이 담긴 중장기 로드맵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 계획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할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원전 부지 내에 폐연료봉 등 사용후핵연료 보관을 위한 저장시설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담으면서 원전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최소 10만년 이상 독성을 내뿜는 고준위핵폐기물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가 정한 기간 내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주민들 생각으로, 사실상 영광에 원전 뿐 아니라 핵폐기장까지 만들겠다는 의도를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는 등 사실상 정부가 강요했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 보관시설로 ▲임시보관시설(원전 부지 내 신축)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 등으로 나누고 중간저장·영구 처분시설 부지의 경우 공모를 통해서 선정하고 주민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하지만 과연 핵폐기물 보관시설을 자신들 동네 옆에 들어서는 것을 받아들일 주민들이 얼마나 있겠냐는 게 주민들 입장이다.
세계 주요국도 영구처분장 마련과 안전성 확보라는 난제를 풀지 못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중간·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20년 이내 중간저장시설 확보, 37년 내 영구처분시설 확보라는 시간표까지 제시해놓고 있는 점도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원전 인근 주민 및 환경단체들 목소리다.
평생을 영광에서 산 노병남(59)씨는 “주민들은 한빛원전 외에 추가 핵폐기물 보관시설 설치를 반대한다”면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주민 의견을 듣지도 않으면서 정부 마음대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송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17년째 영광에 살고 있는 박빛나(39)씨는 “20~37년 간 핵발전소 내에 임시 저장을 한다는 것인데, 한빛원전이 지어진 이후 수십년이 흘렀지만 여태껏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임시저장소가 영구처분장으로 굳어진다고 의심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중간저장시설 건설 계획을 담는 기본계획을 내놓았지만 진척되지 못했다.
영광군은 주민들과의 소송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신, 원전소재지자체 행정협의회를 통한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송을 맡은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원전이 소재한 자치단체들은 방사선비상계획의 수립 및 집행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안전과 생명권·재산권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30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영광 한빛원전 인근 주민 107명은 정부가 지난해 수립한 ‘고준위기본계획’의 무효 또는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는 영광주민들 외에도 다른 원전이 위치한 지역 주민들과 탈핵단체도 참여했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임시저장시설이라도 향후 수십년 간 중간저장시설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입지(인구, 지진 등의 안전성) 및 시설 설계기준(미사일공격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설계) 등 중간저장시설에 적용되는 규정들이 적용돼야 하지만 이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소 10만년 이상 독성을 내뿜는 고준위핵폐기물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가 정한 기간 내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주민들 생각으로, 사실상 영광에 원전 뿐 아니라 핵폐기장까지 만들겠다는 의도를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는 등 사실상 정부가 강요했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 보관시설로 ▲임시보관시설(원전 부지 내 신축)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 등으로 나누고 중간저장·영구 처분시설 부지의 경우 공모를 통해서 선정하고 주민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하지만 과연 핵폐기물 보관시설을 자신들 동네 옆에 들어서는 것을 받아들일 주민들이 얼마나 있겠냐는 게 주민들 입장이다.
세계 주요국도 영구처분장 마련과 안전성 확보라는 난제를 풀지 못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중간·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20년 이내 중간저장시설 확보, 37년 내 영구처분시설 확보라는 시간표까지 제시해놓고 있는 점도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원전 인근 주민 및 환경단체들 목소리다.
평생을 영광에서 산 노병남(59)씨는 “주민들은 한빛원전 외에 추가 핵폐기물 보관시설 설치를 반대한다”면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도, 주민 의견을 듣지도 않으면서 정부 마음대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송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17년째 영광에 살고 있는 박빛나(39)씨는 “20~37년 간 핵발전소 내에 임시 저장을 한다는 것인데, 한빛원전이 지어진 이후 수십년이 흘렀지만 여태껏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임시저장소가 영구처분장으로 굳어진다고 의심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중간저장시설 건설 계획을 담는 기본계획을 내놓았지만 진척되지 못했다.
영광군은 주민들과의 소송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신, 원전소재지자체 행정협의회를 통한 공동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송을 맡은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원전이 소재한 자치단체들은 방사선비상계획의 수립 및 집행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안전과 생명권·재산권을 지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