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은행나무 사계절 다른 풍경, 최선길 ‘천년의 노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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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은행나무 사계절 다른 풍경, 최선길 ‘천년의 노래’전
내년 1월9일까지 광주 롯데백화점 갤러리
2021년 12월 13일(월) 22:30
광주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최선길 ‘천년의 노래’전.
3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나무와 한국의 산천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도 800살 먹은 은행나무 앞에서는 말을 잃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강원도 원주시 반계리 은행나무. 34m에 이르는 은행나무는 숱한 세월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갔고, 그 나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위안을 얻었다.

작가는 2년에 걸쳐 사계절을 지나는 은행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앙상했던 가지에 싹이 돋고, 초록빛이 나오고, 노랗게 물이 들고, 다시 잎을 떨구며 맨몸이 돼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 은행나무는 어쩌면 인생같다는 생각도 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최선길 작가 초대전 ‘천년의 노래 songof1kyears’(2022년 1월9일까지)에는 작가가 2년간 그려온 수십점의 은행나무 유화작품과 ‘일기처럼’ 그려나간, 풍경을 담은 소품 등 모두 70여점이 나왔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은행나무를 그린 6m 대작 ‘천년의 노래’다. 작가는 사계절을 담은 대형 작품을 그렸는데 광주 전시에서는 여름 풍경을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온통 초록으로 몸을 치장한 은행나무의 질감을 세세하게 묘사한 붓터치는 살아있고,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초록빛 바람이 불어오는 듯해 시원한 그늘 아래 쉬어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반계리 은행나무의 봄, 가을, 겨울 풍경은 또 다른 유화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대작을 뺀 모든 작품은 나무 앞에 이젤을 펴고 한 여름 뙤약볕과 겨울 추위를 견디며 작업한, 진정한 ‘사생(寫生)으로 사실감이 돋보인다.



전시장 한 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54점의 소품은 ‘서정적인 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업실이 있는 원주시 부론면 시골 마을 풍경이 담긴 작품은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맑은 기운과 소박한 풍경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가의 잡초, 버려진 낡은 집,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 어느 날 올려다본 하늘, 운전 중 만난 노을, 추수가 끝난 텅빈 논밭 등 일상의 모습이 담긴 작품은 한 점쯤 소장하고 싶게 만든다.

전시에서는 ‘바람’ 연작 등 또 다른 대표작도 나왔다.

최 작가는 서울대 서양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화여대 강사 등을 역임했다. ‘나무의 노래’, ‘바람이 머무는 곳’ 등을 주제로 다양한 개인전을 열어왔다.

최선길 작 천년의 소리


최 작가는 “묵묵히 천년을 버텨 온 나무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 속에서 열매를 단단하게 만들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통찰을 건네준다”고 말한다.

한편 광주롯데갤러리는 앞으로 지역 작가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갤러리 운영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우선 내년 1월 광주의 젊은 예술가들과 국내외 유명 작가들을 매칭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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