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주 선생 “50년 서예인생 글씨 변화과정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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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주 선생 “50년 서예인생 글씨 변화과정 한눈에”
고희 맞아 서집 발간…서예·서각 등 600여점
9~15일 무등갤러리, 16~31일 관선재 갤러리서 기념전도
2021년 12월 07일(화) 22:50
고희를 맞아 전시회와 서집 발간을 통해 작품 세계를 갈무리하고 싶다는 금초 정광주 작가.
“글씨는 어제 쓰고 오늘 쓰면 다르다고 해요. 서집(書集)을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옛날 글씨들을 보니 어리숙하기도 하지만 소박하고 순수한 면도 있더군요. 무엇보다 제 글씨의 변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20번 정도 교정했는데, 처음에는 이 만하면 내놓을만하다 싶었는데 계속 들여다보니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예가 금초 정광주 선생은 올해 고희를 맞았다. 1972년부터 시작된 서예 인생도 얼추 50년을 넘어간다. 마치 자서전을 쓰듯, 세월에 따라 서서히 변해온 작품 세계를 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전시회와 서집 발간으로 이어졌다.

광주 예술의 거리 서실(書室)에서 만난 그는 이번 서집을 준비하며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로 살고 싶다’를 삶의 모토로 잡았다고 했다. 모든 사람과 만물이 스승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며, 괄목상대할 만한 글씨를 남기는 마지막 꿈을 꾸고 있다고도 했다.

‘위위불진’(爲爲不盡)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광주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9~15일)와 관선재 갤러리(16~31일) 두 곳에서 열리며 서집에 실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B4 크기, 340페이지 올컬러로 제작한 서집에 실린 작품은 1984년 4회 개인전부터 지난 2017년 인사동에서 ‘채근담’을 주제로 진행한 9회 개인전까지에서 보여준 작품과 신작 등 2000여점에서 선별한 것들이다. 순수 서예작품 281점과 도자기, 비문과 사찰의 대웅전 현판, 소중한 인연과 세월이 담긴 수백점의 서각 작품 등 모두 600여점이 실렸다. 특히 꼼꼼히 기록한 약력과 80여장의 사진은 개인사(史)임과 동시에 광주·전남의 서예사(史)이기도 하다.

“서예를 시작하며 내 평생 개인전을 10회 정도는 해야겠다 싶었어요. 서예가들은 다른 장르처럼 개인전을 자주 열지 못하거든요. 개인전마다 작품집을 내기는 했지만, 서예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집은 늘 마음에 있었죠. 그러다 서예계 큰 어르신인 학정(이돈흥)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당신이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지 못하시고 가신 게 참 아쉽더군요. 나를 위해서도, 후배들을 위해서도 의미있는 작업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직접 작업을 정리해보자 싶었습니다.”

그는 조선대 영어교육학과 재학 시절, 송곡 안규동 선생의 광주서예원에서 첫발을 딛었다. 서강고에서 4년간 교사로 재직 후 서예에 올인한 그는 1989년 국전과 미술대전에서 서예가 최초로 분리돼 개최된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대상을 수상, 한국 서예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작품 뿐 아니라, 광주미술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가 요즘 몰두하고 있는 건 행서·초서다. 또 자신이 창안한 ‘필아트(feeling art)’ 작업도 하고 있다.

“전통예술은 고아함과 예스러움이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조형성이 뛰어난 전서에 빠져 있었지요. 행·초서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멋이 느껴집니다. 행·초서 속에 전서와 예서의 맛이 다 들어 있어요. 무게감과 장중함이 있는 행·초서가 제가 추구하는 글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록에는 치자물, 갈대꽃, 오리나무 등으로 천연염색한 화선지에 글을 써 색다른 멋을 풍기는 작품과 동판 작품도 실렸다.

“성인들도 아는 것보다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쓰는 글씨가 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나, 그만큼 치열하게 쓰고 있나’ 자주 묻곤 합니다. 저와 달리 대학에서 정식으로 서예를 공부하고 일본과 중국에서 공부하며 새로운 서풍을 받아들이는 후배들도 눈여겨 봅니다. 결국은 자기 성찰이 중요합니다. 글씨를 쓰면 쓸수록 기법이 아니라, 중요한 건 자기 모습을 맑게 지켜가며 수양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씨 잘 쓰는 법은 결국 글씨 바깥에 있더라는 말이죠.”

자신에게,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가이자 선배이고 싶다는 노(老) 작가는 계속 정진중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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