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남도 오디세이 美路 - 고흥
우주로 열린 생명의 땅…고흥의 숨결, 아름답다
투박한 멋 ‘덤벙분청’…고흥 역사·문화 만나는 ‘분청문화박물관’
피톤치드 샤워 몸 속 깊은 곳까지 힐링 ‘팔영산 편백치유의 숲’
로켓 관람·체험하다보면 절로 탄성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투박한 멋 ‘덤벙분청’…고흥 역사·문화 만나는 ‘분청문화박물관’
피톤치드 샤워 몸 속 깊은 곳까지 힐링 ‘팔영산 편백치유의 숲’
로켓 관람·체험하다보면 절로 탄성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 ‘고흥 분청사기’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디오라마. |
고흥군은 ‘대한민국 우주항공수도’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5시 고흥군 나로 우주센터에서 하늘로 솟아올랐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우주과학관부터 편백 치유숲, 커피농장, 거금도 ‘섬 둘레길’, 다도해를 품고 있다. ‘국민건강지수’ 전국 1위를 차지한 고흥의 매력을 찾아 나선다.
◇고흥 역사·문화 만나는 ‘고흥 분청문화 박물관’=“가까이 뜯어보는 아름다움보다 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당장에서 느끼는 아름다움보다는 돌아서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미술사학자 고(故) 혜곡 최순우(1916~1984) 선생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분청사기의 멋’을 이렇게 표현했다. 고흥군 두원면 운대리 운암산자락에 자리한 ‘고흥 분청문화박물관’에서 고흥에서 꽃을 피운 분청문화를 만난다.
분청사기는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를 잇는 연결고리이다. 시대로 따지면 조선 전기에 해당한다. 지난 1980년에야 처음으로 학계에 알려진 운대리 가마터는 학술적·역사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1년에 국가사적 제519호로 지정됐다. 발굴조사 결과 운대리 일대에는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가마터가 30여기 이상 밀집 분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운대리 분청사기 장인들은 크게 상감(象嵌), 인화(印花), 박지(剝地), 조화(彫花), 철화(鐵畵), 귀얄, 덤벙(粉粧) 기법 등 7가지 장식기법을 활용했다. 이 가운데 덤벙 무늬라는 명칭이 이채로운데 혜곡이 ‘그릇을 백토 물에 덤벙 담갔다’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운대리 7호와 14호 가마터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된 덤벙 분청사기는 운대리 분청사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릇이다.
전시실 한쪽 벽면이 4호 가마터 등 5기 가마터에서 수습한 수만 점의 분청사기 파편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바짝 다가가서 사기조각들을 한 점 한 점 들여다보면 흠없는, 완벽한 그릇 한 점을 구우려는 이름 모를 도공의 심장박동과 숨결이 느껴진다. 분청사기 조각에는 도공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전시실 벽면에 걸려있는 혜곡 선생의 한마디가 여운을 남긴다. “이 가락진 멋과 싱싱한 아름다움을 네가 알아본다면 좋고 모른다면 그만이지.”
◇숲속 거닐며 치유하는 ‘팔영산 편백치유의 숲’=요즘처럼 ‘치유’, ‘힐링’이라는 단어가 절박한 때가 없을 것이다. 3년째로 접어드는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불안에 떠는 사람들을 다독이듯 위로하는 것은 이채롭게도 자연이 발산하는 녹색 빛깔이다.
팔영산 편백숲은 영남면 금사리와 점암면 성기리 일원 100㏊ 면적에 펼쳐져 있다. 금사지구 숲 ‘양(陽)의 기운’과 성기지구 숲 ‘음(陰)의 기운’을 이용해 치유와 회복이 어우러진 천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팔영산 편백숲 입구에는 ‘일반형 치유센터’와 ‘특화형 치유센터’, ‘명상 쉘터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편백숲내 ‘치유의 숲길’은 ▲장수길(788m) ▲숲배움길(510m) ▲몬짓재 고갯길(1.2㎞) ▲편백맨발길(1.2㎞) ▲산들산들 허브길(441m) ▲토암언덕길(1.3㎞) ▲서낭당 소원길(1.4㎞) ▲무병길(1.2㎞) 등 모두 8개. 난이도와 경사도에 따라 초급·중급·고급으로 구분돼 있다.
숲길을 걸을 때는 ‘노르딕 워킹’을 추천한다. 스키를 타듯 양손에 등산용 스틱을 쥐고 걷는 방식이다. 전신 운동이 되기 때문에 일반 워킹에 비해 걸을 때 산소흡수가 높아지고 칼로리 소비량 또한 더 많다.
‘명상 쉘터지구’ 뒤편 ‘장수길’로 들어섰다. 산책로 좌우에 하늘을 찌를 듯 시원스럽게 뻗은 편백나무들로 빽빽하다. 여름철이라면 숲속에 설치된 S자형 벤치에 누워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며 ‘멍’을 때려도 좋겠다. 또한 숲속에는 ‘자연목 타잔 놀이대’와 ‘외나무다리 건너기’ 등 숲체험 시설이 설치돼 있다.
고흥에는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외에도 녹동 ‘장계산(장기산) 편백 건강 숲길’과 나로도 봉래산자락에 편백숲이 자리하고 있다.
◇우주를 향한 발걸음,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일찍이 ‘대한민국 우주항공 수도’를 표방해온 고흥군이 우주항공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5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는 온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영하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1층 로비에는 75t급 로켓 엔진 실물이 전시돼 있다. 설명문에 따르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해 제작된 3번째 지상시험용 실물 엔진(3G)으로, 총 14차례에 걸쳐 1033초의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층 전시실 내부에 세워진 크고 작은 5개의 로켓에 눈길이 쏠린다. 한국 연구진이 그동안 개발해온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Ⅰ·1993년)과 ‘2단형 고체추진 중형 과학로켓’(KSR-Ⅱ·1998년), ‘액체추진 과학관측 로켓’(KSR-Ⅲ·2002년), 소형위성 발사체(나로호·2013년),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로켓 모형이다. 수년 후 마지막 빈 자리에 한국의 ‘달 탐사 로켓’이 당당하게 세워지길 기대한다.
야외에는 ‘KSR-Ⅰ’과 ‘나로호’ 등 실물크기 로켓 4기가 우뚝 서있다. 마침 로켓 위로 상현달이 떠있다. 머지않아 우주발사체 개발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진행돼 한국 개발진이 제작한 달 탐사선이 달 표면에 내려앉아 탐사를 하는 모습을 꿈꿔본다.
이 밖에도 나로도에 한국 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립 청소년우주센터’(NYSC)가 나로도에, 고흥군이 운영하는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이 도양읍 녹동에 있다.
◇‘박치기 왕’ 김일 배출한 거금도=거금도는 국도 27호선을 따라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거쳐 뭍과 이어져 있다. 거금대교(2011년 12월 개통)는 국내 교량중 처음으로 복층 교량으로 설계돼 위로는 차량이, 아래로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오갈 수 있다. 거금 휴게소 앞에 세워진 ‘꿈을 품다’라는 제목을 붙인 거인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거인 조형물 인근의 ‘절이도 해전 승전탑’에서 알 수 있듯이 거금도 앞바다는 임진왜란 마지막 해인 1598년 7월에 치러진 조·명 연합 수군이 승전한 해상 전투의 역사적 현장이다. 고흥군은 ‘절이도 해전’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흥양수군을 재조명하기 위해 ‘절이도해전 승첩지 관광생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 45억 원을 투입해 거금도 관문에 자리한 거금휴게소 2층을 리모델링해 ‘절이도해전 기념관’을 만들고 주변에 ‘역사공원’과 270m 길이의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거금도는 ‘박치기 왕’으로 불린 프로레슬러 김일(1929~2006) 선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고흥군이 김일 기념체육관 앞에 높이 5m 크기의 청동 동상을 제작해 세웠다.
거금도 ‘금산 해안경관’은 ‘고흥 8경(景)’의 하나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를 따라 시계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눈앞에 푸른 바다와 멀리 다도해 섬들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예술의 섬’으로 널리 알려진 연홍도는 거금도 서쪽 신양 선착장에서 500여m 바다 건너에 자리하고 있다.
고흥 남쪽 바다에서 봄기운이 밀려온다. 봄눈 녹듯 ‘코로나 19’ 역시 스러졌으면 좋겠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고흥=주각중 기자 gjju@kwangju.co.kr
미술사학자 고(故) 혜곡 최순우(1916~1984) 선생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분청사기의 멋’을 이렇게 표현했다. 고흥군 두원면 운대리 운암산자락에 자리한 ‘고흥 분청문화박물관’에서 고흥에서 꽃을 피운 분청문화를 만난다.
분청사기는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를 잇는 연결고리이다. 시대로 따지면 조선 전기에 해당한다. 지난 1980년에야 처음으로 학계에 알려진 운대리 가마터는 학술적·역사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1년에 국가사적 제519호로 지정됐다. 발굴조사 결과 운대리 일대에는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가마터가 30여기 이상 밀집 분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시실 한쪽 벽면이 4호 가마터 등 5기 가마터에서 수습한 수만 점의 분청사기 파편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바짝 다가가서 사기조각들을 한 점 한 점 들여다보면 흠없는, 완벽한 그릇 한 점을 구우려는 이름 모를 도공의 심장박동과 숨결이 느껴진다. 분청사기 조각에는 도공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전시실 벽면에 걸려있는 혜곡 선생의 한마디가 여운을 남긴다. “이 가락진 멋과 싱싱한 아름다움을 네가 알아본다면 좋고 모른다면 그만이지.”
![]() 울창한 편백나무 숲속에 벤치와 해먹 등이 설치돼 있는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
팔영산 편백숲은 영남면 금사리와 점암면 성기리 일원 100㏊ 면적에 펼쳐져 있다. 금사지구 숲 ‘양(陽)의 기운’과 성기지구 숲 ‘음(陰)의 기운’을 이용해 치유와 회복이 어우러진 천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팔영산 편백숲 입구에는 ‘일반형 치유센터’와 ‘특화형 치유센터’, ‘명상 쉘터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편백숲내 ‘치유의 숲길’은 ▲장수길(788m) ▲숲배움길(510m) ▲몬짓재 고갯길(1.2㎞) ▲편백맨발길(1.2㎞) ▲산들산들 허브길(441m) ▲토암언덕길(1.3㎞) ▲서낭당 소원길(1.4㎞) ▲무병길(1.2㎞) 등 모두 8개. 난이도와 경사도에 따라 초급·중급·고급으로 구분돼 있다.
숲길을 걸을 때는 ‘노르딕 워킹’을 추천한다. 스키를 타듯 양손에 등산용 스틱을 쥐고 걷는 방식이다. 전신 운동이 되기 때문에 일반 워킹에 비해 걸을 때 산소흡수가 높아지고 칼로리 소비량 또한 더 많다.
‘명상 쉘터지구’ 뒤편 ‘장수길’로 들어섰다. 산책로 좌우에 하늘을 찌를 듯 시원스럽게 뻗은 편백나무들로 빽빽하다. 여름철이라면 숲속에 설치된 S자형 벤치에 누워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며 ‘멍’을 때려도 좋겠다. 또한 숲속에는 ‘자연목 타잔 놀이대’와 ‘외나무다리 건너기’ 등 숲체험 시설이 설치돼 있다.
고흥에는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 외에도 녹동 ‘장계산(장기산) 편백 건강 숲길’과 나로도 봉래산자락에 편백숲이 자리하고 있다.
![]()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앞 중앙광장에 전시돼 있는 국내 개발 실물크리 로켓 모형. |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영하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1층 로비에는 75t급 로켓 엔진 실물이 전시돼 있다. 설명문에 따르면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해 제작된 3번째 지상시험용 실물 엔진(3G)으로, 총 14차례에 걸쳐 1033초의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층 전시실 내부에 세워진 크고 작은 5개의 로켓에 눈길이 쏠린다. 한국 연구진이 그동안 개발해온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Ⅰ·1993년)과 ‘2단형 고체추진 중형 과학로켓’(KSR-Ⅱ·1998년), ‘액체추진 과학관측 로켓’(KSR-Ⅲ·2002년), 소형위성 발사체(나로호·2013년),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로켓 모형이다. 수년 후 마지막 빈 자리에 한국의 ‘달 탐사 로켓’이 당당하게 세워지길 기대한다.
야외에는 ‘KSR-Ⅰ’과 ‘나로호’ 등 실물크기 로켓 4기가 우뚝 서있다. 마침 로켓 위로 상현달이 떠있다. 머지않아 우주발사체 개발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진행돼 한국 개발진이 제작한 달 탐사선이 달 표면에 내려앉아 탐사를 하는 모습을 꿈꿔본다.
이 밖에도 나로도에 한국 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립 청소년우주센터’(NYSC)가 나로도에, 고흥군이 운영하는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이 도양읍 녹동에 있다.
◇‘박치기 왕’ 김일 배출한 거금도=거금도는 국도 27호선을 따라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거쳐 뭍과 이어져 있다. 거금대교(2011년 12월 개통)는 국내 교량중 처음으로 복층 교량으로 설계돼 위로는 차량이, 아래로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오갈 수 있다. 거금 휴게소 앞에 세워진 ‘꿈을 품다’라는 제목을 붙인 거인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거인 조형물 인근의 ‘절이도 해전 승전탑’에서 알 수 있듯이 거금도 앞바다는 임진왜란 마지막 해인 1598년 7월에 치러진 조·명 연합 수군이 승전한 해상 전투의 역사적 현장이다. 고흥군은 ‘절이도 해전’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 흥양수군을 재조명하기 위해 ‘절이도해전 승첩지 관광생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 45억 원을 투입해 거금도 관문에 자리한 거금휴게소 2층을 리모델링해 ‘절이도해전 기념관’을 만들고 주변에 ‘역사공원’과 270m 길이의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거금도는 ‘박치기 왕’으로 불린 프로레슬러 김일(1929~2006) 선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고흥군이 김일 기념체육관 앞에 높이 5m 크기의 청동 동상을 제작해 세웠다.
거금도 ‘금산 해안경관’은 ‘고흥 8경(景)’의 하나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를 따라 시계반대 방향으로 달리면 눈앞에 푸른 바다와 멀리 다도해 섬들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예술의 섬’으로 널리 알려진 연홍도는 거금도 서쪽 신양 선착장에서 500여m 바다 건너에 자리하고 있다.
고흥 남쪽 바다에서 봄기운이 밀려온다. 봄눈 녹듯 ‘코로나 19’ 역시 스러졌으면 좋겠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고흥=주각중 기자 gjj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